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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May 11. 2020

한달전화인터뷰#4 BK

<한달> 대표이사 / 에어비앤비 호스트 / 판을 벌이는 사람

<한달전화인터뷰>는 글쓰기 커뮤니티 <한달>의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전화로 하는 인터뷰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이의 글을 읽고 질문을 던집니다.






인터뷰이 소개



이름 : BK

하는 일 : <한달> 대표이사 / 에어비앤비 호스트 / 판을 벌이는 사람

글 쓰는 곳 : https://brunch.co.kr/@188cm-kim, https://www.facebook.com/188cm.kim










왜 인터뷰를 하나요?



인터뷰를 해 본 적은 많지만 받아본 적은 거의 없음. 타인의 질문을 통해 나를 객관화시키고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고 싶음.


어떤 이유로 인터뷰를 많이 해봤어요?


일단 저는 호기심이 많고 사람들에게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는 스타일이에요. 예전에 기자 했을 때도 20~30대에 창업한 CEO 인터뷰를 맡아서 했었어요. 친구 사이에서도 물어볼 수 없는 내용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인터뷰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말할 수 있어요.










글쓰기에 관하여



언제부터 글을 썼어요?


대학교 1학년 때 다이어리에 좋은 문장을 수집했었어요. 제 글은 아니지만 그때가 글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때 기자 생활이랑 경희대학교 공식 페이스북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짧은 글과 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떤 이유로 계속 글을 쓰고 있어요?


지금은 글 쓰는 거 자체가 재미있어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재미있고, 나를 드러내는 게 재미있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글을 통해 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BK 님의 글을 읽고



<결혼해도 좋을 사람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나는 내 매형들을 존경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광고회사를 다니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페이스북에 근무하고 있는 매형과 연락을 가장 많이 하는 편인데, 예전에 둘이 캔 맥주를 마시면서 형이 내게 그랬다. 하나만 기억하라고. 검색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그동안 했던 모든 검색기록을 보면 된다고.

원문 : https://brunch.co.kr/@188cm-kim/5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검색 기록을 보면 된다는 내용이 있네요. 자신의 검색 기록 일부를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 네이버 : 레인보우 큐브, 네오룩, 회원권 거래, 당신의 집사

- 구글 : 퍼실리테이터, 왓챠, 가치 목록표, 맥북 태그 단축키, 카카오톡 채널









<10년 전, 그 날의 나에게>

1. Bold
더, 더 대담해져도 개안타. 안 죽는다. 니가 하고 싶은게 있으면 지레 짐작으로 안 된다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 봐라. (중략) 그리고 도전해봐라.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안 죽는다.

2. Bitcoin
(중략) 근로소득만으로 부자가 되기란 쉽지 않다. 부자가 된다해도 일과 책임은 그만큼 많아질 것이고 결코 건강과 시간의 자유는 얻지 못할 것이다.

원문 : https://brunch.co.kr/@188cm-kim/74


10년 전의 나에게 더 대담해져도 괜찮다고 했는데,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살고 싶어요?


사업을 할 겁니다. 그때는 제 머릿속에 좋은 대학이랑 취직 외에 다른 길이 없었어요. 삶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다이나믹한 사업을 해볼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면서 건강과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낀 적 있어요?


건강은 아직 젊어서 없어요.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돌아보니 그랬어요.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건 아니에요. 그 대신 회사에 있다 보면 월급에 중독되고, 월급 외의 무언가를 할 생각을 하기가 어려워져요. 사업이 능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든 사업을 하든 본인이 하고 싶은 거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진짜 나'라는게 존재하기나 할까?>

2. 인정받기 vs 개썅마이웨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회장을 했고 고등학교 때는 3년 내내 학생회장을 했으며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기관에 전국 학생회장들의 네트워크가 있는데 거기서도 회장단을 했다. 어릴 때부터 책임과 권한을 느끼면서 자랐다. 인정 받는게 좋아서 시작했다. 그 때는 몰랐다. 그 자리에 가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것을.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제대로 해버리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무한 책임감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내 욕구에 솔직하고 귀 기울이기보다는 외부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게 됐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씌운 굴레를 20살 이후로는 벗어 던졌다. 그렇게 '20대의 평범함은 죄악이다'라는 모토가 나왔고 나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게됐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 솔직한 삶을 살다보니 당당해지고 사는게 재밌었다.

원문 : https://brunch.co.kr/@188cm-kim/75


어릴 때 계속 학생회장을 하면서 내 욕구보다는 외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고 했잖아요. 어떤 말을 많이 들었어요?


