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엄마와 아빠는 종종 저녁 모임에
나가곤 했다.
오 남매 중 누군가는 그 자리에 따라붙었고,
나도 어쩌다 엄마의 손을 잡고 모임에 함께 갔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엄마는 곧장 사람들 사이로 섞였고
나는 천천히 엄마의 뒤로 숨었다.
엄마 등 뒤에 숨어 빼꼼 내민 눈으로
어른들을 훔쳐보면
“셋째 딸이야? 엄마 닮아 예쁘게 생겼네~”
그 말이 꼭 따라왔다.
나는 그 말들을 모아두며 자랐다.
어색한 모임 자리에서 엄마 옆에 꼭 붙어
조용히 밥을 먹었다.
엄마 얼굴 한번 쳐다보고, 밥 한번 먹으며
어른들의 대화를 귀 쫑긋하며 들었다.
술기운이 오른 아저씨는 지갑을 꺼내며
“이쁘네, 이거 받아” 하고 돈을 주셨다.
두 손으로 받으며 “감사합니다” 말하자
엄마는 돈을 뭐 하러 주시냐며 손사래를 친다.
어른들의 대화가 재미없어지고
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엄마 허벅지를 몰래 꼬집으며 집에 가자고 보챈다.
이윽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 손을 잡고
식당 밖으로 나오는 엄마다.
그 기억이 났던 날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모임에 나섰던 딸이
커서 엄마가 되었고 귀여운 딸아이의 손을 잡고
모임에 나갔다.
처음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가면서도
내 옆에 꼭 붙어 밥을 먹는 딸아이를 계속해서
눈길로 살폈다.
“엄마 닮아 예쁘네” 그 말에 웃음이 났다.
술이 오른 아저씨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한 장을 주자
두 손으로 받으며 “감사합니다.” 말하는 내 아이.
옆에서 보는데 내 딸 왜 이렇게 야무지고 예쁜 거야.
행복에 허덕인다.
내 엄마도 나를 보고 그랬을까.
그랬다면 우리 엄마 정말 행복했겠다.
사실 이번 모임은 온전히 마음 편하지 않은 자리였다. 그 자리가 아이를 핑계로 덜 불편했고,
용기가 났다.
딸은 어른들만 가득한 어색한 자리에서
내게 완전히 의지했고,
나도 작은 아이에게 온전히 의지했다.
내 엄마도 그랬을까.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에게 말했다.
“어른들을 만나 안녕하세요. 인사를 잘하고,
이름이 뭐니?라는 말에 또박또박 이름도 잘 말하고,
용돈 주신 분께 감사하다는 말도 잘하더라?
고마워. 기특하네 우리 딸. “
그랬더니
“엄마 내가 용기를 한번 내본 거야. 재밌었어!”
나 또 다섯 살 애기한테 하나 배우네.
엄마는 언제 용감해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