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살림-16
날이 많이 따뜻해 진만큼
마음이 둥둥 뜨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봄날이 되기를 기원하게 되는 날 들이다.
우리는 북경으로 떠났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피디 다섯 명 작가 여섯 명의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움직였다.
타국에서 방송을 제작 하게 되다니, 뿌듯한 마음도 잠시
소문으로만 들었던 중국의 제작 환경은 아쉽지만 주어지지 않았다.
실망스러웠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더 좋은 조건이 주어지게 될 거라고 설명해주는
선배들의 말을 굳게 믿고 중국 생활을 시작했다.
미팅은 바로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미팅 시간을 조정하다 보니 주어지는 자유시간들이 꽤나 많았다.
나는 오래간만에 방문한 중국이었던 탓에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한다는 설렘과
생활했던 도시에 다시 도착했다는 즐거움이 배가 되어, 걱정보다도 들뜨는 마음만 가득했다.
그렇게 우리끼리 저녁도 먹으며 의지를 다지다 보니 어느새 미팅 날짜가 다가왔다.
통역하는 분들과 미리 이야기도 나누고 초대받은 그 말로만 듣던 CCTV에 입성하였다.
관련 중국 PD들과 전에 출장에서 만났던 투자자분까지 모두 모이니
새삼 큰 큐모의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친 프로그램이 제작이 되는구나 라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왜 진행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전 설명과
한국에서 모두가 머리 맞대고 짜내었던 기획안을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스케줄이 진행이 될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논의되고 그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다 생각이 들 때쯤,
미팅은 종료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확실한 편성이나 시작일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고
다시 한번 내부 확인을 통해서 이야기해 주겠다는 답답한 답변을 듣게 되었다.
분명 시작할 때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순식간에 무거워진 공기와 답답함이 공존하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물론 나는 일개 막내 조연출이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지만
아무튼 좋지 않은 결론이라는 것은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