좋은 학교 가야 한다. 너는 이렇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모범적인 모습 있잖아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생회장을 했는데 티비에 나오는 아이돌처럼 옷을 사 입고 파마를 했어요. 학생주임이 '너는 학생회장인데 이런 머리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머리를 잘랐던 기억이 나요. 파마한 바로 다음날이었거든요. 되게 속상했어요.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됐는지 대학교 와서 한 달에 한 번씩 머리를 바꿨어요. 머리를 밀기도 하고 볶기도 하고 호일펌하고 염색하고 이것저것 많이 했었어요. 수염도 기르고 털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런 사소한 부분을 시작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많이 도전하게 된 것 같아요.



20살 이후로는 스스로에게 씌운 굴레를 벗어던졌다고 했잖아요. 이전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는데 한 번에 쉽게 되던가요?


벗어던진다는 의미가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있고 두 번째로 나를 핵심적으로 구성하는 정신적인 것들을 바꾸는 거예요. 일단은 머리처럼 외적인 걸 많이 바꾸려고 했어요. 내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바라는 욕구가 계속 있었는데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벗어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 도움을 줬던 책이 몇 권 있어요. 다카하시 아유무의 <인생의 지도>,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도움됐습니다.

저는 어떤 인생을 살더라도 후회없이 살고 싶어요.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남죠. 중요한 건 자기기준을 갖고 선택을 하는거에요. 무엇을 선택하더라고 후회는 남고 아쉬운 부분은 무조건 있잖아요. 여러 가지 요소 중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생각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 적어도 나에게 중요한 건 놓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자기 기준에 맞는 것을 선택할 때 내가 원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선택을 할 수 있고 후회도 덜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20대의 평범함은 죄악이다.’라는 자신의 모토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어요?


평범함을 폄하하는 좌우명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보편적이고 모범적인 가치를 평범하다고 생각한다면, 튀거나 평범하지 않게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우회전할 때 90도로 우회전하려면 핸들을 더 꺾어야 하잖아요. 제가 모범적이고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격하게 반대방향으로 슬로건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를 소개합니다>

<20대의 평범함은 죄악이다>를 모토로 살아가는 김준형입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꿈이고, 그 속에서 경제적 자유와 낭만이 필수라고 생각을 해요.

원문 : https://brunch.co.kr/@188cm-kim/49


왜 자신의 삶에 경제적 자유와 낭만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경제적 자유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연료예요. 낭만은 모든 걸 할 수 있는 순간이 오더라도 내 삶이 공허하지 않게 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스케치북에 스케치를 하고 싶은데 연필이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잖아요. 이런 부분이 경제적 자유인데 스케치북에 스케치만 하면 허전하잖아요. 그림에 물감을 칠해줄 수 있는 게 낭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둘 다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낭만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요? 작은 순간도 좋아요.


매일매일이 낭만적이에요. 날마다 집에서 보는 노을도 낭만적이고 일어나서 우리 집 큰 창문을 통해서 바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낭만적이고요. 만난 적 없는 사람이랑 이렇게 나의 삶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도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도 낭만을 잘 느끼는 사람들인가요?


그런 사람들이 잘 모이는 것 같아요. 자연과 빛, 시간의 흐름 이런 걸 좋아해요. 인상파 그림을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림을 그렸잖아요. 사실적인 묘사도 중요하지만 인생은 해석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늘 낭만적으로 해석하고 싶고 낭만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을 갖는 걸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 자신이 그리는 자유로운 인생은 어떤 모습이에요?


실험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는 거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앞으로 사업도 여러 가지 할 것 같아요. 일할 때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방법이 있나요?


당장 좋아하는 일로 돈을 안 벌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인생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단계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어떻게 해서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든다, 두 번째는 그 현금 흐름으로 레버리지를 시작한다, 세 번째는 그걸로 제가 중요한 일에 집중을 한다. 일단은 돈을 벌어야 해요.



레버리지가 어떤 뜻이에요?


쉽게 말하면 아웃소싱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제가 못하거나 싫어하는 일을 다른 사람은 잘하거나 좋아할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함께하는 거죠. 그러면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저는 실행을 엄청 빠르게 하면서도 하나를 시작하면 꼼꼼하게 완료하고 싶어 해요.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해야 하는데 하나에 빠지면 계속 그것만 하는 거죠. 제가 잘하거나 재미있어하는 일이면 상관없는데, 잘 못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심지어 싫어하는 일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려고 해요. 그런 부분은 제가 직접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하잖아요. 핵심은 '저보다 다른 사람이 빠르게 할 수 있다'가 아니고 제가 중요한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는 거죠.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인생이 피곤하다면>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인생이 휘둘리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주 흔들리고 에너지는 고갈된다. 가만히만 있어도 책상에 먼지가 쌓이듯 열심히 사는 것과 별개로 인생에는 늘 때가 낀다. (중략)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주어지지만 누구나 그 시간을 같은 정도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숨만 쉬어도 24시간은 가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에 허덕이다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오는 데 순서는 있어도 가는 데 순서는 없으니까.

