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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모닝 Oct 14. 2024

해로우면서 무고한 사람은 없다.

책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셰리 캠벨)‘ 1






건강한 부모가 그렇지 않은 부모와 다른 점은
자녀에게 상처를 줬을 때 속상해한다는 것이다.

- 책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셰리 캠벨)’ -



 누구에게나 부모의 역할이란 처음 겪는 과정이다. 그래서 부모라면 아이를 키우다가 깊이 후회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하면서 자녀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육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부모가 실수하며 불완전하다고 해서 아이에게 해로운 부모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이 앞에서 스스로 생각해도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건강한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의 다른 점은 자녀에게 상처를 줬을 때 속상해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자연스레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한다. 그리고 이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자녀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이러한 감정을 통해 부모가 아이에게 준 피해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동기가 되며 더 나은 부모가 되게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수치심이 살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멋진 감정들,
즉 신뢰, 만족감, 즐거움, 자유, 사랑, 충족감, 독창성,
행복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게 할 만큼
강력한 영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 책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셰리 캠벨)’-



 하지만 해로운 가족은 다르다. 해로운 부모는 자녀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여 자신의 실수를 자녀의 탓이라며 가스라이팅을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이러한 비합리적인 비난을 그대로 흡수하여 자신의 행동과 무관하게 자신의 존재가 비난을 받기에 합당하다고 여기게 된다. 그 이후로도 엉뚱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도 피하지 않고 그 화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그럴만한 존재라고 믿게 만들어 버린다. 아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은 가족 간의 사랑보다 권력을 귀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족 안에서는 주도적인 행동이 배신행위로 여겨지며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너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근원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정서적 학대는 잔인한 말을 하거나 물리적인 체벌을 가해야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혐오감이 담긴 눈빛만으로도 충분하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수치심이 살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멋진 감정들, 신뢰, 만족감, 즐거움, 자유, 사랑, 충족감, 독창성, 행복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게 할 만큼 강력한 영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가족은 서로에게 다른 어디에서도,
다른 누구와의 관계로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는
안전함과 안정감, 소속감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

- 책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셰리 캠벨)’-



 가족 환경이 그리 완벽하거나 안전하지 않았더라도 가족은 모든 사람의 근본이자 필수 요소이고, 세상에 속하게 하는 중요한 환경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아는 세계이기도 하다. 가족은 서로에게 다른 어디에서도, 다른 누구와의 관계로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는 안전함과 안정감, 소속감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정서적인 학대로 나에게 수치심과 괴로움을 지속적으로 가해왔다면 나를 위해 원가족과 단절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학대하는 가족과의 경계선이 생기면 상처가 치유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와 방법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에서는 키워준 사람이나 함께 자란 사람과의 관계에 경계선을 긋는 것을 잔인한 일로 받아들이고 ‘효’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그러한 세상의 잣대를 억지로 받아들이며 나를 핍박하고 학대하는 가족 곁에 머무르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 일인지 생각하면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명확해진다.


(이 책에서는 저자 또한 정서적 학대를 가했던 원가족에게서 탈출한 한 사람의 생존자로서 자신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도 생존자이다. 자세한 내용은 나의 브런치 북 ‘나의 삶은 오늘도 변화중입니다’​​​를 참고하길 바라며, 혹시나 저자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길 바란다.)



내가 느낀 불안정함과
그에 대한 가족의 행동은 내게 문제가 있어서,
즉 내가 ‘원인’이라서 일어난 게 아니며
내가 키워진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생긴
‘증상’ 임을 깨달았다.

- 책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셰리 캠벨)’-


학대를 가한 사람들에 관해서는 학대당한 당사자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나를 학대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신의를 지키거나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가족도 그 대상에 포함되며 더 넓은 범위에서 사회적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모욕하고, 구박하고, 사회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에게 의리를 지키거나 사랑을 베풀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이 책에서는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정말 아기에게 걸음마를 떼보게 하는 것처럼 생존자가 느꼈을 감정과 생각들을 다 포용하며 어르고 달래듯이 이 책을 써놓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원가족과의 단절을 결심하는 생존자의 마음과 그 결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저자가 여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느끼게 한다. 가족과 물리적인 단절을 결심한 이후에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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