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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Jul 11. 2020

낯선 이름

같은 부서에 과장님이 돌아가셨다. 주말에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입사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섞어본  다였다. 동료의 전화로 부고를 접하고 누구라고요? 재차 되물을 만큼 이름조차   불러보지 한 분이었는데 그럴 만도 한 것이 과장님은 이름보다 ‘박 과장님’으로 더 많이 불렸기 때문이다. 낯선 이름만큼이나 낯선 죽음이었다.

월요일 아침 과장님 자리에는 국화꽃이 놓였다. 그리고 모두 아무  없었다는  평소와 같았다.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었다던 부장님은 언제 그랬냐는  농담을 해댔고, 그의 옆자리  과장님은 하루 연차를 내어 쉬고 돌아왔다.

죽음은 낯설고 충격은 잠깐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삶은 계속되었다. 과장님 자리엔 새로운 차장님이 오셨다. 새로 오신 차장님과는 아직 말도 제대로  해봤다. 계신 자리를 지나칠 때마다  과장님이 떠오른다. 하트 시그널 재밌다는  말에 4화까지 보고 왔다고 한 게 며칠 전이었는데.

그러나 이제는 없는 사람.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 어느 순간엔 완전히 잊힐 것이다. 아,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드문드문 기억하다 그것조차도 잊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많은 것을 잊어왔다.

이상한 일. 죽음과 삶이 멋대로 뒤엉키면서도 고고히 흘러가는 세상 뭘까. 사는 건, 살아있다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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