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멀리 간다.

by 맨발이
img732.jpg

가을을 가을답게 보내는 방법

-기차를 타고 멀리 간다.


작년 이맘때쯤 혼자 순천으로 갔다. 순천 아트북 페어에 참여를 하기 위해서였다. 순천만의 갈대를, 꼬막 정식을 떠올릴 수 있는 순천이여서 참가 의욕이 올라갔다. 2019년 10월 올해도 간다. 참여하는 페어는 독립출판물 제작자, 1인 출판사, 독립 서점이 함께 책과 아트 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마켓이다. 일도 하고 놀 수도 있는 유용한 시간인데 막상 마켓에 참여를 하면 녹초가 되어 눕고 싶은 생각만 든다. 순천만을 가까이 두고도 작년에는 가지 못했다. 대신 순천 그림책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 전시와 그림책을 보고 왔다. 이번에는 택시를 타고, 홍삼 엑기스를 마시고서라도 순천만, 순천정원박람회에 다녀오고 싶은 마음인데 시간의 여유가 있을지 가봐야 알겠다.

예전에 이런 장면을 꿈 꾼 적이 있다. KTX를 타고 서울에 미팅을 가며 기차 안에서는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그런 시간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다. 실제로 구포에서 순천행 열차를 타고 일을 하러 가게 되니 노트북은 켜지 않아야 즐겁고 미팅은 끝이 나야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가을, 2시간 20분가량의 기차 안에서 가을을 맞이한다. 삶은 달걀은 혹시 냄새로 피해가 갈까 염려스럽지만 사이다와 먹는 이 맛은 순간 미안한 마음 보다 맛있고 정겹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풍성해질 경험으로 가을을 맞이한다. 커피 한잔과 페어에서 내 책을 팔아 그 돈으로 다른 책을 사고 그 책을 읽으며 순천에서 돌아 올 시간을 먼저 읽어 보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costume82

작가의 이전글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