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을
아이와 함께 보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잠자리에 누운 아이에게 물었다.
“딸아, 너의 마음속에는 기쁨이가 있니?
까칠이가 있니?”
“제 마음속에는 기쁨이와 소심이가 있어요.”
다시 또 물었다.
“그럼 엄마 마음속에는 뭐가 있을까?”
“엄마 마음에는 당연히 버럭이와 까칠이가 있지요!.”
앗. 뜨끔했다.
한 달에 한 번 까칠 대고 버럭 대는 날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까칠이와 버럭이가 스멀스멀
기어 나올 때 남편은 그날을 기가 막히게 알고
나를 피해 알아서 숨죽인다.
눈치 없이 해맑은 둘째는 오늘도 까불거리다
엄마의 버럭이를 만나고야 말았다.
아이는 늘 똑같은 행동을 하는데,
내 마음속 기쁨이가 있을 땐 웃어넘기는 일들이
버럭이가 있을 땐 절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아침부터 기저귀를 갈다가 맨몸으로 도망가는
어찌 보면 정말 귀여운 아이에게
“이리 와!” 하며 큰 소리를 냈다.
혼 내놓고 출근하는 마음이 좋을 리가 없지.
아침부터 내뱉은 버럭 한 번이
나의 하루를 무너뜨린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는 그 모순이
나를 가장 아프게 한다.
매번
기쁘면서도 슬프고
두렵지만 용기 내야 하고
사랑하지만 힘들다.
내 감정 하나도 여전히 정리하기 어렵고
꺼내 쓰기 어렵다.
다시 마음먹고 퇴근 후엔 기쁨이가 가득한 엄마로
아이를 마주하니 그날 저녁 아이가 이렇게 말하네.
’엄마 오늘은 기쁨이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