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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May 07. 2020

한달전화인터뷰#2 지선

아일랜드에서 한식을 요리하고 있습니다

<한달전화인터뷰>는 글쓰기 커뮤니티 <한달>의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전화로 하는 인터뷰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이의 글을 읽고 질문을 던집니다.






인터뷰이 소개



  

이름 : 지선

하는 일 : 아일랜드에서 한식을 요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wltjs3005










왜 인터뷰를 하나요?



스스로 돌아보고, 지금(현재)을 깊이 남기기 위해서


왜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을 깊이 남기고 싶었어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이 스스로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거든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느끼는 감정을 다 남겨놓고 싶었어요. 최근에 서면으로 하는 다른 인터뷰도 했었거든요. 아일랜드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였는데 저에 대해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워킹홀리데이 중이라고 했는데 떠나게 된 계기가 있어요?


대학교 다닐 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바빠서 시도는 안 했었어요. 일을 그만둔 시기에 어떤 일할까 고민하면서 창업 지원서도 내보고 이것저것 했거든요. 워킹홀리데이 찾아보니 모집 기간이라 일단 지원해봤는데 한 번에 된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되기 힘들다고 했는데 가라는 계시인가 보다 하고 왔어요. 저를 되돌아볼 기회가 될 것 같았고, 이 기회에 유럽 여행 한번 하고 돌아오자고 생각했어요.



아일랜드 가서 여행했어요?


네. 연말에 홀리데이 받아서 여행했는데 이제 못 하겠죠. 날씨도 안 좋고 추워서 많이 못 돌아다녔거든요. 일단 일하고 나중에 날씨 좋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다 미뤄뒀는데 아쉬워요.











지선 님의 하루 일과(4/18)



아침(식빵과 홍차) → <한달사이드> 식품 뉴스 관련 글 작성 → 유튜브 영어공부 → <한달스터디> 신청 → 빗소리 듣기 → 일기 쓰기 → 저녁(카레고로케덮밥) → 글쓰기 → 온라인으로 뮤지컬 시청

*<한달사이드> : 한 달 동안 글을 쓰는 정규 프로그램 외에 자유롭게 멤버들이 만들어 진행하는 프로그램


<한달> 프로그램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계세요?


<한달시사이슈>를 4월 중순부터 말까지 했어요. 관심 있는 분야의 뉴스나 시사를 스크랩해서 제 의견을 2~3줄 덧붙이는 거예요. 마지막에 비즈니스 지도를 그리는데 제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됐어요. <한달스터디>도 잠깐 했는데 5월부터 일을 시작해서 끝까지 하지 못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일을 못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다시 시작한 건가요?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가게가 문을 닫아서 아무것도 못 했어요. 사장님께서 사람은 일을 해야 하고 회사는 이어져야 한다면서 5월부터 딜리버리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기존 방식이랑 조금 다르게 일하고 있어요. 장소는 같은데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요리해요. 예전에는 아침 일찍 나가서 오후 일찍 끝났는데 지금은 오후에 시작해서 밤늦게 끝나요.










글쓰기에 관하여




지선 님은 언제부터 글을 쓰셨어요?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한달>하면서 본격적으로 쓰게 됐어요. 30대 돼서 독립 출판하는 게 목표였는데 책을 읽기만 하고 글을 쓴 적은 한 번도 없더라고요. 지금 시간이 많으니까 이때 글쓰기 습관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어요. 나중에 어떤 책 출판하고 싶은지 정리하고 글 쓰는 연습도 해야겠다 생각해서 <한달>을 통해 매일 글 쓰고 있어요.



출판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을 때 분야는 정하지 않고 그냥 책을 쓰고 싶었던 거예요?


처음에는 요리 레시피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까 아직 그쪽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쓰고 싶은 주제가 바뀌었는데, 독립출판을 좋아해서 제 생각이 담긴 글을 더 적고 싶어 졌어요.



