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결 May 25. 2020

한달전화인터뷰#10 슈퍼거북이

영어강사인데 쉬고 있어요

<한달전화인터뷰>는 글쓰기 커뮤니티 <한달>의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전화로 하는 인터뷰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이의 글을 읽고 질문을 던집니다.






인터뷰이 소개



슈퍼거북이님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은 보물지도


이름 : 슈퍼거북이

하는 일 : 영어강사인데 쉬고 있어요

글 쓰는 곳 : https://blog.naver.com/mizzmk/










왜 인터뷰를 하나요?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요!


왜 인터뷰하고 싶었어요?


이런 기회가 인생에서 많이 오지 않잖아요. 34년 살면서 처음이거든요. 구체적인 질문과 함께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할 수 있잖아요. 잘 모르는 분이랑 하니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유진 님이 지인 분들과 인터뷰한 글을 읽고 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슈퍼거북이 님의 하루 일과(4/14)



독서, 성경 읽기 → 잠 → 폰 → 아점 → 산책 → 야구 시청 → 편지 쓰기 → 야구 시청 → 저녁 → 조카 돌보기 → <한달>분들과 소통 → 씻기 → 저녁(카레) → 휴식 → <한달>글쓰기 → <한달>분들과 소통 → 폰


<한달>에서 프로그램 2개에 참여하고 계신데 어떤 스케줄로 글을 쓰고 있어요?


<한달자기발견>이랑 <한달서평>을 하고 있는데 한 개 쓰고 다음 한 개를 연속으로 써요. 시간을 정해두고 쓰지는 않아요. <한달자기발견> 같은 경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미션은 아예 하루를 글 쓰는 시간으로 빼 둬요. 그런 게 아니면 저는 일을 뒤로 미뤄놓다가 시간이 닥치면 하는 경향이 있어서 밤 시간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글쓰기에 관하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고 나와서 찍은 사진


어떤 계기로 글을 쓰게 됐어요?


지금 기억나는 건 중고등학교 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했거든요. 일본 애니메이션 팬 사이트였는데 거기서 글을 많이 적었어요. 일상 이야기만 쓰긴 했지만 글 자체를 적기 시작한 건 그때인 것 같아요. 제가 야구를 좋아하거든요. 제 생각을 담은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야구 사이트인 것 같아요.










슈퍼거북이 님의 글을 읽고



Day 0. My name is...

직업은 초, 중학생을 가르치는 영어학원 강사다. 지금은 쉬고 있어서 강사보다는 재취업 준비생, 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쉬는게 좋아서 재취업이 미뤄지고 있는데, 이번 한 달은 보물지도(나의 목표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적으며,  본격적으로 재취업을 준비하는 달로 삼으려고 한다. 여름에는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도록! 한달서평 5기를 통해 알게 된 나의 강점 중 하나는 <배우는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이다.  물론 귀찮으면 배우기도 싫고, 책도 읽기 싫고, 그냥 티비만 보고 싶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배우는것에 대한 관심은 늘 있어왔다. 그래서 관심사도 <배우는것> 이다. 책을 통해서도 배우고, 자기발견 질문지를 통해서도 배우고, 동료들을 통해서도 배우고 싶다. 야구에 대한 관심사도 갖고 있는데(전국구의 야구독서모임도 참여하는 중), 야구에 대한것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말하는 내용들을, 그냥 말하는것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동료들을 통해서도 배우게 되면, 연결은 자연스럽게 일어날거라 믿는다. 저번 기수에도 그랬듯이.

원문 : https://blog.naver.com/mizzmk/221938324441
일을 할 때 평일에는 창문 너머로 슬쩍 봤던 하늘, 쉬고 있으니 얼마든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


쉬는 건 당연히 좋지만 특히 좋은 이유가 있어요?


시간에 쫓기지 않는 거요. 일할 때랑 안 할 때가 잘 구분되어야 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계속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쉰다고 해도 쉬는 게 아닌 거예요. 일을 그만두면서 그렇게 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더 이상 일에 대해 신경 쓸 것도 없고 시간에 대해 압박을 받는 것도 없어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이게 너무 좋아요.



야구독서모임은 어떤 모임이에요?


