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틈에 봄이 왔다.

by 율캔두잇

커피 머신이 위잉 소리를 내며 원두를 갈고

아메리카노를 추출하는 1분 남짓의 시간.


나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머신에 컵을 끼워 놓은 채,

미루던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엄지발가락으로 업무용 컴퓨터 전원을 켜거나

밀린 카톡에 답을 한다.


그러다 문득,

커피가 내려지는 그 짧은 순간에

창밖 한 번 바라볼 여유조차 없다니.

슬퍼졌다.


그렇게 내린 커피는

따뜻할 때 한 모금도 마셔보지 못한 채

한편에서 조용히 식어 간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데

늘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되어서야 마신다.


직장에서는 자녀양육의 복지제도로

단축근무 두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두 시간 일찍 퇴근한다는 건

네 시간에 해야 할 일을

두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하루를

10분 단위로 쪼개고 또 쪼개어 쓴다.

그럼에도 직장에서는 늘 바빴고

출근길과 퇴근길은 늘 조급하고 분주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놓칠세라

사랑으로 꽉 채워 보내고


각자의 운동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남편과 나는 서로를 배려하며 꾸준히 바쁘게 운동을 간다.


쪼개 낸 틈 사이로

책도 몇 장 읽어 낸다.


그렇게

나만 바쁜 줄 알았더니

찬 바람은 바삐 떠나고

따스한 바람이 서둘러 불어온다.


땅속에서는 새싹이 바쁘게 올라오고

앙상했던 나무 가지 끝에도 꽃봉오리가 터졌다.


나 바쁜 틈에 더 바삐 봄이 왔다.

숨 크게 내쉬고 창 밖을 보며 봄을 만끽하자.

놓치지 말자.

바삐 봄 꽃구경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