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이의 드로잉
1.
휴대폰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 모임 지인들을 줌으로 만났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반가움이 어색함을 넘어서버렸다.
단체 전시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로 변경될 수도 있다. 이번 달까지 그림 파일을 제출해야 한다. 그중 한 장면이다. 같은 공간에서 손잡고 어깨를 부딪치며 웃을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연결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
더 단순하게 그리고 싶다. 그러면서 의미가 전달되면 좋겠고, 컴퍼스도 샀다. 의상학과 다닐 때 썼던 곡선이 있는 그 자도 사고 싶다. 자꾸 사려고 단순한 그림을 그리려는 게 아닌데 말이지. 풍경 연습도 해야지. 그릴 수 있는 것들을 늘려야지.
2.
우주야, 난 어디로 가게 될까?
자기 전 노트에 적은 질문.
"지금 여기에 존재하기"
아침에 일어나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은 이 정도. 어디로 가는 게 아닌 오늘에 충실하자고 둥굴레차를
마시며(+강황 추가) 스케줄표를 확인한다.
3.
가까이 들여다본다. 관찰한다. 작은 동그라미 안에 더 작은 동그라미가 있다. 눈길을 끄는 화려한 색감과 모양을 가진 꽃을 사진으로 찍느라 미쳐 보지 못했다. 늘 그 자리에 있었구나.
4.
노트랑 연필, 색연필, 붓펜,, 챙겨 왔는데 기차에서 그린 2장이 오늘 그린 것의 끝이다. 출발할 때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도착하니 쨍하게 맑아서 기분이 더 좋았다.
맑은 날은 괜스레 기분이 좋고 흐린 날은 같이 쳐지는 경향이 있다. 해가 뜨겁게 떠도 속상한 일이 있으면 좋은 줄 모를 때도 있고,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오늘처럼 여행 가는 기분이 들면 설레기도 한다. 날씨는 제 역할을 하고 나도 내 몫을 하자.
5.
예쁜 카페도 가고 싶고, 샤로수길도 걷고 싶은데
짐이 무거워서 접근성이 뛰어난 스벅에 왔다 :)
6.
둘째 언니의 공연을 보러 서울로 갔다. 가는 김에 가고 싶었던, 보고 싶었던 전시도 보았다.
용인에 사는 큰언니도 형부와 왔다. 공연은 움직이는 명상 같은 건데 생소하고 낯설었다.
연습한다고 힘들었을 언니, 대단해!! 이렇게 만나니 너무 좋구나. 언니들은 몸 쓰는 걸 좋아한다. 나도 어릴 적에는 그랬는데 말이지. 고단했는지 피곤함을 안고 월요일을 보냈다. 언니들이 각자 노동 현장에서 열일 하고 있겠네 떠올리니 나도 게으름 피우면 안 되지 싶었다. 저녁이다. 이제 눕자.
7.
어제 3줄 일기
ㅡ
힘들었던 것: 휴관인 줄 모르고 도서관을 갔네. 그래서 스터디 카페를 갔지. 열공하는 고등학생 사이에서 그림을 그렸네. 힘들지 않았어.
좋았던 것: 면접 끝. 경험치 업! 면접관 3명 앞에서 나는 긴장을 했네.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내일 할 일: 일
8.
환기 미술관에서 윤동주 문학관까지 걸었다. 문학관 근처에 도서관이 있었다. 오르막길이라 잠깐 고민하다가 한옥 도서관이 궁금해 청운 문학도서관에 들리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 도서관이 있지? 원래는 공원 관리소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좌식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 한옥 건축물을 사진에 담는 사람, 도서관에는 그늘에 핀 노란 꽃처럼 그늘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9.
베지 샌드위치와 오트밀 쿠키와 사이다. 베지(15cm)에 소스는 올리브유 추천을 받았다. 살이 찌지 않는다면 30cm도 먹을 수 있겠다. 달고 톡 쏘는 사이다, 탄산음료는 안 좋아하는데 맛있네?! 쿠기도 못 고르고 있으니(먹고 싶은 건 초코!! 참는 중..) 그중에 칼로리가 낮은 걸 추천해 주신 듯.(정확하진 않지만 베지가 230 칼로리면, 저 작은 쿠기가 200칼로리) ㅋㅋ 쿠키도 달다. 약간의 계피 향과 기름짐 그게 맛있다. 어흑. 몸속의 염증을 줄이기 위해 식단을 철저히 했다. 지금은 느슨해져서 해초류에서 해산물, 생선도 가끔 먹는다. 빵과 떡도 안 먹다가 가끔은 먹는다. 이때 행복하다 단어가 두둥실 떠오른다. 단순하다. 참. 커피도 안마 시다가 디카페인으로 가끔 마신다. 전보다는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느낀다. 그때는 소화를 못 시키고 목이랑 속이 아프고, 몸이 축나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으니. 걷기와 식단이 정말 중요하구나 몸소 체험을 했다. 지금도 소식이 어렵지만 매일 아침 소식 다동을 희망한다.
10.
마스다 미리의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 생활>에서 마스다 미리는 말한다. 대부분의 일에 크게 흥미가 없다고. 그래도 찾고 있는 무언갈 만나기 위해 가본다고 한다. 귀찮고 가고 싶지 않아도 가본다. 부지런한 사람이군 싶었다. 그와 비슷한 마음이었다. 어떤 전시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할 수 있지만 혹시나 하고 가본다. 아세안 문화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옆의 건물은 예전에 서류로만 보았던 창업 지원 공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접수는 마감되었지만.
발리에서는 닭싸움을 하는군, 닭보다 저 연보랏빛이 도는 나무(작가의 상상일까, 해가 지고 있었을까), 식물들이 더 보고 싶네. 오늘은 어제보다 많은 식물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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