야구팬들이 모이는 큰 커뮤니티가 있어요. 어떤 분이 글을 올리셔서 야구독서모임 진행하고 있는데 하고 싶으면 쪽지 달라고 해서 신청하게 됐어요. 저는 대구에 사는데 독서 모임은 서울에서 해요. 야구랑 관련 있는 책을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어요. 책뿐만 아니라 스크린 야구를 하러 간다든지, 야구 박물관에 간다든지 이런 활동도 해요. 만나면 야구 이야기 많이 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얘기하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야구 자체가 통계 혹은 숫자의 스포츠잖아요. 제 생각만으로 이 선수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없어요. 예를 들어 이 선수는 3할 5푼 2리를 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선수라고 말하면 설득력을 얻게 되거든요. 커뮤니티 내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가 있어요. 나는 A란 타자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안 좋다고 생각할 때 왜 좋은지 이유를 설명할 때 데이터가 필요하더라고요.



야구는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2015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됐어요. 교회 청년부 분들이랑 야구를 보러 갔어요. '야구는 인생이랑 닮아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경기를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야구에서 9회 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잖아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요.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잖아요. 타자가 10번의 타석에서 3번을 치면 3할 타자라고 하고 그 타자를 잘하는 타자라고 하거든요. 잘하는 타자인데도 7번은 날려버리는 거잖아요. 우리도 삶에서 10번의 기회가 오면 3번을 잡으면 괜찮은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7번은 흘려보낼 수도 있는 거죠.









Day2. 어질고 곧은 이름을 가진 슈퍼거북이의 연대기

32 결국 나오게 되다 한 텀 쉬기

일하던 학원에서 나오게 되었다. 초심을 잃은 강사에게는 당연한 결과다. 5년간 달려와서 쉬어가는 시기가 되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때 교회 언니들이 큰 힘이 되어줬다. 학원을 나오면서 '영어는 한동안 거들떠보지 않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고 현실로 옮겼다. 이사온 동네를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유튜브 세계를 알게 되었고, 체인지 그라운드를 알게되었다.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있었는데 신박사님, 고작가님의 이야기가 동기부여가 되었다.  

33-34 -ing  새로운 경험 반 박자 쉬어가기

다시 다른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좋은 선생님들과, 예쁜 아이들을 만났다. 그렇지만 일이 여태껏 일해왔던곳에 비하면 몇 배나 많았다. 프랜차이즈 학원이어서 새로운 달이 될 때는 새로운 교재가 나가는데, 학생별로 교재 2권에, 내가 맡은 몇 반이 합쳐지면 50권은 훌쩍 넘었다. 교재에는 진도계획표도 붙이고, 부교재도 붙이고, 이름표도 붙이고, 알림장도 붙여야했다. 그 날 새벽 3시가 다 되어서 집에 갔다. 중학생들은 따로 진도계획표를 만들어야했다.  교재에 대한 진도계획표였다. 이런걸 만들어본적 없었던지라 더 힘들게 다가왔다. 함께 일하는 분들과 환경은 좋았다. 하지만 내가 따라가지 못했다. 34살 1월에 나오게 되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했다. 그 전까지 내 우선순위는 일이었다. 토요일에도, 주일에도 교회 마치고 학원에 가는 날이 많았다. 피폐해졌다. 지난 1-2월동안 신앙적으로 많은 회복이 있었다. 3-4월에는 한달을 만났다. 아무렇게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목표가 뭐냐고 하면 <배워서 남주기> 라고 답했던것 같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은 없었다. 항상 삶을 규모있게 사는것, 게을러지지 않는것이 기도제목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실천을 하지는 않았다. <한달>을 통해 목표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가고 있고, 게을러지지 않는 삶을 사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나는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원문 : https://blog.naver.com/mizzmk/221941914486
슈퍼거북이로 살다가 번아웃된 거북이가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은 느리더라도 자신의 속도에 맞게 나아가는 것임을 알게됨


32살 때 왜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이때가 쉴 때에요. 일을 쉬게 된 계기가 일을 잘하다가 쉬고 싶어서 쉰 게 아니에요. 학원을 나올 때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점점 제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나온 거라 심적으로 되게 힘들었요. 학원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봐요. 테스트를 보면 랭킹이 나오거든요. 제가 맡은 애들이 중하위권에 있으면 눈치가 보여요. 선생님의 능력도 있거든요. 제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어요.



왜 '영어는 한동안 거들떠보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했어요?


