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시간, 아까운 하루.

by 율캔두잇

주말에 할머니댁에 갔다가 일요일이 되면

다음날 출근을 위해 ‘할머니, 이제 갈게!’ 그러면

할머니는 ‘더 있다. 가거라. 어디 댕기냐’ 하셨다.

‘내일 학교 가야지’ 그러면

‘너 일 안 하냐’ 하셨다.

‘선생이야 선생, 애들 갈쳐’

할머니 알아듣기 좋게 이야기해도

다음번에 또 까먹으셨다.

학교 간다고 하니 서른이 넘어도 여태

학교 다니는 학생인 줄로만 안다.

방학이 시작되어 할머니 댁에 가면 어쩐 일로

오래 머무는 손녀가 이상한지 또 물어보신다.

’핵교 안가냐’

그냥 또 대답하기 귀찮아서 ‘방학했어’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학, 나도 그게 있다.

방학이 있는 직장, 참 좋은 직장이다.

여름 한 달, 겨울 두 달 꼬박 쉰다.

올 겨울 방학도,

30일도 넘게 쉬는 날이 꽉 차있는데

하루가 아깝다.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아쉽고 아깝다.

그래서 뭘 하면서 보내느냐 해도

별거 없는 하루들이다.

하루는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또 하루는 보고 싶을 때까지 책 보고,

또 하루는 밀린 집안일 하고,

하다 하다 할 게 없으면 뭐 하지 하고 멍을 때린다.


너무 좋다.

이 쉬는 시간들은,

3월 개학을 하고, 한 학기를 버틸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충전된다.

그러니까 지금 차곡차곡 잘 모아야 한다.

잘 모았다가 봄부터 여름까지 잘 써야 하거든.


내일은 뭐 할까?

출근도 안 하는데 냅다 늦잠이나 자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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