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B

기장 바닷가

by 맨발이

2B


부드럽고 진한 4B 연필로 종이에 흔적을 남기는 걸 좋아한다. 4B에서 6B, 9B도 찾아보았다.

파버카스텔에서 나온 9B는 연필의 나무 부분이 없고 전부 흑연으로 되어있다. 거기에 얇은 비닐을

한번 감아놓은 모습이다. 진한데 부드러울 수 있다. 연필을 잡은 손에 힘을 쫙 빼면 또 다른 느낌

이 난다. 그렇게 B앞에 적힌 높은 숫자를 좋아하다가 이번에는 2B를 잡았다.

A4 반 크기인 B5 종이에 친구 네 명을 그린다.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데 올망졸앙 귀여워진다.

그럼, 다시 그린다. 같은 크기의 종이에 한 명씩 전보다 크게 그린다. 뚝뚝 끊기는 선과 어긋나는

포즈, 그래도 상관없다. 내가 만들어 놓은 답을 지우는 시간이다. 그렇게 따로 네명을 그린 후

한 번 더 그린다. 그림은 노동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그리는지 모르지만 뚝딱 결과물이 나오진 않는다.

4장의 그림을 한 장으로 합친다. 컴퓨터 포토샵에서 가능하다. 2B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다.

9B보다 덜 진한 연필심이 그은 선은 모니터 안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더 진해지기도 한다.

2B의 애타는 마음으로 그은 자국을 나만 아는 거다. 수고했다. 연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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