일에 관련된 글보다는 지선 님의 생각을 담은 글이요?


네. 읽으면서 위로도 많이 받고 동기 부여도 얻었거든요. 남들이 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독립출판 좋아하는데 책 추천해주실 수 있어요?


'순간을 대하는 태도'라는 시집이 있어요. 여행 다닐 때마다 들고 가서 10번 넘게 읽었는데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가 많아요.



글 쓰면서 어려운 점 있어요?


솔직하게 써야 하는데 꾸며내서 썼던 적이 있어요. 그걸 느끼면 '이러면 안 돼'하고 지우고 다시 시작해요. 매일 글 쓰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꾸며 낸다는 게 없는 얘기를 지어서 쓰지는 않았을 텐데 자신이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숨기는 건가요?


네. 맞아요. 저의 약점을 숨기거나 글로 써도 다 표현하지는 않았어요. 남들이 다 보는 글이라 많이 의식했는데 지금은 자기발견을 통해서 다 드러내고 나니까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는 거예요. 예전보다 글 쓰는 게 많이 수월해졌어요.



글 쓰고 나서 좋았던 점 있어요?


저의 인생과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제가 쓴 글 다시 읽어 봤는데, 최근에 쓴 글인데도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낯설고 신기했어요. 시간이 몇 년 지나서 글을 다시 읽으면 감회가 더 새로울 것 같아요. 내가 20대 때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고요.










지선 님의 글을 읽고



<30. 보름달이 떴다!>

<한달>에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지난 한 달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첫 라이브였다. 생각만큼 너무 떨렸지만,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시는 동료분들이 있어서 무사히 해냈다. 앞으로도 기회가 생긴다면 또 신청해서 라이브를 여유 있게 해내고 싶다!

원문 : https://blog.naver.com/wltjs3005/221908137230


저랑 같은 날 <한달라이브톡> 하셨잖아요. 준비할 때 기분 어땠어요?

*<한달라이브톡> :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활용해 주어진 시간 동안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며 멤버들과 만나는 시간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안 떨렸거든요. 평소에 라이브톡을 잘 챙겨 봤었는데 10분이 금방 지나가는 거예요. 어렵지 않겠다 했는데 30분 남았을 때부터 긴장됐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들이랑 라이브톡 켜서 수다 떨었어요. 5분 남았을 때는 너무 준비 안 된 기분이 들어서 초조해했는데 바들바들 떨면서 무사히 끝냈어요.



대답은 미리 준비해놓으셨어요?


네. 미리 준비 안 해 놓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스타일이에요. 대학교 때 발표하는 날은 무조건 대본 쓰고 계속 시뮬레이션하고 갔는데도 막상 그 상황이 오면 아무 생각이 안 날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어떤 이야기를 할지 준비하고 말하는 편이에요.



라이브톡 할 때 기분 어땠어요?


처음에는 정신없어서 얘기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동료분들이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시니까 자신감을 얻어서 준비한 질문 하나하나 대답한 것 같아요. 반응을 잘해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어요.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했잖아요. 신청할 때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내향적이긴 한데 스스로 후회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하고 후회하자’는 마음으로 신청했어요. 라이브하고 나니까 후회도 없고 좋더라고요. 다음엔 어떻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항상 무언가를 하면 얻을 수 있는 게 있어서 내향적이라도 나서서 해보는 것 같아요. 잘 못 하는 것도 해보면 내가 어느 점이 부족하고 어떤 면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00. 마음가짐 준비>

<한달>에 참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신감 넘치고 스스로 마음에 드는 내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달쓰기를 통해 나를 나타내는 용기를 가졌다면, 이번 <한달>에서는 나를 알고 자신 있게 표현하는 내가 되고 싶다.  

