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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모닝 Feb 17. 2024

마음 헤아리기가 중요한 이유.

책 ‘관계의 언어(문요한)’






안정애착을 형성하는 마음 헤아리기 양육.

갓난아이도 마음이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느냐,
무엇을 하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느냐보다

양육자가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염두에 두느냐가
안정애착의 핵심이다.

- 책 ‘관계의 언어(문요한)’ -



 마음 헤아리기 양육의 핵심은 ‘갓난아이에게도 마음이 있다’에서 시작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는 갓난아이라고 해도 부모와 다른 개별적 마음이 존재함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부모가 아기의 행동이나 표정에도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고, 그 바탕에 있는 감정이나 욕구, 흥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녀의 몸짓과 표정, 행동으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를 상대로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엄마가 아이의 옹알거림에 의미를 부여하면 아이가 안정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뿐 아니라 마음 헤아리기 양육은 아이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는 물론, 사회적 기술과 공감능력, 자기 조절능력 등 심리 발달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게 뭔지 아니? 이건 공이라고 한단다.’ ‘무슨 생각해?’ ‘어디가 불편하니?’ ‘뭐가 필요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아는 것이 혼자서 가능하지 않다. 갓난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인식하지 못한다. 즐거운 감각과 불쾌한 감각을 웃음과 울음, 미소와 찡그림 등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뿐이다. 신체적 자기에서 심리적 자기가 분화되려면 양육자의 반영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양육자는 아이의 비언어적 표현을 보면서 아이의 내적 상태를 인식하고 아이의 신체적 경험을 심리적 경험으로 변화시켜 준다. 즉,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신체적으로 나타낼 때 이를 캐치하여 언어화해서 표현해 주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의 표정과 소리, 몸짓을 통해 아이의 내적 상태를 헤아리고 라벨링을 해주는 작업을 ‘미러링 mirroring’이라고 한다. ‘배가 고파서 짜증이 났구나.’ ‘손이 안 닿아서 화가 난 거 같구나.’ ‘기저귀가 불편한가 보구나.’ ‘엄마가 없어서 많이 놀랐니?’ 등 아이의 신체적 언어를 심리적 언어로 반영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적절한 헤아림을 받고 자라면, 아이는 이후에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나아가 다른 사람의 마음 또한 헤아릴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심리학자 포나기는 아이의 내적 경험을 잘 인식하고 언어화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이것이 너의 마음’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잘 전달하는 것을 ‘뚜렷한 반영 marked mirroring’이라고 표현했다.



* 아래의 글 참고.

https://brunch.co.kr/@youn-morning/63​​








일관된 양육자의 무표정을 본 아이의 반응.

무존재감과 원초적 수치심의 형성.



 앞에서 말한 심리적 자아는 양육자의 미러링을 통해 일어난다. 하지만 독박육아로 양육 스트레스가 과도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거나, 미러링을 제대로 받은 경험이 없거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거나, 큰 병에 걸렸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미러링에 서툰 부모들이 있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의 내적 상태에 제대로 초점을 맞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마음 헤아리기 양육을 할 수 없다. 1980년에 매사추세츠대학교의 에드워드 트로닉 박사가 시행한 ‘무표정 실험’에 의하면 엄마의 일관된 무표정을 본 아이는 활짝 웃는 부모를 본 아이에 비해 혼란스러워하며 엄마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소를 짓고 관심을 끌려고 하는 등 애를 쓴다. 하지만 엄마가 계속해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으면 아이의 스트레스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이내 괴로워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아이는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되고 공포, 절망, 슬픔, 분노 등의 감정들이 올라오면서 이런 오류가 반복되면 아이는 ‘무존재감 feeling of nonexistence’에 빠진다. 이는 옆에 있으나 나의 말과 행동, 존재자체에 상대의 반응이 없다고 느끼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허탈함과 무력감을 의미한다. 이것이 원초적인 수치심이다.



