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한 사람을 마음에 품은 친구가 있다. 잠깐 다른 이를 만나도 결국은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그녀 때문에, 그녀에게로 되돌아가곤 했다. 그와 그녀 사이의 애매한 관계는 오랜 기간 끝나지 않았고 주위 친구들은 그를 호구라고 놀려댔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뒤로는 아파했으려나. 사실이니 덤덤했을까. 아마 친구들의 놀림보다도 애매한 관계성에, 알 수 없는 그녀의 마음에 더 마음 졸이고 있었을지 모른다. 확신하지 못해 자꾸만 미끄러지는 사랑이 거기 있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날 때면 아직도 그가 거기 있다는 얘기를 듣곤 했었다.
일 전에 그를 만났을 때에 그는 그녀에게 다시 만나보자는 말을 할 것이라 했었다.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뻔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친구들은 그를 응원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를 만났다. 고백은 어떻게 됐냐는 물음에 그가 말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는 동생이 자신과 비슷한 상황인 남자의 얘기를 해주었단다. 남자가 여자에게 제대로 만나보자고 했더니 그 여자는 이미 만나고 있는 줄 알았다고, 그래서 둘이 거기서 끝났다고 말이다.
함께 이야기를 듣던 이들에게서 얕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나도 입을 벌리고 들었다. 상대는 긴 시간에 걸쳐 마음을 열었었던 걸 수도 있겠구나. 확인 없이 확신할 수 있었던 거구나.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누군가 그에게 다시 물었고 그는 대답했다.
나는…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 결혼을 하게 된다면, 너랑 하고 싶다고.
그래서 뭐래? 잘 됐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대.
담백해서 더 절절한 고백, 로맨틱한 결말이었다.
오래 미끄러지던 사랑이 자리를 잡았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꼭 써주겠노라 했더니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거냐며 좋아했다. 적어도 이 이야기에서는 그가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