원문 : https://blog.naver.com/wltjs3005/221854331082


이때 자신감이 부족했어요?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할 때가 많아요. 지금도 하는 일이 재밌어서 즐기면서 하고 있는데도 자신감 떨어질 때가 많거든요. 내가 이걸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욕심 때문인데, 제가 상상하는 것만큼 잘 해내지 못한다는 마음이 들면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 일기 쓰면서 '힘내! 응원해!' 이렇게 스스로 혼자 응원하고 용기를 주곤 해요. 이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내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해요.










<02. 호수>

돌이켜보면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은 두려워하지만 주인공이 되는 건 꽤나 부러워했었다.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라는 질문에 대하여 많이 고민을 하다가 평범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이유는 매우 평안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정말 운이 좋게도 원하던 학교와 직장에 다녀볼 기회가 있었고 지지해주는 가족들을 만나 큰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왔다. 그러나 이 평범함의 소중함을 모르고 익숙해진 나머지, 나의 평범함을 탓했던 경험들이 많았다. 크게 잘하는 것 없이 무난한 삶을 살아오면서 그동안 너무 특별함만을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문 : https://blog.naver.com/wltjs3005/221858925876
감사일기와 일기장 사진, 매일 쓰는 기록들


왜 주인공이 되는 게 부러웠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보든 나의 시선으로 보는 거니까 인생이 자기 시점에서 흘러가잖아요. 제 인생 속에서는 제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많은 거예요. 특히 학창 시절에 많이 느꼈어요. 활발한 친구는 많은 친구랑 어울리고 모든 친구가 걔를 좋아하고 이런 걸 많이 부러워했어요. 저는 조용하게 학교 생활해서 있는 듯 없는 것처럼 다녔거든요. 나도 저렇게 활발했다면 친구들 사이에서 하하 호호 웃으면서 주인공처럼 살 수 있었을까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 영향 때문에 주목받는 일이 있으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들한테 저라는 존재가 인식될 때 기분이 좋아요.



자신의 눈에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한 가지를 특출 나게 잘하는 사람들이요. 그림을 잘 그린다든지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다든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명확한 친구들이 특별해 보였어요. 학창 시절에 큰 목표도 없고 공부에 흥미도 없었거든요. 태권도나 피아노, 미술 같은 걸 배워도 금방 지겨워져서 그만두고 잘하는 게 없었어요. 조금만 더 버티고 더 해 볼걸. 이런 후회를 많이 했어요. 끈기가 부족한 저를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요리를 하고 있잖아요. 요리를 잘하게 되면 자신이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런 건 아니에요. 사춘기 시절에 했던 생각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이제는 악기를 다루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그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은 평범함이 좋아요?


네. 지금은 평범함이 좋아요. 가족들이랑 함께하는 시간이나 큰 어려움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그런 사소한 것에 대해 감사하기 시작하면서 평범함을 고맙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시기가 있어요?


네.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자원 활동을 했어요. 매일 저녁마다 활동했던 언니 오빠들이랑 같이 일상에 감사했던 점을 얘기했어요. 이 사람은 이런 사소한 거에도 감사함을 느끼는구나. 왜 나는 이런 거에 감사를 못 느끼고 있었지? 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지금 내가 별문제 없이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두 손이랑 발이 있는 것도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가 큰 계기가 됐어요.



감사일기를 썼었는데 안 쓰면 그 마음이 또 사라지더라고요. 어떻게 마음을 유지해요?


살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서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이 사라질 때가 많잖아요. 물론 저도 힘든 일이 있으면 더 그렇게 되는데 감사함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생각해요. 이러면 안 된다고 저를 일으켜 세워요. 그럴 땐 일기가 가장 큰 힘이 돼요. 나는 이런 거에 쉽게 무너지면 안 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건강한 내가 있다고 자신을 격려해요.









<13. 가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향적인 나를 인정하고,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에게 좀 더 집중하는 것.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까지 얻으려 스스로 가면을 쓰지 않는 것. 그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내 색깔이 나타나는 가면을 쓰는 것.

원문 : https://blog.naver.com/wltjs3005/221878268685


내향적인 자신을 부정한 적 있어요?