5년 동안 영어 강사를 하면서 좋든 싫든 영어를 봐야 했거든요. 영어 학원을 그만두니까 한동안 영어를 안 봐도 되는 거예요. 영어가 아니라 학원 자체에 대한 안 좋은 마음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다시 영어강사 일을 시작한 이유가 있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요.(웃음) 5년 동안 일을 해온 게 영어 강사 쪽이고 나이도 어린 편이 아니니까 다른 쪽을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언제 <배워서 남주기>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대학교 때 다녔던 영어학원 원장님이 '배움은 축복을 흘려보낼 수 있는 유통업'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말을 듣고 저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고 한 학생 한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Day 9. 10년전의 참 예쁜 너에게

24살의 대학교 3학년인 너에게, 안녕! 나는 2020년에 살고있는 너야.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할 말이 많아. 음, 하나의 힌트를 주자면 너는 사랑을 하게 될거야. 너는 사랑, 이라는 말을 쉽게 하지못해. 그런데 그 사람에게는 할 수 있어. 그 사람은 딱 2010년 5월, 너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거든.  어설프게 춤추는 니 모습을 보면서 귀엽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될거야. 지금의 너에게 그 사람은 그냥 나이 어린, 귀여운 후배 정도야. 조금 신경쓰이는 정도랄까. 그러다가 7월에 가게 된 수련회에서 무슨 콩깍지가 씌이게 되었는지, 너는 그 사람을 진짜! 귀엽다고 생각하게 될거야. 마치 아이돌 덕질하듯이.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이성과 있는게 조금씩 신경쓰이게 시작될거야. 그게 시작이거든.

너는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여러 이유를 만들어가면서 그 사람과 만나게 될거야. 그리고 영화를 보는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던 니가 6개월만에 10편 가까운 영화를 보게될거야. 아직은 내 말이 믿기지 않을거야. 서로가 심심하다는 핑계로 너는 그 사람과 계속 만나게 될거야. 니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있어. 첫째, 지금의 상황을 믿을만한 리더에게 이야기를 한다.(이 말은 그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말이 되겠지) 둘째, 지금처럼 마음을 키우며 계속 만난다. 글쎄, 어느 선택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네. 어떤 선택을 하든 좋은점, 나쁜점이 따르겠지.

그런데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니가 하게 될 선택이 후자라면 그 사람을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줘. 너는 리더의 자리에 있고, 그 사람은 이제 갓 대학교 입학해서 적응해나가는 새내기이지만 그래도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 시간에 후회없이 사랑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넌 그 사람과 연애를 끝낸뒤에  <연애가 이렇게 감정 소모가 될 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말걸!> 이라고 외치게 될거야.  그래도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좋아해준다는것 이거 정말 놀라운일이니까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  머릿속으로 계산은 되도록이면 하지마.  그가 니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하기를 바라면서 그러지 못하는 그에게 실망하지도 말고.  너도 그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줄거니까.  

원문 : https://blog.naver.com/mizzmk/221954349188
선교단체 동아리방


어디에서 어떤 춤을 췄어요?


결혼식 하면 축가로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추잖아요. 대학생 때 선교 단체를 했는데 선교사님 결혼식 앞두고 춤 연습을 했거든요. 곡은 기억이 안 나요. 춤이라고 해도 율동 정도였어요. 제가 춤추는 게 되게 어설퍼 보였는데 그 모습이 귀여웠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는데 왜 리더에게 이야기해요?


동아리가 선교단체였는데 암묵적인 룰이 있어요. 3말 4초라고 이성이랑 교제하려면 3학년 말, 4학년 초 이때 교제를 해야 하고 특히 리더는 이거를 지켜야 해요. 시간이 지나서 어느 정도 성숙된 다음에 만나라는 뜻이에요. 제가 리더였거든요. 그럼 선교사님께 이야기를 해야 해요. 상대방이 1학년이었거든요.



왜 리더에게 말하면 그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뜻이 돼요?


3말 4초라고 했잖아요. 저는 3학년이었지만 상대방은 1학년이었기 때문에 반대하실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몰래 사귀었는데 들통이 나더라고요. 3월에 사귀었는데 5월쯤 들켰어요. 우리가 돌아다니는 반경이 넓지 않았거든요.



그와 사귀는 편, 사귀지 않는 편 둘 중 어느 쪽도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이 사람이랑 사귀게 되어도 제가 잃는 것과 그 사람이 잃는 것이 있고, 이 사람이랑 사귀지 않아도 마찬가지라서요.



그 사람을 사귈 때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고, 머릿속으로 계산하지 말라고 한 건 어떤 의미예요?


