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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남미녀모친 Jun 07. 2024

날아라 병아리(1)

병아리 사수를 위한 살수대첩

  시작은 닭장에서였다. 딸이 할아버지를 따라 닭모이를 주러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병아리는 어디 있어요?"

"병아리? 지금쯤 낳을 때가 됐을낀데 부화가 안 됐어. 14마리 정도 될 껄?"

그러다 닭 모이를 주고 나오던 길에 딸이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 병아리가 있는데요?"

"뼝아리가 있다고?"

있었다. 제법 날개를 파닥거리던 병아리. 병아리를 보고 할아버지가 중얼거렸다.

"이 만치 컸으면 이미 다른 새끼도 부화했을낀데, 아직 병아리가 눈에 안 띄었으면 쥐가 잡아무긋나?"


   아버지는 닭을 치신다. 오래 기른 개가 죽은 뒤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 대신 닭을 기르기 시작하셨다. 손주들에게 방사유정란을 먹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닭이 알을 낳고 알을 몇 개 남겨두기 시작하면서 개체수가 늘었다. 아버지는 아침 9시면 닭을 닭장 밖에 풀어놓아 놀게 하고, 4시면 닭을 모아서 닭장 안에 두신다. 그 덕에 매달 우리는 신선한 방사 유정란을 한두 판씩 받아서 먹는다. 닭은 상추도 잘 먹고, 국물 내고 남은 멸치나 과일 껍질, 생선가시도 잘 먹는다. 그래서 남은 음식물 처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닭장은 몇 번의 개보수와 리모델링을 거쳤다. 그러다 2년 전 한 해 농사를 다 마친 아버지는 대대적인 닭장 보수공사를 했다. 재건축처럼 기존의 닭장을 허물고 두 배 큰 닭장을 손수 지었다. 일 년 내내 달걀을 낳은 닭들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겨울 보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늘 주변을 살피셨다. 추운 겨울, 안락한 닭장에는 불청객이 들어오기 쉽기 때문이다.


  오늘 아버지의 타깃은 쥐였다. 아버지는 닭장을 둘러보시다가 네 귀퉁이 중 한 곳에서 쥐구멍을 찾았다. 쥐는 번지수를 잘 못 찾았다.

"이 쥐새끼들을 그냥... 병아리들이 알 까고 한 마리씩 내려올 때마다 것들이 잡아묵은기라."

  아버지는 닭장 안에 놀던 닭들을 밖으로 보냈다. 이 와중에 알을 품은 닭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큰 물탱크에서 물을 차로 담은 다음 닭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호스를 길게 뽑아 쥐구멍에 호스의 끝을 꽂았다.

"아빠, 그런다고 쥐가 잡혀요?"

"이것들이 물을 먹고 나오면 빨리 못 움직여서 잡기 쉽고, 안 나오면 안에서 죽은 기라. 어디서 물이 새는지만 보면 돼."

한참이 지나도록 물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십분 넘게 쪼그리고 앉아있던 아버지가 닭장을 한 바퀴 삥 돌았다.

"물이 안 나오네?"

그러다 물이 다시 호스를 꽂은 구멍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닭장 안을 다시 살폈다. 닭장 구석으로 물이 나오고 있었지만 쥐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호스의 물을 잠갔다. 쥐는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사이 할아버지 곁에 있던 아이들은 닭장을 들락거렸고, 밖으로 나온 닭들은 자기들끼리 저만치서 놀고 있다.

   쥐를 망타진하기 위한 살수대첩은 끝났다. 아이들은 작고 검은 병아리를 두 손 모아 잡고 창고방으로 데려갔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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