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일부러 밝은 척한 적도 있고 상대방의 태도가 불편하게 느껴져도 드러내지 않은 적이 많았어요. 안 되는 부분을 억지로 바꾸거나 숨기려고 하니까 제가 너무 힘들어지더라고요. 나는 이런 성격이라고 인정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지니까 그게 저를 지켜내는 방법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활발해지면 더 자신감이 생길 거고, 밝은 성격이면 더 사람들이랑 쉽게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느 순간 내가 억지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있는 모습 그대로 지내도 충분하다고 느꼈어요.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네. 사실 지금도 이런 성격이 마음에 안 들긴 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게 모르는 사람한테 조금 더 쉽게 말을 걸 수 있게 됐어요.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까지 얻으려 스스로 가면을 쓴 적 있어요?


네. 제가 듣기에 불쾌한 이야기를 해도 말하지 않고 감정을 숨겼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날 좋아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지는 않았어요. 상대방이 저를 별로 안 좋아하면 어쩔 수 없다고 넘기긴 했는데 그래도 날 좋아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지금은 기분 나쁜 게 있으면 얘기해요?


네. 지금은 얘기하는 편이에요. 저도 놀랐던 게 직장에서 불쾌하게 느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바로 기분 나쁘다고 사과하라고 말했거든요. 그때 되게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내 색깔이 나타나는 가면을 쓴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자기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스스로 허용할 수 있는 선에서 가면을 쓰는 거예요.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거나 인간관계를 만들면서 가면을 쓸 수밖에 없잖아요. 제가 용납할 수 있는 선, 크게 변하지 않는 선에서 가면을 쓰는 거예요. 제 성격을 속이거나 가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고 해요.










<24. 내가 드러나는 목적>

[당신 삶의 기반을 생각하고 목적이 제공하는 렌즈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보라.  그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매우 다른 영향력이 보인다] 211p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때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타인에 미치는 기여도'라고 할까. 궁극적으로 나를 가장 움직이게 만든 건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생계가 어려운데 그 속에서 음식의 다른 의미를 찾아내고, 라이프스타일을 운운한다는 게 굉장히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음식이 가진 힘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런 방식은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해봐야겠다.

원문 : https://blog.naver.com/wltjs3005/221897984193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자신한테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성격이랑 연관 있는데 주인공이 되는 걸 즐긴다고 했잖아요. 타인에게 제 존재가 인식될 때를 좋아하는 마음이랑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음식을 나누는 사람’이거든요. 요리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제가 하는 음식을 다른 사람이 먹었을 때 그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이랑 연관될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요리 만드는 시간보다 먹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훨씬 즐거워요?


네.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요리를 먹고 행복해하는 게 좋아요. 다른 사람이랑 함께 음식을 먹는 시간도 좋아해요.



직접 요리하지 않고 사 먹는 것도 상관없어요?


네. 밖에 나가서 사 먹을 때, 집에 초대받아서 먹을 때, 집에서 가족들이랑 먹을 때 다 좋아해요.



누군가와 만나서 밥 먹는 시간이 자주 있잖아요. 어떤 점이 좋은 거예요?


사람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삼시 세끼를 먹잖아요. 그 이외의 시간에는 각자 일상을 살다가 밥 먹는 시간에 모여서 한 식탁에 앉아 자기 일상 얘기하고 시시콜콜한 농담 하면서 먹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일단 음식이 맛있으면 기분 좋아지고, 배도 채워지고 마음도 채워지는 시간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시간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요즘은 혼밥, 혼술 문화가 많아졌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문화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마음이 아파요. 다른 사람들도 의식적으로 그런 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즐거움을 느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그 사람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생각들을 띄우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고, 힘든 일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한 사람의 인생이 더 좋은 길로 나아가도록 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그런 방향에 있어요. 그래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사회적 기업과 음식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혼합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봉사 쪽이나 교육 쪽에도 관심이 있어요. 아일랜드에 있는 동안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그런 곳에서 일할지 궁금해서 봉사 신청을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못 하고 갈 것 같아요.









