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직장 살림-8

by YOUJin

"그래서 회사 생활은 좀 나아졌니??"

- 아니요 회사 다니는 건 늘 똑같고, 변화라는 건 있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지루하고 지겹고 그러다 못해 지쳐요.


아침에 갑자기 받게 된 피디 선배의 오랜만의 전화

시시껄렁한 농담과 안부인사를 건네며 갑자기 든 생각

사는 게 힘들지 않다는 것이 말이 안 되듯, 그만큼 말이 안 되는 건 직장 생활이 즐겁다는 게 아닐까?

-물론 모든 상황의 예외는 있다.


근데 왜 우린 자꾸 직장에서 즐겁고 싶어 하는 걸까?




그때의 나는 너무 자기표현과 주장을 잘하는 강한 아이였던 걸까?

분란은 늘 나를 위주로 일어나는 것 같았고, 그만큼 화해도 빠르게 했다.

아마 나의 다툼만 엮어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 정도다.


-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시비를 걸고 다닌 건 아니고,

나에게 걸려온 싸움을 피하지 않는 정도라는 걸 꼭 짚고 넘어가자.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스포츠라는 것만 인지하고, 내용도 진행도 파악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던 중

인생이 늘 힘들기만 한건 아니었는지 DVD 작업은 완료되었고,

같은 시기에 진행하던 프로그램도 특별 방송을 마지막으로 개편이 되어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일 축구를 정식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방송국 담당자부터 작가진까지 모두 바뀌었고,

심지어 PD도 당시 팀장님과 나만 진행하는 것으로 개편 되었다.

프로그램은 경기 리뷰와 해설 프로그램 두 개로 나뉘었지만, 제작은 더 간편해졌고 녹화도 짧아졌다.

같이 하는 작가님들은 더 합이 맞아졌고, 내가 해야 하는 편집은 훨씬 단출해졌다.


처음으로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었고,

방송을 진행함에도 루틴 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편안하고 즐거웠다.


- 번외 이야기지만 이때부터 나는 독일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특히 손흥민 선수의 새벽 경기를 찾아볼 정도로 그에게는 팬심이 그득해졌었다.


맘에 여유가 생기니 동료들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고 좋은 연들도 생기게 되었다.

작가님들 뿐만 아니라 출연진, 카메라 감독님, 기계실 실장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과 웃으며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고

비로소 이런 게 PD구나, 기획과 구성을 하며 동료들을 다독이는 연출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나에게 이 일이, 사람들과 부딪히며 일하는 걸 잘하고 좋아한단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추후의 일이지만 다른 일로 같은 스튜디오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그때도 나를 믿고 요리조리 맡아 주신 덕분에 굉장히 진행에 수월하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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