원문 : https://brunch.co.kr/@188cm-kim/103


중요한 일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계속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유가 있어요?


너무 일이 많아요. 제 성격이 디테일한 걸 많이 신경 써요. 소파가 어떤 위치에서 제일 예쁜지 계속 고민하거든요. 저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어서 이런 것들을 자주 고민해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지 못하고 사소한 부분에 계속 신경을 쓰는 거죠. 예술 작품을 만든다거나 돈이나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생산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해요.



저도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어떤 일을 '한 시간만 해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면 두 시간을 하고 있고요. 어떤 식으로 제어하고 계세요?


훈련이 필요하고 어려워요. 매일 플랜을 짜서 일하고 있어요. 우선순위랑 해야 하는 시점을 최대한 같게 하려고 해요. 가장 중요한 일을 첫 번째로 해요. 어쩔 수 없이 빠르게 해야 하는 일은 중간에 끼어서 하긴 해요. 제가 바라는 라이프는 플래너를 쓰지 않아도 중요한 것만 따라서 사는 인생이에요. 오늘 이거 말고 아무것도 못 해도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쏟았다면 아깝지 않은 하루라고 생각해요.



생산성의 문제는 아니네요.


네.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본인에게 중요한 게 아니면 남지 않거든요. 축적되는 게 없으니까요. 일은 엄청 많이 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남는 게 없는 하루가 되게 많잖아요. 오늘 인터뷰가 유진 님한테도 중요하고 도움을 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할 일이 너무 많아!>

어제는 루프탑 잔디 시공을 위한 계약을 했다. 예전 같았으면 쿠팡에서 잔디를 직접 구매해 그걸 루프탑으로 들고 올라가  직접 모양에 맞게 재단하고 붙이고 마무리했을 거다. 돈을 아껴야 하니까. 이번엔 아예 시공까지 맡겨버렸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 나에게 중요한 일에만 시간을 쓰고 싶다. 청춘은 짧다.

원문 : https://brunch.co.kr/@188cm-kim/109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 나에게 중요한 일은 어떤 것들이 있어요?


<한달>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거요. 방향성을 정하는 데 있어 선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한달>에 여러 가지 일이 많지만 우리가 어디로 갈 것인지 설정하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기획을 잘하는 것 같아요. 필요한 사람을 모으고 기획하고 재밌는 판을 벌이고 이런 걸 좋아해요.



판을 벌인다는 건 어떤 뜻이에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거죠. 재미있거나 남에게 도움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은 항상 그래요. <한달>은 둘 다라서 제가 재미있게 하고 있죠.









<이번 달까지만 일할게요. 발리 가야 돼서요>

내 꿈은 뽀로로다.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놀고먹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안 놀아보면 시간이 있어도 못 논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누고 가치를 만들면 숭고한 인생인 거고.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 있다. 여행이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것. 여행이 인생 그 자체이고 인생 그 자체가 여행이라는 것.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여행도 그렇다. 인천공항을 떠나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문 : https://brunch.co.kr/@airbnb/94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놀고먹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요?


저는 일단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일은 누구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 건 맞는데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는 아닌 것 같아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거든요. 맨날 놀면 안 되나? 놀면 왜 안 되지? 내가 먹고사는 데 지장 없고 남한테 피해 안 주면 맨날 놀고먹으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안 놀아보면 시간이 있어도 못 논다'고 했는데 잘 노는 법을 알려주세요.


자기가 생각할 때 '이 새끼 좀 잘 노는 것 같아. 얘랑 있으면 즐거워.' 이런 사람을 떠올려보고 그 사람이랑 시간을 자주 보내 보세요. 어떻게 살고 어떻게 노는지 친구의 라이프를 해킹해보는 거예요. 그다음에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버킷리스트 지우듯 하나씩 해보면 좋아요. 혼자 여행도 가보고 친구랑도 가 보고 스킨 스쿠버도 해 보고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까 재미없는 것도 있거든요. 남이 보기에 재미있는 인생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한테 재미있어야 하잖아요. 연극을 하기 위한 삶이 아니니까요.



