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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Feb 29. 2020

국수를 먹어요

곧 봄이기도 하고, 한창 결혼할 시기어서 모이면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는데

많은 대화 중에서도 며칠 전 만났던 한 친구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부케를 받는다는 친구의 말에 자연스레 결혼 얘기가 오고 갔다.


“왜 그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람도 좋지만 집이 화목해서. 자취하면 알잖아. 집이, 가족이 너무 그리운 거.

어느 날 그 집에 초대받아서 갔더니 너무 좋은 거야. 그냥 그 집에 들어가서 살고 싶더라고. 그래서.”  


그 집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니 신선한 결혼의 이유였다. 친구의 말대로 본다면 나는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누군가를 우리 집에 초대할 자신이 없는데.

셰익스피어가 그러길 어느 집이든 지붕만 걷으면 신들의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집엔 극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초대된 누군가가 뒷걸음질 치지 않으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돈은 좀 못 벌지만 꿈 많은 아빠, 몇 번 말아먹기도 했는데 굴하지 않고 아직도 도전 중인 아빠를

평생 뒤치다꺼리하며 4남매까지 키우느라

성격 드세진 엄마.

1남 3녀라 아들만 차별하는 엄마가 싫어서 가출한 여동생이 있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세상 물정 모르는 탓에 사기꾼에게 당하고 빚 얻은 남동생에

헬스보다 치킨이 좋은 언니가 있다.

나는? 난 쥐뿔도 없다.


우리 집은 화목한 가정이라기보다는

불완전한 공동체 같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으면서 사랑은 한다.

내게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지만 다른 이에게도

사랑스럽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

결혼이 내게 먼 이야기 같은 건 이런 이유가

한 자리 차지하는 탓도 있다.

가진 것도 없고 줄 것도 없고 품어줄 수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가족이 되나.

'니 결혼으로 장사하나?' 하는 그런 남자 정도면 몰라도 말이다.


연애도 안 하면서 결혼부터 생각하는 것은 너무 멀리 간 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서른이 되니 연애와 결혼이 한 세트처럼 따라다닌다. 연애와 결혼이 멀지가 않더라.

결혼은 몰라도 사랑은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생긴다.

그러나 사랑하기에는 너무 각박한 세상.

그냥 사랑하는 일도 어려운 마당에

다들 나만 빼고 결혼까지 하니 부러워서 늘어놓는 넋두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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