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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Jul 08. 2021

#2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내 피아노 음이 전자음으로 만들어지던 그때 그 순간




그래, 취직을 하고 싶으면 사람인, 피플앤잡 사이트들을 뒤적거리면 되지만

이 피아노 음들을 음악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 당시 녹화했던 피아노 동영상 (화질이 많이 안 좋네요 )


한번 해볼까? 위와 같은 생각에 도달하고도 사실 나는 며칠을 좀 꾸물거렸다.

"내가 그래서 지금 이 나이에 진지하게 가수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가수의 자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냉정하게 음악을 내서 뭐 어쩌자는 거지? 매우 작고 귀여운 월급인데 귀중한 월급을 허튼데 쓰는 것이 아닐까?"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엄마에게 나의 이 장대한 계획에 대해 살짝 흘렸을 때  (그러지 말았었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다 ) 우리 엄마의 한마디 " 아이고 남들은 다 주식한다 어디 투자한다 재테크하느라 난리라는데 우리 쏨바디는 저 나이가 되도록..."라며 말을 잇지 못하셨다. 


그래도 이게 전재산을 잃는 정도도 아니고 한번 사는 삶인데 원하는 게 있으면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나중에 계산해보니 좀 들긴 들었더라만 ) 이게 어떠한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분명 알지만,  살면서 내 목소리로 나온 노래 하나쯤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오역 논란이 있지만 우리에게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알려진 유명한 문구인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 는 우물쭈물하는 나를 kick 하여 그 상태를 벗어나게끔 도와주었다. 


그래서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추억 속의 지식 IN에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 A가 생각났다.  최근에 본 광고였는데 나와 같이 어떤 것에 대해 정보가 없어 막막한 사람들과 나름 그 분야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면서 서비스를 매칭 해주는 사이트였다. 


출근길에 대략적인 상황과 요청사항을 해당 사이트를 통해 제출했는데 순식간에 여러 제안서들이 도착해있었다.   몇 번 훑어보고 나서 그냥 필이 꽂히는 분께 연락드렸다. 어떤 사람이 작곡 및 편곡에 좋은 사람인지 알아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그 어떠한 기준도 내가 아는 바가 없었기에 그냥 가는 거다. 


퇴근길, 아직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어느 10월의 선선한 날씨. 버스를 타고 가는 것 대신 노을을 바라보면서 걸어가는 것을  택했고 나에게 도움을 주실 매칭 된 분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혹시 가지고 있는 작업 파일이 있냐고 하셔서 내가 가진 것은 피아노 치는 것을 녹화한 동영상뿐인데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면서 일단 드렸다.


   


버스로 30분 정도 후에 도착한 신림동. 조용한 대로변 뒷골목, 지도를 보면서 걷다 보니 목적지인 살짝 연식이 되어 보이는 빌딩을 발견했다. 문자로 도착했음을 알리자, 선생님은 바로 내려왔다. 서로 뻘쭘하고 어색한 인사를 끝마친 이후,  조그마한 연습실용 스튜디오가 모여있는 2층으로 올라가 그중 한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2평 남짓해 보이는 작은방. 처음 보는 장비들과 프로그램에 긴장 반 설렘반이었다. 그렇게 2시간짜리의 원데이 클래스는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뒤쪽 의자에 앉기를 권하셨고, 미리 받음 음악파일로 대충 구상해봤다고 하시면서 연주를 시작하셨다. 역시 해당 업계에 종사하셔서 다르신 걸까? 아마추어든 프로든 전문가는 요즘 용어로 "찐"이다 라는 말이 내 입속에서 맴돌았다. 능숙하게 나의 피아노 음들을 전자음으로 바꾸시는 선생님. 작업하시면서도 "이 음은 조금 더 세게 넣을까요? "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 나의 피드백을 물어보시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내 의견이 반영되는 음악이라니! 이것은 분명 여태까지 내가 느껴보지 못한 경험과 전혀 새로운 방식의 심장 두근거림이니라.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여는 기분이라는게 이런 감정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음반을 내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루트가 아니라면 내가 살면서 절대 만날 기회가 없었을 그런 분들 (음악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 접점이 생겼던 것 같다. 물론 서로 스쳐 지나갔을 수는 있겠지만 회사원인 내가 주체가 된 상황에서 이런 소재로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일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전혀 뜻하지도 못한 새로운 경험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른 방향으로도 확장시킴에 틀림없다.  


다음 시간에는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1차 편곡된 곡을 업로드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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