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 그래픽 취업 준비 중
이름 : 은하
하는 일 : 모션 그래픽 취업 준비 중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wonderfulworld_1125/
인터뷰하면서 또 다른 저의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어요?
살면서 인터뷰라는 걸 해 보기가 쉽지 않잖아요. 딱 한 번 MBC 생방송 화제집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제가 다녔던 대학교 과가 독특해서 취재하러 왔는데 붙잡혀서 즉석에서 인터뷰했었거든요. 그때 빼고는 해 본 적 없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진 님의 글을 읽어보긴 했지만 어떤 분이신지도 인터뷰 통해서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인터뷰하면서 제가 몰랐던 저에 대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첫 번째로 신청해주셨는데 어떻게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하셨나요?
<한달놀이터>에 올라온 인터뷰 모집 글을 보자마자 '이거 재밌겠다. 내가 첫 번째로 해야지.' 하고 신청했는데 정말 처음인지는 몰랐어요. 제가 되게 엉뚱한 호기심이 많은 33살이에요. 평소에 공부하거나 집안일할 때는 행동이 되게 느려요. 추진력이 없어요. 흥미롭다고 생각한 일은 추진력이 되게 빨라요. 그래서 이벤트 응모해서 당첨된 적이 많아요.
*<한달놀이터> : <한달>의 모든 멤버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카카오톡 채팅방)
어떤 계기로 <한달>에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친구가 <반달쓰기> 지원하고 싶다고 저한테 링크를 보냈어요. <한달> 홈페이지를 둘러보니까 멋있는 거예요. 지원하면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제가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글을 못 쓰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지원했어요.
*<반달쓰기> : <한달>의 멤버가 되기 위한 입문 과정. 10일 동안 글을 매일 쓴 사람만 <한달>에 참여할 수 있다.
<01. 당신은 당신 자신으로 살고 있나요?>
다시 옛날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물감과 붓을 맘껏 사고 싶었던 어린 소녀는 어른이 되어 돈을 벌게 되었지만 더 이상 기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18년 전 미술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저보다 훌륭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리고 본인의 그림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에 절망하여 붓을 놓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노력했다면 지금과 많이 달라진 삶을 살 수도 있을 텐데 저에게 그림은 그 당시 ‘오직 남들보다 잘 그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진정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기쁨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지금은 붓과 물감과 색연필을 살 수 있어도 그림을 그리기 두렵습니다. 잘못 그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림엔 정답이 없는데 말이죠.
원문 : https://blog.naver.com/wonderfulworld_1125/221857245853
언제부터 그림을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술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건 11살 때였어요. 어렸을 때는 혼자 그림을 그렸으니까 잘 그리는 사람들의 그림을 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 내가 생각하고 보는 걸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도화지에 채우는 그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중학교 때부터 각종 공모전에 참여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림 실력을 늘리는 것보다 수상에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이상하게 공모전에 참여하면 나가는 곳마다 상을 받아서 중학교 3년 동안 상을 40여 개 수상했어요. 교내 미술 선생님이 제 의사와 상관없이 미술 대회에 보내셨어요. 막상 대회에 나가면 저보다 뛰어나게 잘 그리는 아이들하고 대면하게 되는데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깨달은 거죠. 자신감을 잃고 그림에 대한 즐거움을 못 느끼게 된 거예요. 즐거운 행위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느껴졌어요.
대회에 안 나가고 싶어도 나가야 했어요?
네. 심지어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도 수업에 참여하지 말고 대회에 나가라고 했어요. 저한테 허락도 구하지 않으셨어요. 어린 나이인데도 화가 났어요. 그런 와중에 부족한 실력을 스스로 깨달으니까 그림 그리는 게 두렵고 싫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으면서 자신이 재능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상 받는 것도 줄어들었어요. 대상, 금상, 최우수상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서 입상까지 받게 되는 거예요. 이게 진짜 내 실력이라고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대회 나가고 상 받을 땐 즐거웠어요?
네. 아이디어 내는 것도 재미있고 밤새면서 공모전 준비하면서 되게 즐거웠어요. 이제는 부담감이 들어요. 일반인 대상으로 개최하는 공모전이 많아요. 참여하면 될 것 같다 싶으면서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제시간에 끝낼 수 있을까, 퀄리티가 높게 나올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서 시작을 못 하겠어요.
중학교 2학년 이후로 계속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전까지 저의 인생은 그림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림이 없는 인생에서 삶의 목적을 잃은 거예요. 나는 이제 그림도 잘 못 그리고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데 난 뭘 위해 존재하고 앞으로 뭘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그래서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로 살았었어요.
