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글, 보쉬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다
프롤로그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내가 글로벌 대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간다고?”
처음엔 저 역시도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늘 “스펙이 뛰어난 사람들만 대기업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오갔고, 제게 있는 장애는 그 길을 더욱 좁고 험난하게 만들 뿐이라고 여겼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LG, 구글, 보쉬라는 세 곳에서 인턴 경험을 하게 된 것은, 그저 운이 좋았다거나, 제가 특별히 대단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대기업 인턴? 스펙도 부족하고 장애까지 있는데 힘들지 않겠어?”라는 말을 건넸지만, 오히려 그 말이 저를 더욱 독하게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제 ‘한계를 시험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가진 장애는 때때로 일상에서도 제 발목을 잡곤 합니다. 날씨에 따라 몸 상태가 달라지기도 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날도 있습니다. 취업 문턱이 높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들 틈에서, 저는 문턱이 더 높은 ‘두 겹의 장벽’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과연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물리적·심리적 제약이고, 다른 하나는 ‘평범한 사람보다 더 뛰어난 스펙과 실력을 갖춰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기대입니다.
돌이켜보면, LG에서의 첫 인턴 지원은 일종의 ‘배수진’이었습니다. 떨어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운명처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고, 실무에 투입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죠.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구나. 장애가 있어도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네.” 그때 느꼈던 감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보쉬에서도, 구글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저는 점점 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장애가 있으면 일반 대기업 문턱을 넘기도 힘들다는데,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행운 뒤에는 분명 ‘성실히 도전해보자’는 제 선택과 노력이 따라붙었습니다. 인턴 기간 동안 밤을 새워 자료를 검토하고, 남들보다 두 배 더 집중해야 겨우 비슷한 속도로 업무를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몸이 예민해진 날이면 한 걸음 물러서서 재정비를 해야 했고, 그만큼 시간을 더 들여서 메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장애가 있음에도, 아니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장애인에게 대기업 인턴 기회가 과연 많이 열려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여전히 높은 벽이 존재합니다. 제도적으로는 지원할 수 있어도 실제로는 여러 편견에 부딪히고, 다른 지원자들보다 더 준비해야 하고, 더 증명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렇게 보면 제가 세 곳이나 인턴을 할 수 있었던 건 아주 드문 케이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장애가 있든 없든, 자신이 진정 원하는 도전에 뛰어들어 보자”는 겁니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더 많이 애써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 길에서만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성장’이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저는 이 매거진에서 LG, 보쉬, 구글에서의 인턴십 경험, 취업 도전기를 차례대로 풀어놓으려 합니다. 제가 바라본 대기업의 문화와, 그곳에서 장애를 안고 어떻게 일해나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값진 배움을 얻었는지 솔직히 나눠보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성과만큼이나 ‘정신 승리’도 필요했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제가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장애를 지닌 직장인’으로서 더 단단해지는 자양분이 되어 주었습니다.
자,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LG에서 시작된 저의 첫 발걸음이, 여러분에게도 조금이나마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비슷한 길을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한 번 해볼 만하구나!’ 하는 작은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가 꿈꿀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하면서, 이 매거진의 문을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