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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캔두잇 Sep 04. 2024

하찮아보이지만 정말 소중한 것들

하오일기

하오가 어린이집에서 바깥놀이를 다녀온 날은 빨래하기 전에 주머니를 잘 살펴야 한다.

아이의 주머니 속에는 낙엽, 열매, 나뭇잎 같은 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가방 속에 풀을 잔뜩 담아와서는 엄마 주려고 주워왔다고 한다.


오늘은 하원하자마자 할 이야기가 많은지 쫑알 거린다.

‘엄마! 하오 가방에 엄마 줄 꽃이랑 옥수수가 있어요. ’

‘하오가 놀이터에서 옥수수를 찾았어요. ’

집에 돌아와 가방 속을 열어보니 진짜 옥수수알

하나가...

하.. 귀여워 미쳐 돌아버리겠다!!!


아빠도 보여준다고 식탁에 잘 모아 올려두었다.

누가 옥수수를 뜯어 먹다가 흘린 옥수수 한 알이

하오는 마치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기뻐한다.

하찮아 보이지만 정말 소중한 것들이다.


또 어떤 주말에는 아빠랑 서울 여행 다녀온 아이가

선물이라며 내민다.

다 먹은 초코송이 종이 상자를 펼쳐 핑크색으로 가득 채웠다.

아빠가 핑크색 형광펜을 사주었는데 종이가 없어서

초코송이 상자에 색을 칠했단다.

내려오는 기차에서 오래도록 칠했다고 내 선물이란다.

아이가 크는 이 순간에만 받을 수 있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하찮아 보이지만 하나도 하찮지 않아.

우리 딸이 엄마 생각하면서 그린 그림들,

주워온 것들, 모두 모두 소중해.

엄마 눈으로 손으로 마음으로 잘 기억해둘게. ]

사탕을 하나 사주고 집에 돌아와 씻자 하니 먹다만

사탕을 잘 둬야 한다며 약병에 꽂아 세워둔 하오.

어쩜 저런 생각을 할까....

하찮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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