이 친구가 저랑 사귈 때는 2학년이었고 저는 졸업반이었어요. 머릿속으로 앞으로 이 친구는 어떤 일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만나면서 계산적이라고 말한 건 만나는 순간은 좋았는데 몰래 만났다고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언제 들키게 될까 신경 쓰이고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마음이 계속 드는 거예요. 언제 헤어지게 될까 생각하지 않고 그 순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Day 11. 거북이는 왜 토끼와 시합을 했을까

내가 블로그 닉네임으로 정했을 정도로 <슈퍼 거북>이 내게 준 영향력은 크다. 2018년 동네 책방에서 그림책 테라피를 했는데, 그 때의 책 중 하나가 <슈퍼 거북> 이었다. 그 전의 나는 거북이인데 토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다.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휘둘리기도 했다. 19년도에도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가 20년 <한달>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나도 목적지까지 가는것에 목표를 두고, 거북이같이 한 걸음씩 나아가자고 다시금 다짐한다. 꾸물이가 <슈퍼 거북>으로 살아갔던 삶은 행복하지 않았음을 기억하자. 내 닉네임의 <슈퍼 거북이> 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나를 채찍질하는 삶을 살아가는것이 아닌,  나만의 step으로 걸어가는 멋진 거북이로 살아가자는 뜻을 담은 닉네임이다.

원문 : https://blog.naver.com/mizzmk/221957612436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지 않으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어요?


회의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의견 내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하고 제 생각은 이야기 안 했어요. 그 사람이 말하는 게 좋은 거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제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줏대 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더라고요.



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갈등을 만드는 걸 싫어하는데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살아와서 그랬던 것 같아요. 생각을 깊이 하고 싶지 않아 했어요.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기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바꾸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이제는 내 생각과 의견을 좀 더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책 읽고 글 쓰면서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귀여운 옷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이 그 옷은 어린애들이 입는 옷 같다고 말하면 그걸 못 입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를 더 많이 생각했어요. 그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맞추는 거잖아요.



남 시선을 의식하지 말자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남을 얼마나 의식할까 궁금했어요.


많이 하죠. 정작 나 외에 다른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기에 바쁘다는 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직접 다른 사람을 만나고 부딪치고 사회생활하다 보면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신경을 덜 쓰려고 노력해요. 다른 사람들한테 신경 쓰는 것보다 내가 나에게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언제 남 시선을 의식하는 것 같아요?


<한달>을 두 달째 하고 있어요. 저번 달에는 제가 많이 부족한 걸 아니까 잘 쓴 분들의 글을 봐도 '이 분은 잘 쓰시네, 나는 나만의 보폭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달부터는 잘 쓴 분들의 글을 보면 제가 작아지는 거예요. 지금 <한달자기발견>을 하고 있는데 어떤 글을 적어서 인증했어요. 그런데 이건 도무지 아니다 싶어서 다 지우고 다시 썼어요.



완벽주의가 있어요?


네. 이게 안 좋은 점이 뭐냐 하면 내가 완벽하게 할 것 같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아예 손을 놔 버려요. 저는 몰랐는데 동생이 언니는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다고 아예 안 될 것 같으면 시도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완벽하지 않은 순간에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어떻게 해요?


자기 합리화를 하죠. 이 정도면 됐어. 지금은 완벽주의를 고치려고 해요. 글 쓸 때도 제 기준에 맞는 글을 쓰려면 하나 쓰는데 몇 시간이 걸려야 제 마음에 흡족한 글이 나올 거예요. 그렇게 되면 글 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잖아요. 그렇게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생각으로 쓰려고 해요.



저도 잘 쓰려고 하면 아예 쓰기 싫어져요. 의자에 앉기도 싫어요. 그러면 일부러 마감 시간에 쓰고 억지로 끝내요.


저 이번 달에 거의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유진 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대로 느끼고 있어요. 기준을 낮추는 자기 합리화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어제도 글을 쓰는데 11시 58분에 적었어요. 그때 되게 초조한 거예요. 마침 노트북도 느려졌어요. 오늘 인증 못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초조해했는데 다행히 올라가더라고요.



가끔 그 초조함을 즐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요.


맞아요. 12시 전에 올리는 스릴.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이것도 글 쓰는 양과 시간이 늘어나야 하는 것 같아요. 글을 많이 쓰면 노하우도 생기고 글에 대한 부담도 적어지고 어떤 스타일로 쓰는 게 자기한테 맞는 건지도 알게 될 테니까요.



가장 고치고 싶은 점 있어요? 저는 미루는 거예요.


저도 미루는 거. 똑같아요. 당장에 미룰 때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서 미루는 거잖아요. 그때는 기분이 괜찮아요. '아 이따 하지 뭐.' 그런데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면 '내가 미쳤지. 왜 그때 안 해가지고.' 하면서 자책감을 느껴요.









