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직장 살림-9

by YOUJin

언젠가의 녹화날젠가의 녹화날,

정말 갑자기 선배가 녹화를 하러 올 수 없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아무리 감독님들과 친하다지만, 일개 조연출일 뿐인데...


하지만 미룰 수도 없는 상황, 작가님도 옆에서 도와줄 테니 녹화를 진행해 보자고 했다.

그렇게 진행한 스튜디오 녹화는 감히 성공이었다.


감독님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카메라를 컷팅해서 넘기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대본을 작가님이 짚어주며, 노련한 척 마무리했다.


하지만 후에 작가님의 말에 의하면 나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고 한다.




편안한 날들이 계속되었지만,

모든 방송에는 끝이 있는 법 분데스리가의 계약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자연스레 우리 프로그램의 종방일도 결정이 되었다.


이 담에는 내가 뭘 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히기 시작했다.

회사 정직원으로 머물게 된다면 안정적인 수입은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프로그램 보단 내부 업무를 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그나마 있는 프로그램마저도 이제는 완전 스포츠로 돌아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부모님은 방송을 그만둘 수 없다면 조금은 편안한 길을 가기를 바라셨지만,

나는 아직 해보고픈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상태라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때

선배의 아는 지인분이 중국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달해 주셨다.


당시에는 중국에서 한국 작가와 피디를 많이 영입해갈 때였는데

월급 자체도 2배 이상 준다는 소식이 많이 들릴 때였다.

사실 밝힌 적 없지만 난 중국학부 출신인지라 중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었기에

고민 없이 도전을 외치며 중국 흐름에 올라타보기로 결심했다.


많은 분들을 소개받고, 미팅의 날이 지속되었다.

중국 쪽 투자자에게서 돈이 입금이 되고, 편성을 잡아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해야 하는데

프로그램 확정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사실상 두 달 정도를 인사만 다니는 백수 신세로 살게 되었다.


정해진 것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불안함이 지속되는 하루가 이어지는 것이었고

곧 진행될 거라는 희망고문만 계속되는 나날들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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