<15. 지갑이 사라졌다>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컨셉 디자인 일을 하였는데, 나는 그림 실력도 좋지 않은데 디자인 실력도 좋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매일 오후 4시쯤 한 사람 당 3장 이상의 컨셉 이미지를 제출하고 그것에 대해 회의를 합니다. 회의 멤버는 감독님, 기획팀 차장님, 디자이너들, 그리고 간혹 콘텐츠팀 팀장님이나 3D 애니메이션팀 팀장님도 포함됩니다. 이렇게 경력 많고 능력 많은 여러 사람들 앞에 매일 그림을 평가받는데,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습니다.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았어요. 그러나 돌이켜 보면 끔찍한 상황이긴 해도 이렇게 평가를 받는 기회를 얻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 가서 경력자들에게 그림을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그때의 경험이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움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아직은 누군가의 평가가 무섭게 느껴지지만, 몸에 좋은 쓴 약이라 생각하며 발전하고 싶습니다.
원문 : https://blog.naver.com/wonderfulworld_1125/221882083356
그림을 평가받을 때 상황을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 제작 부서에서 캐릭터 컨셉 디자인을 했어요. 아이디어 회의 후에 언제까지 어떤 그림을 그리라고 해요. 원래는 3일에 한 번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하루에 한 번씩 컨펌을 받기 시작했어요.
아침 9시 반에 출근해서 오후 4시까지 한 사람당 최소 그림 3장을 그려야 해요. 오후 4시쯤 감독님이 계시는 방에 들어가요. 저를 포함해서 컨셉 디자이너가 3~4명 있었어요. 감독님이랑, 기획 차장님, 3D팀 감독님 다 모여서 디자이너들이 그린 그림을 토대로 회의를 시작해요.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분들이 예고, 예대 나오신 분들인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엘리트였어요. 실력이 너무 뛰어난 분들 사이에서 기초도 모르는 애가 매일 설득력 없는 그림을 그려 오니까 팀장님이 아예 제 그림을 가리시더라고요. 감독님도 제 아이디어를 보고 되게 탐탁지 않아하셨어요. 매일 마감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이디어가 제대로 안 나오는 것도 불안하고,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림을 설득력 있게 그리는 것도 힘들었어요. 회사 다니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매일 평가를 받았는데 10개월 동안 좋은 결과를 받은 적이 한 번 빼고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림을 들고 갈 때 마음이 어땠어요?
자기 비하가 심했어요. 이미 다른 디자이너들의 그림 실력을 알잖아요. 옆에 있으니까 그림이 보이는데 나는 결과물 이렇게밖에 못 냈는데 어떡하지 싶었어요. 또 좋은 소리 못 들을 텐데, 다들 아무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저를 안 좋게 생각할 것 같은 거예요. 여기 계속 다니는 게 맞는지 나를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안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았거든요. 그 회사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을 만든 회사였어요.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유명한 회사예요. 꿈을 이룬 거나 마찬가지인데도 회사 다니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지금은 하는 일을 모션 그래픽으로 바꿨잖아요. 평가받는 일이 전보다는 더 편해졌어요?
모션 할 때도 아트웍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해서 그림 그리는 과제를 학원에서 많이 내줬어요. 항상 다른 수강생들이랑 선생님들이 칭찬을 많이 해 주시는데도 마음이 찝찝한 거예요. 학원 친구들은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고, 선생님도 그림을 많이 그려본 분이 아니거든요.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그리는 것뿐이지 뛰어난 실력을 가진 건 아니기 때문에 칭찬받아도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평가받을 때 두려움을 많이 느껴요. 안 좋은 소리 들을까 봐 겁부터 먹게 되더라고요.
상대가 누구든 평가를 받을 상황이 오면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네. 언제부터인가 그림을 떠나서 누군가 조언해 주거나 가볍게 말하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끼게 됐어요. 남자 친구나 대학 친구들, 정신과 상담해주는 선생님께서 타인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해 주거든요. 그 말을 계속 기억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고 보는 눈이 다르잖아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꼭 정답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마치 그게 정답인 것처럼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여겨 왔던 거예요. 이러지 말아야지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에 친구가 그런 말을 해줬어요. 누군가 내게 하는 말이 정답이 아니라고요. 타인이 하는 말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진짜 기준은 나 자신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위안을 받았어요.
<08. 높은 기대치와 내 모습>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다.
-게으르다.
-충동적이다.
