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떠나기 전이 제일 설레!

딸과 함께하는 홍콩 여행 일기.

by 율캔두잇

둘째 육아에 지친 어느 날.

남편에게 나는 ‘복직 전에 해외여행을 다녀올래!’하고

말했다.

어디를 가고 싶냐는 말에 중국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고, 누구랑 갈지 고민하다가 딸이랑

가기로 했다. 단둘이는 조금 무서우니까 지원군으로

막내 이모까지 데리고!


그래서 우리는 홍콩에 가기로 했다.

남편 덕에 미리미리 티켓을 발권하고 여행 준비를

마쳤다.

막내 이모랑 카페에서 세부적인 일정을 계획하던 날,

나는 깨달았다. 내 MBTI는 J가 아니라 P라는 사실을.

일할 때만 J 지. 일상에서의 나는 P가 확실하다.

이제 그만 인정해야겠다.

확실한 J 이모 덕분에 일정은 빠르게 준비되었다.

그냥 이모가 하자는 대로 다 좋아! 했다.


막냇동생은 큰언니와 14살 차이가 나고 나와는 8살 터울. 그나마 자매 중에 나랑 가장 친하다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종종 세대 차이를 느끼곤 한다.

여행 준비를 수첩에 꾹꾹 눌러 적은 나와 달리

아이패드에 캡처한 사진들 위에 펜슬로 정리해 왔다.

빵 터졌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


동생이 클룩에서 뭘 예약한다는데 옆에서 나는 클룩이 뭐야 하며 기침을 쿨럭쿨럭! 했다.


2018년도, 막냇동생 대학 다니던 때에 동생이 갑자기 휴학을 하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다.

휴학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니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같이 해외여행 가자고.

그건 휴학 안 해도 갈 수 있다고 말하며 휴학을 말렸다.


그때 동생이랑 단둘이 오사카 여행을 갔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 좋았던 시간이다.

나도 돈을 벌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동생과 나의 여행경비를 스스로 내서 갔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대견하다.


기억나는 일화 하나로, 오사카 여행 중 어느 날.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 와 호텔에서 씻고 딱 소리를 내며 까서 꿀꺽거리며 마시니 맥주를 즐기지 않던 동생이 ‘언니는 맨날 맥주만 마시냐. ’ 그랬다.

맥주 짠도 안 해주고 핀잔주던 기억이 난다.


고된 여행의 마무리로 맥주 한 캔의 맛을 모르던 어린

동생이었다. 이제 나이 좀 들었으니 여행 끝에 먹는

맥주 맛을 알 테지. 이번여행에서는 짠도 해주겠지.

더 기대되는 여행이다.

동생에게 하오 보조로, 비행기 표값만 들고 따라오라고 했는데 3년 차 직장인이 되더니 여러 가지 경비를 나누어 내주었다. 시집 안 간 이모가 최고다.!


하오는 여행 가기 일주일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며칠 어린이집에도 못 보내고 집에서 케어했다.

다행히 출발 전까지 다 나을 것 같다! 후!


캐리어에 짐을 잘 챙겨 넣으니

하오가 자꾸 와서는 ‘엄마 캠핑카 가져가요?’한다.

캠핑카가 아니라 캐리어라고.

그 곁에 앉아서 자기도 이것저것 챙긴다고

머리띠며 공주 옷이며 캔디며 집어넣는 하오.

꺼내면 또 넣고 또 넣고 웃기는 네 살이다.

둘째 태오는 놓고 가는 여행이라 태오가 잘 먹을 수 있도록 냉장고와 냉동고 가득 반찬도 채워두었다.

이제 가자!


여행은 늘 가기 전이 가장 설렌다.

‘맛있는 걸 먹을 때 오빠 생각 안 할 거야.

하오랑 나랑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예쁜 거 많이 보고 갖고 싶은 거 다 살 거야.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을 할 거야!‘라고 오빠에게

떵떵 소리치며 말하면서 다짐했다.

-후회 없이 먹고 놀고 즐기고 와야지.

공항버스 있는 곳까지 데려다준 오빠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하오랑 내 손에 편지를 쥐여주고 갔다. 뭐야 하면서 편지를 펼쳤는데 ‘사랑하는 유리야’라는 글자만 읽었는데 눈물이 핑 돌아서 다시 접었다.

글자를 모르는 하오를 위해 하오 편지를 읽어주는데

‘하오야’를 읽고는 목이 메어 결국 이모가 읽어주었다.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고 울음을 삼켰다.

편지는 나중에서야 버스 안에서 읽었다.

기쁜 날 울지 말자. 고마운 나의 남편.

설렘과 두려움이 서로 앞다투는 지금.

나는 또 얼마나 많을 걸 배우고 올까.

나는 또 얼마나 많이 성장하고 올까.

얼마나 많이 감사할까.

안전. 즐거움. 후회 없이!

잘 다녀오기.


공항 가는 버스에서 잠든 하오를 안고 쓰는 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종이 한 장에 행복해지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