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치 컸으면 이미 다른 새끼도 부화했을낀데, 아직 병아리가 눈에 안 띄었으면 쥐가 잡아무긋나?"
아버지는 닭을 치신다. 오래 기른 개가 죽은 뒤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 대신 닭을 기르기 시작하셨다. 손주들에게 방사유정란을 먹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닭이 알을 낳고 알을 몇 개 남겨두기 시작하면서 개체수가 늘었다. 아버지는 아침 9시면 닭을 닭장 밖에 풀어놓아 놀게 하고, 4시면 닭을 모아서 닭장 안에 두신다. 그 덕에 매달 우리는 신선한 방사 유정란을 한두 판씩 받아서 먹는다. 닭은 상추도 잘 먹고, 국물 내고 남은 멸치나 과일 껍질, 생선가시도 잘 먹는다. 그래서 남은 음식물 처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닭장은 몇 번의 개보수와 리모델링을 거쳤다. 그러다 2년 전 한 해 농사를 다 마친 아버지는 대대적인 닭장 보수공사를 했다. 재건축처럼 기존의 닭장을 허물고 두 배 큰 닭장을 손수 지었다. 일 년 내내 달걀을 낳은 닭들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겨울 보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늘 주변을 살피셨다. 추운 겨울, 안락한 닭장에는 불청객이 들어오기 쉽기 때문이다.
오늘 아버지의 타깃은 쥐였다. 아버지는 닭장을 둘러보시다가 네 귀퉁이 중 한 곳에서 쥐구멍을 찾았다. 쥐는 번지수를 잘 못 찾았다.
"이 쥐새끼들을 그냥... 병아리들이 알 까고 한 마리씩 내려올 때마다 이것들이 잡아묵은기라."
아버지는 닭장 안에 놀던 닭들을 밖으로 보냈다. 이 와중에 알을 품은 닭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큰 물탱크에서 물을 차로 담은 다음 닭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호스를 길게 뽑아 쥐구멍에 호스의 끝을 꽂았다.
"아빠, 그런다고 쥐가 잡혀요?"
"이것들이 물을 먹고 나오면 빨리 못 움직여서 잡기 쉽고, 안 나오면 안에서 죽은 기라. 어디서 물이 새는지만 보면 돼."
한참이 지나도록 물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십분 넘게 쪼그리고 앉아있던 아버지가 닭장을 한 바퀴 삥 돌았다.
"물이 안 나오네?"
그러다 물이 다시 호스를 꽂은 구멍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닭장 안을 다시 살폈다. 닭장 구석으로 물이 나오고 있었지만 쥐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호스의 물을 잠갔다. 쥐는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사이 할아버지 곁에 있던 아이들은 닭장을 들락거렸고, 밖으로 나온 닭들은 자기들끼리저만치서 놀고 있다.
쥐를 일망타진하기 위한 살수대첩은 끝났다. 아이들은 작고 검은 병아리를 두 손 모아 잡고 창고방으로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