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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캔두잇 Sep 10. 2024

동네 언니가 생겼다.

하오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에 매일 마주치는 엄마가 있다. 오며 가며 인사 정도만 하고 지냈었는데, 휴직을 하면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내일 어린이집 쉬는 날인데, 별일 없으시면 저희 집에서 같이 놀아요.’


먼저 누군가에게 만나자고 말하는 성격이 아니라 이런 행동을 하는 내가 신기할 만큼 당차게도 말했다.

첫째랑 둘째 나이가 같아서 평소 공감대가 많았던 터라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았다.


사회에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과 그중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조심스러웠다. 선뜻 만나자고 했다가 나랑 너무 안 맞아서 거리를 두는 일이 발생할까 봐 미리 걱정하는 스타일이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다. 그때 남편이 한 말에 용기를 냈다. ’ 깊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만나봐.’ (남편 말 잘 들음.)

집으로 초대해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그동안 이것저것 궁금했던 것들을 묻던 와중에

본래 고향이 어디예요?라고 생각 없이 물었다.


어쩜 세상이 이리도 좁을까. 초, 중, 고등학교 선배다.

나이 차이가 있어서 같이 학교를 다니진 않았지만,

(초등학교는 같이 다녔음.) 어린 시절 지나가다가 한 번은 만났겠다.


진짜 가까운 동네에 살고, 내가 말하는 빵집, 문구점, 동네 이름을 다 안다.

꽤 먼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다니 너무 신기해!


그때부터 그렇게 언니, 동생이 되었다. 같은 고향이라는 것. 그 하나로 무섭게 친해졌다.


어느 날엔 다이소에 가고 싶은데 남편이 안 가준다고 했던 언니의 말이 기억나서 운전을 못하는 언니를 태워함께 다이소에 갔다.

‘언니. 내가 기다려줄 테니까 천천히 둘러봐.’라고 말했고 언니는 3층에서만 1시간 넘게 구경했다.

다이소 기본 주차 시간을 훌쩍 넘기고서 나왔다.

그리고 점심으로 닭갈비를 먹는데 언니는 대낮부터 소주를 마신다. 마시면서 내내 말한다.

‘와!! 너무 행복하다. 와!!!! 너무 맛있다.’

‘언니가 이렇게 좋아하니 데려올 맛 난다.’

그렇게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내가 항상 나 동네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함께 커피 마시러 다니고 편하게 집도 오가고.

옷도 주고 먹을 것도 주는 친한 언니 같은 사람 있으면 좋겠다고 늘 말했었는데, 그런 언니가 생긴 것 같았다.


이 언니가 맨날 집에 고추 있니? 오이 있니? 마늘종 담갔는데 먹을래? 저녁 같이 먹을래? 이따 하원하고 잔디밭에 갈래? 커피 마실래? 물어본다.

나는 편하게 좋다 하고 또 편하게 거절한다.


언니의 취향은 나와 정반대다.

빨간 립스틱과 호피무늬를 좋아하는 언니.

목소리도 크고 늘 텐션이 높다.


그리고 예민한 나와 다르게 단순하다.

단순히 행복해하고 단순히 기뻐하고 기분 나쁠 만한 일도 ‘뭐 이유가 있겠지’ 하며 단순히 넘긴다. 나의 거절도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게 좋다.

단순함이 뭔지 내게 알려주는 것만 같다.


좋은 카페를 발견하면 여기 언니 데려와야겠다.!

대형 마트 갈 때 언니랑 같이 갈까? 생각이 난다.

친언니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동네 친구가 생겨서 너무 좋다.

잘 지내야지.

드디어 애 아빠(언니는 남편을 애 아빠라고 부른다.)가 식기세척기를 사주었는데 세제를 깜빡했다고 식기세척기 세제 한 알만 달란다. ‘알았어. 언니 이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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