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더웠던 지난 여름날.
들어서면 마치 냉장고 안처럼 냉기가 가득한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은 얼음이 가득한 음료를 마시고 있다.
그 틈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옆에 있던 친구가 이렇게 더운데 뜨거운 커피를
마시느냐고 한소리를 한다.
- 곧 추워져.
자리에 앉은 나는 가방 속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카디건을 조용히 꺼내어 입는다.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은 것 마냥 속이 따뜻해진다.
밖을 나서자 친구는 한여름 무더위에 숨 못 쉬게 덥다며 여름을 탓한다.
- 아. 너무 따뜻해.
차디찬 에어컨 바람에 꽁꽁 얼었던 내 몸이
뜨거운 욕조 안에 푹 담겨 녹아내리는 것 같아.
여름의 햇살, 온몸에 받으니 따뜻하고 좋다!
<어? 나 여름 좋아하네!>
그때 알았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은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라는 것을.
누군가 좋아하는 계절을 물을 때마다
포근한 니트를 껴입는 겨울이 좋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옷장에는 매일 니트만 입어도
기나긴 겨울을 보낼 수 있을 만큼 니트가 가득하다.
뜨끈한 아랫목 같은 겨울의 이불속을 좋아했고,
호호 불어먹는 따뜻한 고구마와
추운 곳에서 마시는 맥심커피를 좋아했다.
그래서 겨울을 좋아하는 줄 알았지.
사실 내 몸은 겨울을 힘들게 버티는 몸이다.
가을에 들어설 때부터 추위를 타며 내복을 챙겨 입고,
두꺼운 수면 잠옷을 꺼내 입었다.
손발은 언제든 차가웠기에 낮에는 주머니에 핫팩을 넣어 다녔고, 밤에는 남편이 데워 준 따뜻한 물주머니를 껴안고 잤다.
추위에 잔뜩 웅크린 내 몸은 자주 체했고,
콧속으로 들어온 찬 공기는 그대로 감기를 가져왔다.
그러니까 나는
차가운 몸을 덥힐 무언가가 늘 필요했던 것이다.
내 몸은 여름과 잘 맞는 사람이구나.
나는 여름을 사랑하는구나.
좋아하는 계절 하나 찾는데 오래도 걸렸네.
늘 남들에게 ‘어떤 계절을 좋아하느냐’ 물을 줄만 알았지 내가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묻지를 못했네.
나는 또 어떤 걸 사랑하고 있을까.
낯선 나를 계속 알아가는 게 삶이라면
하나 찾았으니 잘 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