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장애와 취업 문턱
학교·사회의 시선, “스펙도 부족한데 조울증까지?”라는 편견
“혹시, 조울증이 있다고요? 스펙도 남들보다 부족해 보이는데… 취업 준비 힘들지 않겠어요?”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제 머릿속은 하얀 도화지처럼 텅 비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같은 말을 듣고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았을지도 모릅니다. 조울증이라는 장애와, 남들보다 조금은 ‘덜 화려한’ 이력서. 학교에서는 반복해서 “최고의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고, 사회는 “스펙 없으면 경쟁력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더해 마음의 병까지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덧 취업 문턱 앞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성취까지 부정당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겠지요.
하지만, 이 문제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조울증이라는 진단은 분명 삶에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날씨나 상황에 따라 기분이 들쭉날쭉해지고, 집중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으며, 어느 날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감에 사로잡히다가도 그다음 날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널뛰는’ 감정 속에서는 때로 예리한 창의성과 통찰력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소위 ‘낮은 스펙’이라고 일컬어지는 환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문대 출신이나 뛰어난 학점, 화려한 자격증이 없을 때, 우리는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체득하기도 하죠.
학교와 사회가 제시하는 일방적인 기준은, 사실 장애와 같은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력서에 적힌 자격증이나 학점은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배경, 감정, 노력을 한눈에 담아내기엔 너무 제한적인 도구입니다. 게다가 조울증처럼 정신적·심리적 장애가 있는 경우, 잠깐의 기복이나 예민함이 ‘적응 부족’이라는 꼬리표로 붙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은 이중·삼중의 장벽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학업이나 스펙이 부족한 탓에 받는 질책에 더해, “왜 네 감정 상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느냐”라는 질타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조울증이라는 장애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층 높은 감수성과, 때론 폭발적인 창의력과 직관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예술·과학 분야에서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앓으면서도 혁신적 성과를 낸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본인의 상태를 인식하고, 무리한 스케줄을 잡기보다 탄력적으로 업무와 생활을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회사나 학교 역시 ‘정상’이라는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업무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해줄 수 있어야 하겠지요.
“스펙이 부족한데 장애까지 있다”는 사회적 편견은 한 사람의 ‘가능성’을 너무 쉽게 갉아먹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높게만 보이는 취업 문턱도 ‘다르게 넘는 방법’을 찾을 기회가 됩니다. 예컨대, 조울증이 있는 사람은 자신만의 루틴이나 자가 관리 방법, 감정 변화를 직시하는 훈련을 통해 더 큰 내적 탄탄함을 갖출 수도 있습니다. 스펙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더 다채로운 경험과 진솔한 서사를 통해 ‘서류 밖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왜 이 길을 가고 싶고, 무엇을 통해 성장하고 싶은가?” 하는 자기만의 확신입니다. 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삶도, 스펙이 부족한 경력도 ‘본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다르게 뛰어넘고, 새 길을 찾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사회가 말하는 기준과는 또 다른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우리는 각자의 모습으로 빛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