-나이가 왜 이리 많이 들었지?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왜 이리 하는 일마다 퀄리티가 높지 않은 걸까?
-나랑 같이 있는게 재미없고 심심하면 어쩌지?
원문 : https://blog.naver.com/wonderfulworld_1125/221869426337
어떤 상황에서 '나랑 같이 있는 게 재미없고 심심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해요?
남자애들이랑 같이 있으면 이런 생각을 전혀 안 해요. 남자애들이랑 얘기할 때는 편하거든요. 유머 코드도 잘 맞아요. 또래 여자애들이랑 있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괜찮은데 또래 애들이랑은 얘기하기가 어려워요. 제가 유치원 때부터 여자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거든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별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어요. 가만히 있으면 저를 막 때리거나 괴롭혔어요. 그러다 보니 또래 여자애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인기 있는 드라마를 보거나 하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만 푹 빠져있다 보니까 공통된 대화 주제를 찾기 힘들어요. 우연히 어울리게 되면 내가 친구들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재미없어서 기분 나빠할까 봐 두려워요. 나랑 안 어울려주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들어요.
또래 여자애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을 싫어할 것 같아요?
네. 이상하게 대학 친구들은 안 그랬어요. 대학 친구들은 성향 자체가 비슷한 애들끼리 모여있다 보니까 그 친구들이랑 어울릴 때는 그런 게 없고 정말 편했어요. 대학 친구들하고는 10년이 넘었는데도 잘 지내고 있어요. 고민거리도 다 털어놓고요.
친하지 않은 사람이랑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네. 아예 처음 본 사람한테는 두려움이 없는데 한두 번 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한테 두려움을 느끼는 거예요. 이 사람이 나랑 어울리다가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나랑 거리 두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어떤 마음에 가까워요? 모두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와 모두가 날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미움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09. 나는 원래 파스타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제는 라면 대신 먹어.>
중학교 2학년. 아버지께서 이직을 하시면서 30평대 아파트에서 방 두 개의 월세집으로 이사 가게 되었다. 5명의 가족들이 살기에는 무척 좁은 집이었다. 학원비마저 점차 밀리기 시작하니 선생님 얼굴을 뵙기가 죄송했다. 그리고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에 그림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다. 연필을 잡으면 저 하얀 스키치북에 뭘 그려야 할지 몰랐다. 선생님은 지금 당장 학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학원일을 도우며 계속 그림을 배우길 바라셨다. 하지만 나는 학원에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쳤다.
원문 : https://blog.naver.com/wonderfulworld_1125/221871221493
미술학원을 그만둘 때 마음이 어땠어요?
스스로가 너무 싫었어요. 학원비를 안 내주신 부모님도 원망했었고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제 환경도 원망했었고 선생님은 분명 끝까지 저를 챙겨 주셨는데 그걸 뿌리치고 도망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운 거예요.
대학교 때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했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제 미니홈피에 방문해서 잘 지내냐고 글을 올리셨어요. 항상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왜 말없이 갔냐고 하셨어요. 그 당시에는 도저히 그 글에 대답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이라면 당장 선생님께 연락해서 잘못했다고 사과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은 저를 정말 사랑해주시고 잘해주셨는데 제가 너무 어리석은 행동을 했었다고, 선생님하고 다시 그림 그리고 싶고 선생님께 공부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부모님께 인정받지는 못했어요. 부모님도 저를 많이 사랑하셨겠지만 표현을 잘 못 하는 분들이셨어요. 그래서 제 감정을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지 못했는데 선생님께는 할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 슬프거나 재미있었던 일도 부모님께 얘기하듯이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그 시절의 저를 정말 많이 챙겨 주시고 아껴 주셨어요. 진심으로 저를 사랑해주신 분이 그 당시에는 선생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죄송하고 그리운 마음이 커요.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요?
네. 선생님 이름이 흔해서 SNS에 검색해도 안 나오더라고요. 선생님 성함만 알고 나이를 몰라요. 정보가 부족하니까 찾기 어려운 거예요. 제가 빨리 잘 돼서 유명해지면 선생님을 찾아봬야겠다, 유명해지면 찾기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선생님께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드셔서 저한테 편지를 쓰셨거든요. 그걸 아직도 갖고 있어요. 선생님이 보고 싶을 때마다 그걸 봐요.
선생님 만나면 하고 싶은 일 있어요?