<09. 인생의 변곡점>

2. 작은 바늘을 만나다
(중략) 일을 하다가 이미 희망에 부풀어 올라 두둥실 떠다니는 나에게 작은 바늘이 하나 꽂혔다. 그 작은 바늘은 나에게 아주 작은 구멍을 내었지만, 나는 점점 힘을 잃어 회의감을 느끼며 현실만을 생각했고 땅에 착지하고는 다시 떠오를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인내심이 부족하다며 나를 탓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큰돈을 잃었다거나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좌절'을 극복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나도 스스로 인정하고자 마음먹고 두려움 없이 다른 곳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다짐했다.

원문 : https://blog.naver.com/wltjs3005/221870772193


작은 바늘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중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푸드스타일리스트)을 대학교 때 시작했어요. 열정이 흘러넘쳐서 하루에 14시간씩 일하고 돈도 안 받고 일했거든요. 선망하던 곳에서 일했지만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의 환상이 무너지는 순간을 바늘이라고 표현한 것 같아요. 풍선처럼 희망에 가득 차고 열정에 부풀어 있는 저를 풍선에 비유해서 그 작은 바늘이 저한테 꽂혀서 서서히 힘을 잃었다고. 제가 즐거워서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분간이 어려웠어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도 컸는데 그 작은 바늘을 통해서 깨닫기 시작한 거죠. 그때는 내가 이걸 꼭 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전에 이 일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건가요?


네. 몇 년 동안 생각만 하다가 해 본 거니까 이왕 할 거면 끈기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지가 일하면서 느꼈던 스트레스나 부담감, 회의감 같은 걸 다 억누르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하고 싶었던 열정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안 좋은 감정은 다 묻어 버리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 그만둔다고 말한 거예요?


학교 복학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됐어요. 일을 시작하면서 부담감이 있어서 졸업하고 해도 되는데 휴학하고 일을 했거든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돌아갈 곳이 있는 방패막이를 하나 마련해둔 거죠.



원래는 복학을 안 하고 계속 일하려고 했었어요? 아니면 복학 후에 졸업하고 다시 할 생각이었어요?


졸업하고 다시 일할 생각이었어요. 한 학기 남겨두고 있어서 졸업하고 다시 서울 가서 시작하자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복학하고 생각 정리를 하다가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방향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다른 방향을 찾게 된 거죠. 처음 시작했던 이유인 음식이나 음식 사진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이나 행복을 주기 위한 마음은 그대로니까 실현 방법을 바꾼 거라고 생각해요.



지선 님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네. 왜냐하면 주 고객이 제가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일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였거든요. 그 일 하면서 내가 맞춰야 될 사람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진을 의뢰한 클라이언트인 거예요.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그 자리에 오지 않은 상사의 컨펌을 받기 위해서 기다린다던가, 그 사람에게 맞춰 하나하나 바꿔야 된다던가 하는 일이 많았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한 느낌은 어때요?


글 읽어 주시고 질문을 만들어 주신 게 큰 감동이었어요. 공통 질문으로 모든 사람을 인터뷰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제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대답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제 대답이 계속 달라질 것 같아서 오늘 해 주셨던 질문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중간중간 공감해주셔서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후 느낀 점



1. 인터뷰하기 전에 지선님 글을 읽으면서 나랑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는데, 실제로 대화해보니 더 그랬다.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서 새학기 때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 재잘재잘 수다 떤 기분이었다.


2. 지선님은 '하고 후회하자'는 생각으로 겁은 많지만 우선 해본다고 했다. 하고 나면 꼭 얻는 게 있고 뭐가 부족한지라도 알게 된다고. 생각이 많아 쉽게 행동을 못하는데 내 삶에 이런 태도를 적용해서 살아가고 싶다. 일단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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