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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로운 Oct 11. 2022

프랑스에선 뭘 먹어?

시작하며 

프랑스에선 뭘 먹니? 빵만 먹을 순 없잖아. 


5년 간의 프랑스 파리 외국살이를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었다. 가까운 가족, 친척부터 시작해서 그간 못 봤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울 때면 꼭 한번씩은 대답해야 했던 질문인 것이다. '프랑스에서 뭐 먹고 살았어? 난 그게 가장 걱정되던데.' '바게트 빵 엄청 딱딱한 것 같던데, 어때?' '파리에서 먹었던 음식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야?' '거기 음식이 입에는 좀 맞았어?' 등등,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랬나, 질문들의 디테일은 조금씩 다 달랐지만 결국 내게 묻는 공통된 요지는 딱 하나였다. 


프랑스, 걔네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사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질문이다. 일단 우리는 동양, 그곳은 서양이라는 큰 문화적 차이점 아래에서 살아왔다. 한국인은 쌀밥과 김치,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은 빵과 치즈.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문화적 거리감으로부터 비롯된 질문인 것이다. 마치 유럽인들 입장에서 한국인들은 매일 갓 지어진 밥에 김치를 올려 먹거나 매운 소스로 비빔밥을 해 먹는 것과도 같은 시선인 것이다 (+ 프랑스인들은 비빔밥을 간장에 비벼 먹는다는 사실은 안 비밀). 



[사진 1]. 2022년 6월 1일, 파리 1구 튈르리 정원을 나와 8구 샹젤리제 거리로 통하는 길을 산책하면서. 파리는 5월, 6월의 날씨가 가장 찬란하다. 프랑스 국기의 세 색깔이 모두 고르게 나오도록 사진을 여러 번 찍었던 기억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사는 동안에는 '한국인들은 보통 뭘 먹어?'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에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 이미 파리에는 한국 식당이 차고도 넘친다 (+ 물론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간장 비빔밥을 먹으며 '아, 코리안 바베큐~ 너므 맛있어~ 쵝오쵝오'만을 외치기는 합니다만). 둘, 그 사람들에게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K-POP, K-드라마/영화이기 때문에. 


즉, 두 가지 이유를 잘 짬뽕시켜서 다시 쉽게 설명하자면 프랑스인들이 한국 음식을 맛보기까지의 과정이 대충 이렇다는 것이다 : "케이팝/한국 드라마, 영화 너무 재밌다!" 혹은 "한국 사랑하는 내 친구가 그랬는데 블라블라~" > "한국이 궁금해졌어. 한식당은 어떨까?" > "(메뉴판 보며) 이 중에서 뭐가 제일 맛있어요? 아~ 비빔밥~ 매운 건 못 먹으니까 간장 소스로 주세요~" 또는 "식탁 가운데에 뭐 불 뜨겁게 해서 고기 구워 먹는 그런 게 있던데~ 그건 뭐예요? 아~ 바베큐~ 그거 주세요!" > "와~ 뭔데 이렇게 맛있냐?".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프랑스 음식이 아직까진 많이 들어오지 못 했을뿐더러, 솔.직.히! 한국인들에게는 한국 음식이 짱이다! :)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에게 있어 '프랑스? 음식?'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바게트 빵, 와인, 치즈, 마크롱인지 마카롱인지 헷갈려 죽겠는 그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가 전부인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사진 2]. 그 유명한 파리 에펠탑, 2020년 2월 18일. 코로나라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프랑스에도 넘어온 지 얼마 안 됐던 때라, 안 그래도 토론 좋아하시는 프랑스인들, 당시 강제 봉쇄령이 필요한지, 처음 겪는 Covid-19를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각종 TV토론들이 난무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2020년 3월 17일, 대망의 첫 번째 봉쇄령 시작.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 "프랑스에선 뭘 먹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한국인들에게 제대로 알려 주고 싶었다, '빵만 먹진 않아!'. 그리고 나 역시, 내가 경험했던 음식들을 종류별로 현지에서 내가 직접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정리하고 싶었다. 한국 지인들의 질문 공세에 막상 대답하려니 내가 뭘 먹고 지냈는지, 대충 당장 기억 나는 프랑스 음식들 중에서 무슨 음식이 가장 맛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없었다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대강 '아, 나는 양파 스프가 맛있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그런 스프가 아니야, 한번 프랑스 양파 스프라고 인터넷에 쳐 봐' 또는 '나는 파리에 살면서 가장 많이 배우고 맛보길 즐겼던 게 와인이었던 것 같아, 특히 화이트 와인'이라고만 답했을 뿐, 실제로 내가 전통 프랑스 식당이나 여행하면서 맛봤던 여러 프랑스 지역 음식들이 머릿속에 각인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프랑스 음식들에 대한 얘기를,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조심스레 시작해 보려 한다 :) 



Bienvenus, chers lecteurs ! (환영합니다, 내 소중한 독자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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