선생님이 영어 공부를 가르쳐주셨거든요. 제가 항상 보충반에 들어갈 정도로 영어를 못했어요. 선생님은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 사셔서 영어를 잘하셨어요. 영어랑 수학, 음악 등 제가 못하는 과목을 가르쳐 주셨는데 제가 못하면 딱밤을 때리셨거든요. 그게 진짜 아프거든요. 만약에 선생님이 딱밤을 때리신다면 기꺼이 제 이마를 내놓으려고요. 얼마든지 속상하신 만큼 때려 주세요.
**이 글을 읽는 분 중 선생님을 아시는 분이 있으면 댓글 남겨 주세요!
선생님께서 운영하신 미술학원의 이름은 <J미술학원>입니다. 선생님의 성함은 '강수진'입니다. 저는 이 학원을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다녔습니다. 이 학원은 경기 광주 탄벌동 동보아파트 상가 2층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학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는 연락드릴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00. 당신은 누구인가요?>
어딘가에 계시는 선생님께. 한밤 중,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누워있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숨 막히듯 가슴이 답답해지자 자살방지상담센터에 전화하였습니다. 상담사 분과의 긴 상담을 통해 진정하고, 다음날 추천해주신 병원을 가 현재까지 치료를 위해 다니고 있습니다.
원문 : https://blog.naver.com/wonderfulworld_1125/221855412024
선생님(미술학원 선생님)께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쓴 이유가 있어요?
내가 나한테 글을 쓰면 자기 비하만 늘어놓을 것 같은 거예요. 제가 유일하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선생님이거든요. 중학교 2학년 이후로 연락이 두절돼서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시잖아요. 선생님께 그동안 제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고백하는 식으로 글을 쓰면 제가 몰랐던 부분이나 무의식적으로 감췄던 부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전화한 걸 보고 용기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떤 마음이었어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보통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사실은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잖아요. 제대로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그런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든 뭐 하나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전화한 것 같아요.
전화하던 그 날은 언제예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어머니가 남동생을 데리고 이혼하자마자 바로 외가로 가셨어요. 저랑 아버지만 남게 됐어요. 아버지는 같이 있기에 너무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린 거예요. 모은 돈이 얼마 없었지만 큰외삼촌께 돈을 빌려서 보증금을 마련해서 급하게 이사를 했어요.
이사 가서 자려고 혼자 방 안에 누워 있는데 온갖 생각이 드는 거예요. 부모님이 이혼하신 거, 아버지가 이상하게 변한 거 모든 게 다 내 탓이 아닌가. 저의 잘못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고 답답한 거예요. 안 좋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죽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가 죽으면 엄마가 너무 슬퍼하실 거고 남자 친구도 친구들도 슬퍼할 테니까요. 여태까지 살아온 게 허무할 것 같고 선생님도 죽기 전에 봬야 할 것 같고요.
전화했는데 받아 주신 분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웠어요. 그분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제 얘기를 차근차근 들어주시면서 제 문제점을 얘기해 주셨어요. 은하 씨는 상자가 있으면 빈 상자에 쓸데없이 고민을 끝없이 넣는 타입이라고,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데 일부러 고민을 만들어서 그 상자를 채우는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들어보니 맞는 것 같은 거예요. 저를 좀 진정시킨 다음에 제 위치를 물어보시고 가까운 병원을 말씀해 주셔서 그때부터 병원 진료를 받았어요.
<18. 나에게 최우선의 일이란.>
내가 해야 할 일을 나열해 봅니다. 그중에서 정말 중요한 일만 남겨 봅니다.
-우울증 극복하기
-모션 그래픽 분야로 취업하여 전문가로 성장하기
원문 : https://blog.naver.com/wonderfulworld_1125/221887505452
지금은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직도 안 하고 있어요. <한달자기발견>을 하다 보니까 같이 하시는 분들이 너무 글을 잘 쓰는 거예요. 글 욕심이 나는 거예요. 누군가 더 많이 좋아요를 눌러 줬으면 좋겠고요. 글을 수정하고 잘 썼는지 몇 번씩 확인하고 그러니까 시간이 다 가요. 생각해보니 다 부질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주부터 미리 노션으로 해야 할 목록을 만들고 다음 날 실행한 내용을 블로그에 쓰고 있어요. 그중의 하나가 아트웍 작업 올리는 거예요. 기존에 작업한 게 하나 있어서 그걸 오늘 안에 올리고 내일부터는 다른 아트웍을 작업해서 며칠이 걸려도 완성을 시켜서 올리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트웍이 완성되면 영상으로 만들어 보려고요. 뭐라도 이미지 소스가 하나 있으면 모션을 제작하기 쉬우니까요. 그렇게라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모션 그래픽 회사 취업은 가슴 설레는 목표인가요? 취업해서 일할 생각을 하면 설레나요?
