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는 하나에서 둘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 적성이 아닌가 싶어서 복직을 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2살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다고 어린이집 원장님이 둘째는 받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1월생이라 12월생과 차이가 없다고 해도 아니라고 했다. 2살까지는 내가 키워야 한다. 결국은 잘한 일이었다.
애착형성때문이었다. 부모와 애착형성이 충분히 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과도 관계가 원활할 리 없다. 육아서에서 가장 처음에 나오고 또 중요하게 꼽는 게 유아시기 애착형성이다. 나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당시 출간된 웬만한 육아서는 거의 다 읽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안다. 그래서 많은 육아서를 읽으며 내가 생각한 내용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육아서에는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가득했다. 그리고 아이를 성공적으로 대학으로 진학시킨 분들도 육아서를 많이 썼다. 그 책들을 읽는 동안 내 마음 한편에도 희망이 솟았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이지? 하지만 나는 게으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내 일이라 나는 집에서도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선에서 받아들이고 내가 못할 것은 깨끗하게 포기했다.
육아서는 딱 세부류다. 아이가 늦었지만 지금은 빠른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처음부터 빨라서 남들과 달랐다. 이렇게 하니 아이가 특별해지더라. 하지만 사람마다 배경, 경제력, 환경, 경험이 다 다르다. 육아서에 나온 이야기들을 일반화하지 말아야 한다. 내 주변에도 아이를 잘 키운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책을 쓴 사람이 다 그렇지 않겠지만 특히 자식 자랑이 심한 사람들은 대개 자식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같이 일하던 김. 두 아이가 전국단위 자사고를 나와서 모두 서울대에 갔다. 그분은 입만 열면 자식자랑을 했는데, 더불어 맘에 들지 않는 상대는 대놓고 무시했다. 김이 나보다 늦게 퇴근할 때면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잘 가세요. 저는 저녁 약속이 있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아이 키운 이야기 듣겠다며 종종 밥 사줘요."
사람들에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꿈과 자신감과 창의성을 길러주라고, 초등학생 때부터 봉사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걸 난 안다. 하지만 김은 평소에 남의 험담이나 연예인 사건사고 같은 이야기 밖에 안 했다. 게다가 업무와 관련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자기는 미국에 2년 살다와서 다 안다고 했다. 아마 지금도 어디선가 엄마들이 사주는 비싼 호텔밥 얻어먹으며 있지도 않은 교육철학과 진로지도법을 설파하고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그녀를 고용한 이유는 화려한 지도 경력과 자신감 덕분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의 다양한 지도 경력은 일하던 곳에서 재계약하지 않아서 가지게 된 것이었다. 물론 우리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편에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던 상사. 그의 자녀는 의사와 변호사다. 들리는 말로는 아이를 잘 키워서 육아에 대한 책을 썼다는 말도 있다(검색해 봤으나 없었다. 예명 쓰나?). 그녀의 육아? 그녀는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키워줬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책을 썼단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책만 보고서는 가려낼 수 없다. 그러니 다 받아들이지 말자. 걸러 듣자.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그때부터 아이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뒤집기를 언제 하고, 두 발로 걷는 건 언제 했고, 말은 언제 텄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발달상에 문제가 있거나 부모가 발달이 늦었던 사람에게는 아이를 잘 관찰해야 할 일이겠지만 발달 시기는 평균이 있을 뿐이지 시기와 기간을 반드시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 우리 아이는 10개월에 걸었고, 다른 아이는 17개월에 걸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더 잘 걷느냐? 그런 건 없다. 그냥 걸었으면 됐다. 책에서 말하는 평균은 그냥 통계치로 이해하자.
학습도 이와 같다. 속도는 다르지만 대부분은 결국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부모를 그냥 두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는 것으로도 이렇게 비교를 하는데 공부는 어떠랴? 나는 이런저런 활동을 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은 대게 잘 자란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클 때 환경과 많이 비교한다. 그때도 그랬다. 밖에서 고무줄 놀이하고, 집에서 공기 연습하고 공터에서 공만 차던 아이들도 대부분 잘 자랐다.
내가 아이를 키운 방법의 특징은 돈이 거의 안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 모든 글은 대부분 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특히 돈 안 들이고 아이 교육시키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성공적이냐고? 성공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우선 초등학교 2학년에게 성공이니 영재니 운운하지 않는 걸로... 2학년 교육과정 무리 없이 잘 따라가고, 스스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 선택하고, 친구들과 잘 지낸다. 현재 첫째의 꿈은 아이돌이고 둘째는 어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