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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78

멀리 보아야 보인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컴퓨터 바탕화면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알아서 예쁜 사진들을 바꿔주는데, 이번엔 이 사진이 떴다. 

눈길이 멈추고, ‘어디지?’하며 열심히 검색한다. 

하와이에 있는 ‘Na Pali Coast’ 사진이다.


멀리 보아야 보인다. 

멀리 보아야 예쁘다.

높은 곳에서 보아야 보인다. 

높은 곳에서 보아야 웅장하다.


삶도 그렇다.

자기 앞에 놓인 것에만 얽매이면, 참으로 힘들고 고달프다.

해결되는 것은 없고, 자꾸만 어려움이 쌓이고,

그래서 막막하고, 답답하고, 짜증난다.

그럴 때 멀리 보아야 보인다.

내가 지금 삶의 옹이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내가 지금 대나무의 마디를 형성하고 있음을!

더 반듯이, 더 곧게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사람도 그렇다.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한 때엔 너무 좋았는데, 이상하게 안 맞기 시작할 때,

전엔 안 그랬는데, 상대가 많이 변해버렸을 때,

그럴 때 높게 보아야 보인다.

나는 상대를 더 존중하고 있음을!

나는 상대를 더 배려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음을!

나는 상대를 더 사랑하고 있음을!


그래서 삶이고 그래서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단어가 비슷한 것이다(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삶은 곧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삶,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괴롭다는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괴롭다는 것은, 아프다는 것은 한 단계 더 고양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괴로움이 아니라, 희망이고, 배움이고, 성취이다. 


괴로움이 희망이고, 배움이고 성취라니…그렇게 극과극은 만난다.

영어에 ‘Too far east is west!’라는 말이 있다. '동쪽으로 계속 가면 결국 서쪽에 닿는다'는 말이다. 

너무 눈부셔서 눈이 멀다.

너무 기뻐서 눈물 흘리다.

실패가 계속되면 결국 성공에 이른다.

8번 실패하고, 결국 ‘토스’라는 회사를 일구어낸 이승건 대표가 떠오른다.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시간들이었을까?

그래도 ‘극과 극은 만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계속되는 실패는 결국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에디슨도 ‘전구를 발명할 수 없는 1,000가지 방법을 안다’라는 말로, ‘극과 극은 만난다’라는 전제를 완성시켰다.

그러니, ‘극과 극은 만난다’는 말은 집념이고, 끈기이다.

‘그릿’을 쓴 Angela Lee Duckworth도 열정과 끈기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재능이 아니라!

헤겔도 그랬다. 

변증법을 설명하면서, ‘극단적인 것들이 결국 상호작용하면서, 합일점을 이룬다’고, 그게 ‘정반합’이라고! 유식한 말로, ‘테제(명제)와 안티테제(대립명제)의 갈등이 결국 새로운 단계의 발전을 이룬다’라고!


그러니, 

삶의 모든 걸음걸음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삶이 끊임없는 오르막처럼 느껴진다면,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고, 답답하다면,

삶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몰라 막막하다면,

삶이 파도에 휩쓸리는 배처럼 끊임없이 문제가 닥쳐온다면,,

무거운 쇳덩이를 지고 가는 지친 삶이라면,

멀리 볼 일이다.

멀리 봐야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 때문에 메마르고 외롭다면,

사람 때문에 시들어가고 있다면,

사람 때문에 공허하다면, 

사람 때문에 홀로 길 잃은 아이처럼 고독하다면,

사람 때문에 동토에 칼바람 맞는 나무처럼 쓸쓸하다면,

사람 때문에 무기력하고 지쳤다면,

사람 때문에 깊은 어둠에 잠겨있다면,

높은 곳에서 볼 일이다.

높은 곳에서 보아야 보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바탕화면 하나에, 토스 대표와 Angela Lee Duckworth, 헤겔을 떠올리다니.. 내가 오늘은 많이 예민한가 보다.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기차로 이동하던 중에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빅터 프랭클의 마음이려나? 예민함이 반가운 오늘이다. 


공황장애는 희미해져간다. 저물어간다. 

그게 아쉽고, 그게 서운하다.

희한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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