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보 사이즈로 주세요"
밀크티를 주문하는 이 말과 함께
내 눈앞에 펼쳐지는 자아와 이성의 팽팽한 회담.
안타깝게도 1900원이라는 가격차이에
결국 이성이 승리하며
카드로 결제하기 직전
"그냥 기본 사이즈로 바꿀게요"라는 말을 하고 만다.
그런가 하면
겨울 스페셜 에디션으로 발행된 책을 또 사고 싶어 하는 자아와
이미 가지고 있는데 같은 책을 또 사야 하나라며 주장하던 이성.
이 회담에서는 자아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신나게 구매를 한다.
평소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이 회담들이
이상하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오늘.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 속에서
주마등처럼 한 일대기가 스쳐간다.
차갑고 냉담한 이성으로
오랜 시간 한없이 눌려져 온 소심한 자아,
성장하며 끝없이 펼쳐진 초원처럼 해방되던 자아,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이성과 조율하는 자아.
아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면
화가 나고 삐져있었던 거구나.
그렇다고 하고 싶은 걸 다 해주는 것이
나에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겠구나.
오늘도 이렇게 나는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마치 아이를 훈육하듯이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달래 가며 조율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