Day 15.일과 삶의 균형

영어가 재밌게 느껴졌다. 영어가 재밌을 수 있다는것이 신기했다. 과도 영어영문학과였고, 마침 좋은 기회가 있어서 YL TESOL 도 수료할 수 있었다. 2010년경에 처음 영어가 재밌다는것을 느꼈고, 내가 재밌게 느낀 영어를 누군가도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진수어학원을 주변인들에게 추천도 많이 했다. 교육 막바지에서 면접을 보고 할 때는 내가 처음 지원하게 된 곳은 어린이 영어 파견 교사였다. 그런데 그 연령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는 학원에서 데스크 업무를 보게 되었고, 그 뒤에는 고용청에서 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종류의 교육에 참여했다. 그리고 컴퓨터 학원을 다녔다. 컴퓨터 시험을 친 뒤 '이제는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알아본 곳이 <영어강사> 쪽이었다.그 어린시절 피아노 학원의 원장님처럼, 나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싶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내가 갖고있는 도구로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 내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냐고 한다면 거창하게는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위해서 일을 한다, 고 하겠지만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전자를 생각하기보다 먹고살기에 급급했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오직 가르치는것에,  그리고 하루하루를 떼우는것에 신경을 썼다. 내용전달에 급급하던 강의였다.

원문 : https://blog.naver.com/mizzmk/221964776242


그 연령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어떤 뜻이예요?


7살 이하의 아이들이라 살갑게 해주고 표현도 되게 크게 해줘야 하거든요. 아이들을 보육하듯이 가르쳐야 하는데 당시 저한테는 그런 모습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아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노력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다른 쪽으로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아 다른 쪽으로 가야겠다(웃음)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저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남들한테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요.



자신도 선생님이 됐잖아요. 원장 선생님께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거요. 저는 원장님한테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 1년 차에는 여기까지 가야 하고, 2년 차에는 여기까지 가야 한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학생들에 맞게 진도 조정을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4년 동안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대회를 한 번도 안 나갔어요. 실력이 없어서는 아니고 대회가 보통 방학 때인데 고모 집이나 할머니 집에 가서 학원을 아예 안 갔어요. 제가 선생님이었으면 대회 나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거의 안 하셨어요.



학원 선생님은 아이들 점수로 평가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럼 재촉하게 되지 않아요?


맞아요. 진짜 딱 그거예요. 아이마다 능력이 다르니까 '기다려줘야지.'라고 마음은 먹지만 어렵더라고요. 어떤 선생님의 아이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으면 그 선생님은 능력 있는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입시는 안 가요. 입시는 숫자로 결정이 나는 곳이라 못 가겠더라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한 느낌은 어떤가요?


잘 모르는 분과 인터뷰를 하니까 질문지는 받았지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점점 이야기하다 보니까 친구랑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질문에 대해 답을 이것만 하고 싶다가도 자꾸 더 이야기하고 싶어 졌어요.



인터뷰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유진 님 인터뷰하실 때 한 사람 한 사람의 글을 다 읽잖아요. 시간이 되세요?



이제 질문지 만드는 건 끝났거든요.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데 잘 안 돼요. 시간을 쏟아서 어떻게든 하고 있어요.


되게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대단해요.



인터뷰는 너무 재미있는데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 부분에서 조금 지치기는 해요.


한 사람 한 사람한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주시는 거예요.



이거 일기에 쓸게요.(웃음) 한 사람 한 사람에게...(메모) 다음 주만 지나면 끝인데 마지막 페이스를 조절해서 잘 끝내 보려고 하고 있어요.


네 화이팅입니다!










인터뷰 후 느낀 점



1. 인터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 보니 끝으로 갈수록 지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꺼내 주셔서 감사했다. 하나도 안 힘들다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솔직하게 얘기한 나 자신이 대견하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의 힘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보통 남에게 부정적인 얘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말해버리면 별 거 아닌 것도 쌓아두면 쌓아둘수록 크게 느껴진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거대한 비밀처럼.


2. 남 시선을 의식하는 것과 완벽주의는 많은 사람의 글에 등장하는 주제다. 내가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가지는 어느 정도 공통된 맥락인 것 같다. 남에게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게 두려운 마음. 못하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문제는 자신을 너무 크게 보는 데서 오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자기가 엄청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요즘은 머릿속으로 나는 내 세계의 최고의 권력자이지만, 남의 세계에서는 초초초미세먼지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속성 자체가 '완벽하지 않음'인데 순리를 인정하지 않고 완벽해지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나는 요즘 이것을 인정하고 마음껏 바보처럼 살려고 한다^ㅁ^


3. 학생만 시험 성적 순이 아니라 선생님도 시험 성적 순이구나. 경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스타 강사인 입시 선생님들이 돈을 많이 받는 이유가 있었다. 나 같은 성격이면 아주 많이 스트레스를 받을 거다. 내가 점수나 등수만큼의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고 믿게 될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한달전화인터뷰#9 강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