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같은 두 고양이

묘춘기 행복이와 혼자 애틋한 채리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by 이경화

채리는 아직도 해리와는 투닥거림 외에는 데면데면한 사이이지만, 셋째와는 더없이 다정했던 시간이 있었다. 물론 이제는 셋째도 다 컸다고 영역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그루밍을 주고받다가도 갑자기 성질을 내며 돌아서서 가버릴 때도 있지만. 묘춘기라고들 하던데 중성화를 마친 고양이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무튼 둘째가 중성화를 마치고, 치료가 끝났을 즈음 타이밍 좋게도 혼자 떠돌던 셋째를 구조하게 되었다. 첫 만남부터 중문을 사이에 두고도 둘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해서 문 앞에 바짝 붙어 관심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혹시라도 공격적인 하악질이나 위협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내가 민망할 정도로 한 달 도 지나기 전에 안방에 입성한 행복이. 아직 작디작은 행복이를 향한 채리의 애틋함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친 모녀 사이라고 착각할 만큼 놀라울 정도의 친밀함이 있었다.

행복이 또한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의 친절한 보살핌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무리 친절을 베푼다 해도 받는 입장은 또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집사는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행복이 태도에 안심이 되었다. 기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둘은 마치 친모녀처럼 잠시도 떨어져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해리 또한 가끔 귀찮아할 뿐 일부러 다가가 위협하지는 않았다. 늘 타워에서 관찰과 방관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행복이는 심지어 젖을 뗀 것이 분명했음에도 채리의 빈 젖을 물며 어미젖을 빠는 아깽이의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평소 더없이 깍쟁이에 지고는 못 사는 성미로 간혹 해리와 전쟁이 되는 채리가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여 그루밍까지 해주는 모습이다. 남의 아이를 가끔 예뻐할 수는 있겠지만 친자식도 아니고 출산의 경험도 없는 녀석이 한결같음이 있다.

감정에는 한계가 분명 있을 텐데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채리는 여전히 행복이의 똥꼬까지 그루밍을 해 주려고 한다. 새끼를 낳은 적도 없는 중성화한 암컷 고양이가 혈연이 아닌 영역만 공유하는 동료 고양이를 혈육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까?

늘 그루밍을 해주고 함께 놀아주려고 하는 채리와 잠시 놀다가도 금세 짜증 내며 돌아서 가버리는 응석받이 행복이의 관계. 애틋하기도 재미있기도 하지만 흐뭇한 마음이 압도적이다.

우연한 만남을 인연으로 묶어 한 집에서 투닥거리며 지내는 것이 가족이지 뭐. 혈연의 소중함만 있을까.

우리 집은 아예 종이 다른 집단이지만 서로 아끼고, 함께 먹고, 자고, 놀면서 부대끼고 투닥거리며 잘 지낸다. 이보다 재미있고 소중한 가족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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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제 노아와 레오: 눈 깔아라. 조용한 기선제압 하~~~아~~ㄱ ,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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