잘 노는 친구가 없으면요?


시도하면 되죠.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나 이런 것도 한 번 가보고요.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 너무 쉬운 세상이잖아요. 관심사 기반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 그런 곳에 가 보길 추천해 드립니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고 했는데 인생의 불확실성을 즐겨요?


운명 같은 거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즐기는 체질로 바꾸려고 받아들이는 거죠. 사실 불확실성 앞에서 '와~불확실성이다! 드디어 왔네. 반갑다 친구야.' 이런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인생 자체가 바다라고 생각하거든요. 파도는 끊임없이 오잖아요. 날이 좋을 때도 있고 잔잔하다가 태풍이 올 때도 있고요.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즐기려고 노력하는 거네요.


그렇죠. 수용을 해야죠. 삶이 이런 모양이기 때문에 제가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본인의 멘탈도 강해야 하고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한데요. 불확실성이 왔을 때 지지해줄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많은 도움이 돼요.









<지구에 70억 인구가 있다면 70억 개의 행복이 있다.>

배달의 민족으로 행복을 주문하고 넷플릭스를 보고 있으면 30분 뒤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그런 건 없다. 그냥 좀 행복하면 안 될까 싶은데 행복을 얻고 유지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노는 것도. 그래서 부처는 인생을 고해라고 했나.

원문 : https://www.facebook.com/188cm.kim/videos/2922760944413517/


자신이 자주 힘들다고 느끼는 특정한 상황이 있어요?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데 편안하지 않은 상황은 자주 있죠. 몸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요즘 일을 많이 하니까 목이 엄청 아파요.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거든요. 데스크 업무를 많이 하니까 목이 뒤로 잘 안 넘어가요. 내 마음처럼 몸이 안 따라줄 때 스트레스받고 편안하지 않다고 느껴요.

사실 불확실성이 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긴 해요. 행복이 늘 같은 정도로 지속되지 않잖아요. 그걸 유지하는 데도 노력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가끔 이런 생각은 해요. 이 불확실성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겠구나.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적응해야겠구나. 그 과정이 좀 아득하게 느껴진 적이 있어요. 예측불허라서 즐겁기도 하지만 '삶에 평온한 시기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낭만을 즐길 때 평온하지 않아요?


너무 평온하죠. 그런데 순간순간인 거죠. 삶에서 과제를 끊임없이 마주하고 그 과제들이 계속 올 걸 알잖아요. 예를 들어 올해 쓰나미를 겪었는데 이 쓰나미가 내가 죽기 전까지 언젠가 또 오겠구나 싶은 거죠. 준비는 해야겠지만 막상 닥치면 쉽지는 않겠다고 느끼죠.

저는 환경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대한 리스크를 피하거나 리스크가 왔을 때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려고 해요. 그리고 낭만적인 순간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을이 예쁘게 보이는 곳에 살면 지금처럼 매일 볼 수 있잖아요. 그러면 하루가 힘들긴 해도 그 장면을 보면서 위로받기도 하고요.

진짜 하루가 개 빡셀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거나 하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은 것 같아요. 오늘 너무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치킨 시킬 돈도 없으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힘들 때 '아. 그래도 내가 스트레스받으면 어디 가서 쉴 곳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거 먹을 수 있는 여유도 된다.'는 생각이 들면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훨씬 쉬울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을 만들어 두는 것도 인생의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힘들 때 돈이 하나도 없는 거랑 연락할 사람이 없는 것 중 어떤 게 더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정서적인 게 훨씬 커요. 돈은 내가 벌면 되거든요. 내일 하루 노가다 뛰어서 돈 벌면 돼요. 그래서 신용을 잃는 게 무서운 거죠. 신뢰를 잃는 건 사람을 잃는 거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오래오래 같이 재미있는 거 하면서 살고 싶거든요.









<휴대폰 대신 손전화기라는 표현을 쓰신다.>

눈 앞의 숫자에 현혹되지 않는 것. 100명이 아닌 단 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 한달이라는 커뮤니티가 커지기 위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하나라는 숫자에 집중해야 한다. (중략) 처음엔 26명으로 시작했는데 그사이 566명이 한달을 거쳐갔다. 누군가는 머물고 누군가는 떠났다. 머무는 한 명에게 떠나는 한 명에게 집착하려한다. 무엇이 좋으며 무엇이 아쉬웠는지.

원문 :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3008676635821947&set=a.202246956464943&type=3


<한달>에서 '100명이 아닌 단 한 사람을 감동시키는 태도'를 적용해서 하는 것이 있어요?


