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오남매
아는 것은 많이 없지만,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거라고 믿으며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나.
아기 머리가 커서 40주를 다 채우면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38주부터 빠른 자연 진통이 오기를 바라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하루 종일 바닥을 쪼그려 다니며 거실 대리석을 닦았다. 그동안 고집하던 하얀 카펫은 2년 만에 거두어지고 아기를 위한 매트가 깔렸다.
3일 동안 아파트 꼭대기 25층까지 걸어 오르며 진통이오기를 매일 밤 기대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통은 오지 않았고,
결국 유도 분만을 하기로 했다.
월요일에 첫째 하오를 단정하게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빠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하오야, 오늘 이모가 데리러 올 거야. 이모가 오면 이모집에 가서 자는 거야. 엄마는 어디에 가?’
‘엄마는 하동이 낳으러 가. 병원 가.’
열 번도 더 말해주었다.
‘엄마 잘 갔다 올게. 씩씩하게 잘 기다리고 있어.’
‘응! 하오는 이모랑 이모부랑 언니랑 잘게.’
두 번째 출산이니 아기가 빨리 나올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다섯 시간이면 아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래서 신이 났다. 나 자신 있어!!
열 달 가까이 배에 아기를 품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에 빨리 아기를 만나고 싶었다.
생각과 달리 나는 10시간의 진통 끝에 아기를 낳았다. 자궁수축으로 인한 고통의 수치는 최대 100을 나타내는데 10시간 동안 수십 번 100이라는 숫자를 찍고 나서야 아기가 나왔다.
출산의 고통은 인간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이라고 한다더니 진짜 아팠다. 한번 해본 건데 둘째는 더 아팠다.
그 아픈 걸 내가 또 해냈다니. 진짜 내가 너무 대견하다.지독하다 나란 인간.
고통의 끝을 찍고 아기가 나오는 순간은 그야말로 시원했다. 깊은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 뜨겁고 무거운 것이 가슴팍에 안겨졌을 때 나의 첫마디는 ‘아기 괜찮아?’였다. ‘응 괜찮아. 건강해.’라는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가 되었다.
출산의 고통은 지나가버린 과거가 된 지 오래였다.
입원실에서 3일을 머물고 조리원에 왔다.
빨리 회복해서 집에 가야 한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하오가 있으니 얼른 회복해야 한다.!!!
나 홀로 조리원에서 6박 7일.
하오가 영상통화를 걸었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말한다.
’ 엄마. 어디 아파? 엄마 안 아파. 엄마 집에 와.‘
내 딸, 잠깐 사이에 말을 이렇게 잘하다니. 놀랍다.
참았던 눈물이 광광 쏟아진다. 하오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면 하오도 울까 봐 꾸역꾸역 눈물을 삼켰다.
하오도 슬픈지 입은 삐죽거리면서도 눈물을 참아낸다. 쪼끄만한게 눈물을 삼킨다.
그 모습에 또 가슴이 미어진다.
보고 싶다. 만지고 싶다 내 딸.
조리원에 들어오자마자 집에 가고 싶어졌다.
마음을 다시 잡는다.
엄마가 건강해야 하오한테 잘할 수 있어.
얼른 회복하고 가자.!! 버티자!!
얘는 내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30개월 동안 한 번도 나랑 떨어져 잔 적도 없는 아이가 10일 동안 엄마를 만날 수 없다니 얼마나 내가 보고 싶을까. 나도 이렇게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우리 아가는 내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걸 얼마나 꾹꾹 눌러 참고 있을까. 대견하고 짠하다.
‘엄마, 4번 자면 오지?’ ‘엄마, 3번 자면 오지?’
숫자도 잘 모르는 녀석이 손가락을 접어가며 나를 기다린다. 시간아 어서 가라. 우리 딸 보고 싶다.
너를 끌어안고 만지고 뽀뽀하고 냄새를 맡고 싶다.
‘엄마, 하오는 울지 않고 씩씩하게 잘 참고 있지?’
‘엄마, 하오는 징징이 아니고 씩씩이지?’
어느 날 하오가 아빠랑 같이 아기를 보러 조리원에 들렀다. 코로나 때문에 산모 면회는 안 돼서 만날 수가 없다. 아기를 보고 돌아가는 하오를 7층 창문에서 몰래 내려다보았다. 타이밍을 놓쳐서 돌아가는 차 꽁무니만 보았는데 어찌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눈도 펑펑 내려 내 눈물도 펑펑 쏟아졌다.
그렇게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와 남편,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하오야, 오래 기다렸지?
엄마 곧 갈게. 두밤만 자고 갈게.
엄마 배에 이제 아기 없으니까
많이 많이 안아줄게.
엄마 발 비행기도 태워줄게.
놀이터에서 같이 못 뛰었는데 이제 많이 뛰어줄게.
하오가 엄마 배 위에 누우면 엄마가 하오 정수리 냄새 많이 많이 맡아줄게.
하오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