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남미녀모친 Jun 11. 2024

날아라 병아리(3)

병아리 엄마는 인간이 아니라 어미 닭

   병아리는 깨서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익숙한 듯 몸을 떨지도 않았다. 그리곤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아이들이 자기를 보듬던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안 것 같았다.

"병아리가 야들이 저거 어미인 줄 아나 보네. 아까 그기 돌봐주는 긴줄 알았는 갑네, 닭장에 있을 때는 아무도 안 돌봐줬는데..."

아버지가 말했다.

"쥐들이 병아리 잡아먹는 와중에 살아남고 자기 돌봐주는 사람 알아보는 것 보니 이 녀석은 꽤 똑똑한갑다."


   병아리는 아이들을 따라다녔다. 그리고 아이들 손 위나 다리 사이에 몸을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병아리는 울지 않았다. 아이가 움찍하면 눈을 떴다가 다시 가만히 있으면 자기도 소리 내지 않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아까 살수대첩을 하던 중에 어미 닭을 한마리 보았었다. 어미닭이 이미 부화한 새끼와 알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새끼는 고개만 내밀고 소리 내지 않았고, 어미는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을 품느라 꼼짝하지 않았다.

"아빠, 아까 새끼 한 마리랑 어미 하나가 있던데 거기에 두면 어때요?"

"안 그래도 그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 나오민서 자리 바까놓고, 돌아다니도 바닥에 안떨어지구로 자리를 만들어 놨다."

"언제 데려다 놓죠?"

"애들한테 이야기하고 데려다 놔야지."


내가 아이들한테 말했다.

"병아리도 사람보다는 어미가 키우는 게 좋지. 그런데 하니는 엄마가 누군지 모르니까 우리보다 더 잘 품어줄 엄마를 찾아주면 될 것 같아."

"우리도 잘 키울 수 있어요."

"맞아 너희들이 잘 키울 수 있는데, 아까 하니가 너희들 품에서 눈감고 자는 거 봤지? 그런데 우리가 계속 품고 있을 수는 없잖아. 하니도 엄마 같은 닭이 품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러니 보내주자. 그게 하니한테도 더 좋겠지?"


   아이들은 떼쓰지 않았다. 대신하니를 놓아주는 장면을 보고 싶어 했다. 아이들은 병아리를 손으로 꼭 잡고 닭장으로 갔다. 그리고 하니를 키워줄 엄마닭을 보았다. 그 틈에 할아버지는 아이 손에 있던 하니를 닭장 안으로 순식간에 집어넣었다. 손 위에서 계속 삐약거리던 하니는 곧 잠잠해졌다. 마치 아이들 다리 사이에 기대 있을 때처럼. 할아버지가 말했다.

"아마 저 어미는 하니가 가 품어서 깐 새끼라고 생각할끼라. 마침 병아리랑 알을 같이 품는 닭이 있어서 잘됐네."

"하니가 다시 눈을 뜨면 잃어버렸던 엄마를 찾은 것이라 생각하겠지. 엄마 닭은 자기가 품었던 알이 부화했을 것이라 생각할 거야. 그게 하니에게도 좋겠지?"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어미를 찾는 동안 자신들이 돌봐준 병아리가 잘 적응하기를 바라기쁘게 돌아왔다. 그리고 말했다.

"하니한테 표시를 해둘걸 그랬어. 그럼 다음에 왔을 때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작가의 이전글 날아라 병아리(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