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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Oct 18. 2020

눈물샘


골목길을 걷는 중이었는데 맞은편에서 한 노인이 손수건으로 눈을 닦으며 걸어갔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 또 바보같이 가슴이 찡해지곤 한다. 어린아이도, 청년도 아니고 살만큼 산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은 더 안타깝다. 사는 날 동안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을 텐데 아직도 눈물 흘릴 일들이 많은가 싶어서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한다. 늘 경계하는 지점이다. 함부로 동정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상상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언니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 닦아대는 사람이다. 눈물샘이 고장 나서 그렇단다. 슬프지 않을 때 눈물이 나면 그게 그렇게 싫단다. “신경 쓰지 마, 그냥 눈물샘이 고장 난 거거든.” 말 하기에도 구차하다나. 우리 언니처럼 눈물샘이 고장 난 할머니일 수도 있다.

본 것은 본 것 그대로, 상상은 상상대로 남겨두고 걸어가는 길. 진짜 상상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쓰러 가던 길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도전해 본 공모전들은 시원하게 다 떨어졌다. 기대도 안 했지만 정말 기대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당선되면 천재라고 소문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눈물샘 고장 났다고 하고 조금만 울까. 속으로만 흘렸다. 감당도 못 할 일은 일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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