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욕심과 착각으로 데려온 똑똑한 삼색이, 채리

by 이경화

늦은 나이에 다시 진학한 학교. 복학 후 낯설어진 학교와 새로 배정된 학급에 적응하고 있던 시기였다. 약간 찬 기운이 남아 있던 초가을 날씨에 마음이 살랑거리고, 곧바로 귀가하기엔 뭔가 아쉬워 그날은 수업을 다 마쳤음에도 교내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구내식당 앞 벤치 근처 통로를 사람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모여 있었다. 웅성웅성. 소곤소곤.

'와 어떻게 너무 귀엽다~" "어짜노? 어미가 버리고 갔나?" "불쌍한데 귀엽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뭔가 귀여운 생물을 둘러싸고 구경하는 듯했다.

'뭐지? 학교에 저렇게 모여서 구경까지 할만한 동물이 있었나?'

인파를 어찌어찌 헤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손바닥보다 약간 더 큰 몸집의 아기고양이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무리를 피해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아마 그 아기고양이에게는 혼자 남겨진 것보다 훨씬 공포스러운 시간이 아닐까?

그 순간 "언니~!" 하는 반가움이 묻어난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 나를 부르는 건가?

주위를 둘러보다 이번에 동기가 된 여학생이 보였다. 유난히 밝아 낯가림이라고는 없어 보이던 여자 아이. 타지에서 다른 전공을 배우다 휴학하고 다시 진학해 왔다는 그 아이였다. 알고 보니 이 여학생이 건너편 본관 앞에 있던 이 고양이를 옮겨온 장본인이었다. 순간 납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가끔 이소 중에 어미에게서 떨어진 고양이가 은신처에서나 은신처 주위의 길에서 발견될 때가 있다. 우리들은 작고 약한 아기고양이가 어미에게서 버려졌다고 착각하기 딱 적당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불쌍하다며 보호소나 집으로 데려와 버린 그 순간부터 어미와 아기고양이는 강제로 이산가족이 되어 버릴 수가 있다.

아기 고양이는 손바닥 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는데 아마 어미와 떨어진 동안 옮겨진 듯했다.

짧은 시간만에 상황에 익숙해진 듯 아기고양이는 용감하게도 자신을 둘러싼 학생들의 감탄 섞인 하이톤에도 주눅 들거나 겁을 먹기보다 호기심을 더 보이는 듯했다. 씩씩하게 고개를 들어 주위를 한 번씩 둘러보는 모습이 제법 강단도 있어 보인다. 그냥 둬도 어미를 찾아가거나 어미가 찾아오지 않을까? 당돌한 성격이 두드러져 보이는 녀석이고, 무엇보다 학교 안에 살고 있는 고양이였으니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을 만큼 채리는 당돌하고 똑똑한 고양이 같았다.

작고 날렵했지만 마른 체형은 아니었다. 갈색이 많이 섞인 삼색고양이. 어미에게서 돌봄을 잘 받은 개체로 보였다.

이소에는 보통 몇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까지 소요될 때도 있다고 한다. 그 시간 중에 은신처에 얌전히 숨겨두고 온 아기들이 기다림과 배고픔에 지치거나 호기심에 바깥으로 나왔다가 미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가끔 사람에게 발견되면 어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버려진 아기고양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거주지를 이탈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 어미의 입장에서는 아기는 잃어버리고 자신은 인간의 판단에 의해 매정한 어미가 된다. 결국 아무도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최악의 결과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 모든 이론적인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당황스러웠다. 눈앞의 여학생은 해맑은 표정이었지만 어딘가 당황스러운 듯 입술만 달싹일 뿐 뭔가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먼저 물었다.

"수업 벌써 다 마쳤어? 밥은 먹었고?" "밥은 먹었어요. 수업은 아직 두 시간 더 있어요. 이제 들어가야 되는데요. 언니~" 슬쩍 웃으며 뒷말을 끄는 모습이 의심스러웠지만 평소 행동이 밉지 않았던 아이에게 차마 '네가 납치한 아기고양이는 이제 어쩔 거냐?'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설마 아직 잘 모르는 사이에 나한테 떠넘기는 건 아니겠지?'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에 그러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하지?' 복학을 하고 생활 패턴이 변하면서 장시간 혼자 집에 남겨진 해리가 걱정스러워 둘째 고양이 입양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정기검진을 위해 동물 병원에 갔을 때 수의사 선생님은" 해리 성격은 외동묘로 혼자 키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조언하셨었다. 고민 끝에 새 식구는 포기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던 때였는데.

이미 머릿속에서는 욕심 섞인 합리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양이를 들이면 같이 어울리게 하면 되니까 집사 입장에서 손이 덜어질 거라고 착각하면서. 오히려 고양이가 한 마리 늘어나면 놀이 시간이나 털 손질, 화장실 사용과 영역 문제 등 신체적 케어를 비롯해 환경적으로도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은 애초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사료 값이 배로 든다는 현실적이고 단순한 고민뿐이었다.

되도록 입양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얕은 인맥에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상 내가 입양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크지 않았다. 그렇게 채리는 우리 집 두 번째 고양이가 되었다.

커튼 나라 채리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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