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와의 만남

옥상에 버려진 고양이와의 만남

by 이경화

옥상에 버려진 고양이와의 만남은 결과적으로 내 인생 전체가 새로워진 날의 시작이 되었다.

고향을 떠날 날을 기다리는 동안 여태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해 본 아쉬움에 지인과 함께 여기저기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닿은 고양이 카페. 태생이 집순이인 나는 고양이 카페라는 곳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한 번 보는 거야 뭐 어떠랴 ‘ 는 생각에 들어간 카페는 별천지였다. 온갖 종의 크기도 색깔도 다른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아무 곳에 늘어져 자고 있거나, 창가에 모여 해바라기를 하며 반쯤 조는 고양이들도 많았다.

어떤 고양이들은 사람 옆에 앉아서 뭔가를 얻어먹기도 하며 전혀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 신기했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큰 창으로 둘러쳐진 넓고 환한 카페. 앉아서 고양이들의 자태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까지 나른하고 편안해졌다.

주문 후 사방을 둘러보다가 벽에 붙어있던 고양이 사진과 입양 홍보 글을 읽게 되었다.

다시는 어떤 동물도 못 키운다고, 키워도 지금은 아니라고 결심했음에도 집에서까지 그 고양이의 모습이 계속 떠오르며 떨쳐지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벌써 입양되었겠지’ 생각하면서 한 번만 다시 가보기로 했다. 한 시간가량을 헤맨 끝에 기어이 그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우리 집 첫째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 카페 옥상의 철문을 열고 유기한 것 같다며 생후 6개월 정도의 암컷 고양이를 보여주었다. 이중 모를 가진 암갈색 고등어 태비를 가진 고양이.

해리는 체구에 비해 꼬리가 엄청나게 두껍고 큰 고양이었다. 1주일 정도의 망설임과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한 나는 그 녀석과 함께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고양이는 거의 모든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다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사료를 먹는 것 외에는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을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 고양이가 혹시 어딘가 질병이 있어 버려진 건 아닌가 하며 걱정될 지경이었다.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 걸까 걱정하면서 지켜보던 중이었다. 병원에서는 생생한 모습이었다. 아직 병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니 호기심이 더 컸는지 바닥에 놓아주자 병원 로비를 돌아다니며 적극적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접종과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는 고양이라고 했는데.

아기 고양이는 원래 하루 14시간 이상을 잠으로 보낸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해리는 거의 18시간 이상을 잠으로 보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그 습성에 대한 파악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이다. 거기에 나의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지에 대한 세심한 파악이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고양이 케어에 대한 상식과 행동의 의미 등에 대한 고양이 정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입양한 고양이는 5~6개월령의 고양이치고는 약간 큰 몸집이라고 들었는데 유기된 후의 긴장이 풀리면서 잠을 보충하기 위한 기전이 발휘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기간이 1년여까지 소요될 거라고는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캣 타워 중간층에서 누리와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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