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벽이 있다
비닐로 된 벽
벽돌로 된 벽
유리로 된 벽
누구는 만날 때마다 차츰 허물었고
누구는 해마다 조금씩 허물었고
누구는 술이 들어갈 때만 허물었다
나는 벽돌벽을 세운 사람을
가장 좋아했다
마음을 터놓은 시간이 쌓이면
벽돌이 한층 한층 사라졌다
비닐 벽을 가진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으나
비닐이 절대 뚫리지 않았다
유리 벽을 가진 사람은
벽을 두드리는 것만으로
내 손에 상처를 입었다
사람들은
벽이 자신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자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만큼
벽의 두께는 두꺼워졌다
벽이 두꺼워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