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장애를 가진 사람의 업무 스타일: 두 배의 집중력 그리고 시간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면 업무 속도가 느리지 않을까?” 혹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곤 했습니다. 저 자신도 그 걱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몸 상태나 심리적 컨디션에 따라 집중력이 달라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불편함을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오히려 업무 스타일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우선, “두 배의 집중력”이라는 건 단순히 ‘같은 일을 두 배로 열심히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한 번에 몰아쳐서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작업 환경을 세세하게 조정하면서 집중의 질을 높이는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에너지가 충분한 날이면 나만의 ‘골든 타임’을 잡아서 가장 까다롭거나 복잡한 업무에 할당합니다. 반면, 컨디션이 저하되는 시간이 다가온다 싶으면 미리 단순 작업이나 자료 정리에 배분해 놓죠. 이런 식으로 일정을 구체적으로 쪼개놓으면, 다른 사람과 비슷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도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시간을 더 들여 메우는 전략”입니다. 다른 사람이 23시간 만에 끝내는 일을 저는 45시간에 걸쳐 나눠서 처리할 때가 있습니다. 이는 ‘늦게 끝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작업을 더 안정적으로 진행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한 번에 기력이 소진될 정도로 몰두했다가 며칠씩 회복이 어려워지는 것보다는, 짧게나마 여러 번의 휴식과 재정비를 포함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장애 특성상 컨디션이 예측 불가능하게 떨어질 때가 있으니, 초기 단계에서부터 ‘완충 시간’을 확보해두는 셈입니다.
가령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할 때도, 한 번에 자료를 모두 모으고 바로 분석하는 대신, 단계적 체크포인트를 만듭니다. 먼저 관련 사이트나 데이터베이스를 훑으며 큰 그림을 잡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세부 자료를 찾아 들어가는 식입니다. 이때 짧은 휴식 시간은 단순 휴식이라기보다는 ‘중간 점검’에 더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찾은 자료가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는가?” “현재 에너지가 어느 정도이고, 몇 분 정도 더 집중할 수 있나?” 등 질문을 던져보면서 남은 작업량을 조율합니다. 이런 작은 루틴 덕분에, 나중에 ‘어? 방향이 잘못됐네’ 하며 대규모로 수정해야 할 상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전략들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만 쓰는 비법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지만,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절실해질 뿐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일할 수 없는 날이 많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중간중간 점검해나갑니다. 업무 효율 면에서 보면, 무작정 “열심히 하자”라고 달려드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인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팀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의 집중을 짜내고, 몇 시간을 더 투자해도 완료 시점이 늦어질 수 있으니, 이를 미리 알리는 거죠. 예를 들어, “이 작업을 진행하려면 제게 오늘 오후와 내일 오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결과물을 리뷰하실 수 있어요.”라고 명확히 제시하면, 팀원들도 일정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장애가 있으니 양해해달라”는 식으로만 말하면, 서로 간의 기대치는 맞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신 구체적인 타임라인과 작업 방식을 공유하면, 팀에서도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피드백을 드리는 게 좋겠어요?”라며 함께 협의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는 일도 필수적입니다. 두 배의 집중력을 발휘해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작업을 먼저 처리하고, 상대적으로 긴급도가 낮은 업무는 뒤로 미루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때 팀장이나 동료와 협의해 “이번 주에 꼭 마쳐야 할 것이 무엇이고, 다음 주까지 연장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업무 우선순위를 정리해두면, 컨디션이 나쁜 날에 무리해서 모든 걸 하려다가 탈진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업무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자기 관리를 이어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처럼 몸을 보살피는 방법을 익히거나, 정기적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으며 심리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안정되어 있을 때, 비로소 ‘두 배의 집중력’이 빛을 발하게 되니까요.
결국, 장애를 가진 사람의 업무 스타일이라 해서 ‘특별한 비법’을 말하는 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몸 상태가 들쑥날쑥하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특성에 맞춰 일정을 설계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메워가는 식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라고 자책하기보다, “대신 내가 만든 결과물은 더 꼼꼼하고 실수가 적다”는 긍정적 인식을 키우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오히려 단점만 부각되는 건 아닐까?”라며 주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방식이 제게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하더라도, 확실한 품질로 팀에 기여하면 그 또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애를 떠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업무 효율이란, 주어진 체력과 집중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재충전하느냐의 문제이니까요.
마무리하자면, 두 배의 집중력과 시간을 들여 메우는 업무 방식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이런 작업 방식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그 결과 오히려 치밀함과 꼼꼼함을 장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살라는 뜻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맞는 리듬과 루틴을 찾는 것이야말로 장애인에게나 비장애인에게나 모두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리듬과 루틴만 잘 정립된다면, ‘정상’이라는 틀 안에 자신을 맞추느라 힘겹게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맞는 걸음으로 충분히 멀리 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