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통해 내가 배운 한 가지

그루밍이라는 삶의 태도

by 이경화

나는 도시에서 자랐지만 또래보다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했다. 개, 토끼, 닭, 오리 같은 가축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습성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 넘게 곁을 지킨 고양이만큼 알쏭달쏭한 존재는 없었다. 책이나 영상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결국 고양이는 개체마다 달라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여주곤 했다.

개는 무리 생활을 하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다. 그 충성심은 목숨을 걸어야 할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토끼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서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이나 도망을 택한다. 내가 키웠던 토끼는 노래방의 소음 속에서도 주인이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얌전히 자리를 지키곤 했다. 그들의 생존은 강자에 대한 의존에 달려 있었다.

반면 고양이는 오로지 육식 동물이다. 사냥에 실패해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루밍을 통해 긴장을 풀고 다시 평온을 회복한다. 그루밍은 단순한 몸단장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다. 사냥에 실패하거나 더 강한 상대에게 먹이를 빼앗겨도, 그들은 집요하게 좌절에 매달리지 않는다. 몸을 정성껏 단장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내가 가장 감탄하는 것은 고양이의 걸음걸이다. 도도하고 당당하며, 실수를 들켜도 주눅 들지 않는다. 비웃음을 알아채면 오히려 콧방귀를 뀌며 자리를 옮기고, 사냥에 실패해도 그루밍으로 자신을 다독인다. 그들의 태도는 늘 당당하다.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걸음에는 우물쭈물함이 없다. 오히려 서열에서 우위를 차지한 듯한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나도 좌절과 실수를 주눅 들지 않고 털어내며, 매일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시험에서 떨어졌던 기억,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마다 나는 좌절감, 실망으로 미련을 떤 적이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실패는 잠깐일 뿐,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그루밍을 찾아보기로 했다. 좌절을 오래 붙잡지 않고, 나를 다독이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 먼저 나를 위로해 주자.

노력하고 시도한 나를 인정해 주자.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자.

고양이처럼, 나도 내 삶을 평온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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