모션 그래픽 쪽이 박봉이거든요. 밤새는 건 기본이고 집은 옷을 갈아입는 곳이고 회사엔 라꾸라꾸가 있고 샤워실이 있어요. 급여가 200 안 되는 곳도 엄청 많아요. 모션 회사에 취직하면 제가 원하는 작업물보다는 광고 영상이나 기업에서 의뢰하는 캠페인 영상 일을 위주로 하게 될 거예요. 시간에 쫓겨서 빠르게 만들어야 해요. 이미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 취업을 안 했는데 진이 빠지는 거예요. 그래도 영상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모션 그래픽으로 취업하고 싶었어요. 돈은 벌고 싶고 남들한테 '나 이런 일 해.'라고 말하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정말 하고 싶은 건 뭐예요?
그림을 그려서 모션으로 만든 다음에 그라폴리오(크리에이터의 작품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나 제 SNS에 올리면서 공유하는 게 제 꿈인 것 같아요. 그게 제일 하고 싶은 거예요.
아무 일 하지 않아도 매월 500만 원의 돈이 들어온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그라폴리오나 노트폴리오처럼 나의 커리어를 증명해줄 수 있는 곳에 작품을 계속 올리면서 돈을 벌고 싶어요. 500만 원은 저축하고요. 돈을 모으면 계속 불리고 싶은데 항상 일하는 회사마다 돈을 제대로 안 주시더라고요. 급여가 밀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적금 깨는 걸 밥 먹듯이 해서 돈을 제대로 모아본 적이 없었어요. 최근에 퇴사한 회사는 영상이나 모션이랑 전혀 상관없는 곳인데 급여를 밀리지 않고 줘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았어요. 보증금 마련하고 삼촌께 빌린 돈도 갚고 학자금도 갚고 했는데 남는 게 없더라고요. 누군가 나에게 월 500만 원을 준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노후 대책을 위한 저금을 하고 싶어요.
모션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끈기가 필요하잖아요. 힘들지는 않아요?
진짜 힘들죠. 과정이 고통스러워요.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에러가 많이 나요. 막상 결과물이 나오면 완벽하지 않아도 내 새끼 마냥 계속 보게 돼요. 이걸 정말 내 손으로 만들었단 말이야?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해요. 0에서 1이 생긴 거니까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보람을 많이 느껴요. 이전에 다녔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작업했던 걸 지금 보면 흑역사긴 해도 내가 이렇게 그렸었구나 싶고 지금보다 잘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 걸 보면 과정이 힘들어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을 해요.
인터뷰한 느낌은 어때요?
제가 고민해왔던 걸 유진 님께서도 생각하셨다는 게 놀라웠어요. 현재 상황에 대한 고민이나 문제점을 오늘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자 친구 하고도 말 못 한 부분이 있었는데 유진 님한테 다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글에 나오는 내용은 부모님한테도 말 못 한 부분이거든요. 최근에서야 남동생한테만 얘기를 했어요.
<한달자기발견>은 얼굴을 안 보고 사이버 공간에 글로 쓰는 거니까 솔직하게 얘기를 했는데, 이렇게 목소리로 통화하면서 털어놓은 건 병원 선생님 빼고 유진 님이 처음이에요. 이야기하니까 마음이 편하기도 해요. 블로그에 글을 쓰긴 했지만 제가 쓴 글을 다 기억할 수는 없잖아요. 잊고 있던 부분인데 글을 읽고 질문해주시니까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해요.
1. 나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 그림 그리는 친구들의 마음을 몰랐다. 내가 보기에 잘 그리는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기 그림에 자신 없어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의문이 들었다. 그림을 1등으로 잘 그려야만 하는 걸까? 내 분야가 미술이 아니어서 그 마음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시험 보면 1등이 되고 싶었으니까.
2. 공부를 하든 예체능을 하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상위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슬펐다. 최상위권은 극소수인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좌절감을 느끼며 살아갈까. '경쟁하지 말고 나만의 길을 가라'고 각자에게 정신과 마음을 수련시키는 것이 근본적이 대답이 될 수 있을까.
3. 은하님과 가장 공감하며 나눈 이야기는 '할 일의 우선순위'였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다. 해야 할 일을 가장 뒤로 미뤄두고 하고 싶은 일부터 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된다. 자려고 누우면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든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히 살아도 중요한 일을 하지 않으니 인생이 불만족스러웠다. 매일 아침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겠다.
4.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편안했다. 나를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긍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힘든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