후기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읽어 봐요. 이 사람은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불편했는지 출력해서 다 봅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우리가 비즈니스적으로 잘 되기 위한 방법과, 한 사람 한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한 방법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사업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다 보면 사업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거든요. 우리의 근간이 되는 것들은 계속 가져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목소리를 들으려고 해요.









<변화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모든 세상이 잠든 듯 조용한 밤에 아직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적어도 5년이 지난 그 책을 집어들었다. 약간의 먼지가 쌓여있었고, 3분의 2정도를 읽은 듯 했다. 엄마의 흔적을 따랐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울음이 터졌다.

책 귀퉁이가 접히고, 굵은 빨간 볼펜으로 물결 표시를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잘 버리지 못 하는 사람에 대한 묘사를 한 부분 옆에 자신의 이름 두 글자를 적어두었다. 엄마가 원래 버리는 것을 잘 못하기는 했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지며 받은 수술로 인해 예전처럼 몸과 생각과 마음을 통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에서도 답답해 했으니 당신은 오죽하셨을까. 뜻하지 않게 본인과 타인에게 못난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괴로운 시간들도 분명 있으셨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아들이 보낸 책을 잔소리로 듣지 않으시고 책을 펼치셨다. 그리고 밑줄을 그어 나가셨다.

원문 : https://brunch.co.kr/@188cm-kim/21


책을 집어 들고 울었다고 했는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해요.


책에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사람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 부분에 엄마가 줄을 긋고 본인 이름을 되게 예쁘게 적어두셨더라고요. 옛날에는 부모라는 존재가 완벽하고 뭐든 다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잖아요. 본인도 어떻게 하는 게 옳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거예요. 잘 안 되는 걸 자식들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도 있으시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선물했던 책을 읽으면서 문장 문장에 표시하고, 본인이 모자란 부분을 묘사한 부분에 자기 이름을 써 놓은 걸 보니까 '엄마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되게 짠했어요.



이 글을 읽고 부모님께 책을 선물해드리고 싶어 졌어요. 평소에 책을 안 읽으시는데 선물해드리면 읽으실까요?


그러게요. 그래서 그런 고민도 했어요. 부모님들이 책 읽는 걸 어려워하시니까 대신 읽어드리는 유튜브를 해봐야 하나 하고요. 책 선물을 해보지 않으셨으면 일단 하는 게 무조건 남는 장사인 것 같아요. 책값이 비싸지도 않으니까요. 책 맨 앞에 공간이 남잖아요. 왜 이 책을 선물하는지 편지를 써서 책을 선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부모님께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더 해빙>이란 책 읽어 보셨어요? 지금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충분함을 느끼는 게 왜 중요한지 써놓은 책인데 부모님들은 그런 마음을 갖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상실감이 계속 늘어나잖아요. 시간에 대한 상실감도 그렇고 건강도 잃어가고 쇠약해지시니까요. 열정도 점점 떨어지고 주변의 인간관계나 자식들도 점점 떠나가고요. 지금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과정이 도움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더 해빙>이란 책을 추천해요. 그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을 부모님이랑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달>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면 <한달인터뷰>를 해서 부모님께 이틀에 한 번씩 질문하고 글을 쓰는 것도 고민해봤어요. <한달가족치료>라고 해서 심리치료사나 전문가들한테 도움을 받아서 가족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오래전부터 기획은 했는데 언제 시작할지 모르겠네요.










인터뷰에 나온 책 목록



다카하시 아유무 - 인생의 지도

랄프 왈도 에머슨 - 자기 신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 미움받을 용기

이서윤, 홍주연 - 더 해빙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한 느낌은 어때요?


재밌었어요. 마지막에 찡했어요. 울 뻔했네요. 그 일(마지막 글)을 잊고 살았었거든요. 이태원에 저희 집 루프탑 있으니까 다음에 한 번 놀러 오세요.










인터뷰 후 느낀 점



1.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직접 말하기 전까지는, 지금 보이는 성격이나 겉모습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타고난 것도 있지만 그 사람의 부단한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 세상에 쉬운 인생이 있을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그런 생각에 다다르니 겸손해졌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 중요한 일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도 왜 바뀌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남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살고 싶은데 왜 잘 안 될까 고민했었다. 어느 날은 마음이 단단해진 것 같다가 왜 금방 또 약해지는지 자책하기도 했다. 단번에 바뀌길 바랐던 것이 욕심이었다. 한 번 마음먹는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운동처럼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건데.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BK님처럼 의식적인 노력을 계속해야겠다. 인터뷰에 나온 책도 꼭 읽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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