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여섯 살이 되었다.
딸은 나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팥 심은 데 팥 나고,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나를 똑 닮은 딸이 나왔다.
먹는 식성부터 성향이 너무 닮아있어서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다.
서점에서 책을 보는 나를 기다리며
스스로 책을 고르는 아이가 되었고,
작고 귀여운 것들을 보면
나처럼 하나는 꼭 사야 하고,
인형 뽑기 기계는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딸과의 데이트는 너무 재밌다.
그날은,
카페에서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아이는 딩동댕유치원을 보고 나는 책을 보기로 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뒤 테이블에 앉은 중학생 여자아이들의
대화 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렸다.
내용은 없고 말의 시작과 끝에 욕이 달렸다.
작은 아이를 봐놓고도 어쩜 저렇게 큰 소리로
욕을 할 수 있을까. 화가 났다.
가서 한마디 하려다가 꾹 참았다.
너희들도 누군가의 예쁜 딸들일테고,
모두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또는 내 한마디에 달라질 아이들이 아닌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한마디를 할까 말까 수십번 고민하다
그냥 자리를 옮겨 피하기로 했다.
자리를 옮기자고 말하니 딸이 물었다.
‘엄마 왜 자리 옮겨?’
이때다 싶어 중학생 아이들에게 들릴만큼
나도 큰소리로 말했다.
‘응 ~ 예쁜 언니들이 미운 말을 해서 엄마랑 하오가
듣기 힘들어서 안 들리는 곳으로 가는 거야.‘
여자아이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뒤통수가 따가웠다.
손이 떨렸다.
솔직히 쫓아와 욕이라도 할까 봐 무서웠다.
부모로서의 두려움을 느꼈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 아이를 잘 지킬 수 있을까.
어른의 세계가 아이들 앞에 너무 빨리 열리는 사회.
아이의 순수함이 오래 지켜지지 못하는
이 사회의 속도가 안타깝다. 속상하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너무 퍽퍽하게 느껴졌다.
내 아이는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옳고 그름을 아는 아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아이.
그렇게 자라기를,
그 마음으로 오늘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