* 아래의 글 참고.

https://brunch.co.kr/@youn-morning/65








마음 읽기와 마음 헤아리기.

(* 나는 책에서 말하는 ‘마음 읽기’를 ‘마음 속단하기’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음 속단하기’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심리도식이다. 상대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거나 상대의 행동 뒷면에 있는 의도와 감정을 읽으려고 하지 않고, 우리에게 익숙한 심리적 도식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속단하기’는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무의식적이며 효율적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다. 마치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가 오자마자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는 행동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보기보다 ‘나랑 있기가 싫은가 봐.’ ‘나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가?’ ‘무례한 사람이군.’이라며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부정적인 인간관계를 많이 경험해 온 이들은 부정적인 해석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마음 헤아리기를 작동하지 않고 마음속단하기로 인간관계를 맺는 경우,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 느낌, 판단을 사실로 단정 짓게 되는데 이를 ‘심리적 융합 psychological fusion’이라고 한다. 이런 심리적 융합은 대게 부정적인데, 아동기의 부정적인 경험에 의해 부정적인 심리도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심리도식 schema’ 란, 자기, 타인,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틀로, 유아기에 일차적으로 만들어져서 이후의 삶과 인간관계에 깊이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가는 세계와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세계 이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게 된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현실세계와 마음의 세계가 일치하지 못하며 이로 인한 부조화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누리고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나는 참 별로야.’ ‘나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야.’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없어.’ ‘이 세상은 살아가기 힘들어’ ‘저 사람은 결국 날 떠날 거야.’등 이러한 심리 도식이 형성되면 이 도식에 의해 인간관계를 맺고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도식에 맞는 단서들에서 크게 자극을 받아가며 근거는 많아지고 확신은 더욱 깊어져 간다. 실제 관계를 망치는 것은 자동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느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의 심리도식으로 바라본 것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융합 때문이다. 마음속단하기는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의 마음을 지레짐작해 버렸고 이에 맞는 추가 증거만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마음 헤아리기는 소통을 중요시한다. 자신의 느낌이나 판단을 사실이라고 속단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신중하고 차분하게 접근하며, 상대의 감정과 고통뿐만 아니라 욕구, 관심사에도 관심을 둔다. 쉽게 말해 마음 헤아리기의 언어는 자신과 상대의 마음에 대해 궁금함을 담아 질문하는 것이다.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 밖에서도 이러고 다니니?’ ‘너는 이기적인 아이구나.’ ‘안 봐도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알 거 같다. 분명 ~해서 그런 거겠지.’라는 속단이 아니라, ‘기분이 어때?’ ‘그때의 마음은 어땠어?’ ‘혹시 불편하진 않았어?’ 라며 대화 중에 상대의 마음 상태를 묻는 것. 판단적이고 자기 보호가 우선인 마음속단하기보다 마음 헤아리기는 비판단적이고 상호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마음속단하기에 빠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에 거리를 두며 생각을 생각으로, 느낌을 느낌으로, 판단을 판단으로 바라보는 자기 관찰이 필요하다(메타인지). 상황을 보고 자동적인 판단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모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더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태도로 상대의 마음을 두드리는 헤아림의 언어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열려있다. 이러한 언어로 맺어진 관계는 가까워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마음 헤아리기는 풀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관계들을 풀어가고 사랑을 상호성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아서 아론은 ’ 자기 확장 모델‘에서 두 사람의 자아가 서로 발전할 때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좋은 관계의 본질은 희생이 아니라 확장이다. 어떻게 하면 상호성장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첫째, 일상의 작은 관심과 반응 / 둘째, 새로운 경험 늘리기 / 셋째, 함께하는 것과 혼자 있는 것의 균형 / 넷째, 상대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기.(책 122-123 페이지 참고.)





 


이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간단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나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굵직한 내용들로 쓰여 있음을 깨닫는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마음 헤아리기의 중요성을 오래 기억하며 실천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만큼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이 내 인생 전반에 깊이 새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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