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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May 19. 2021

내가 사랑하는 시간


퇴근길 전철에서는 멍 때리는 것이 좋다. 종일 혹사당한 뇌가 한곳에 집중하기를 거부하기에 영상과 활자, 음악 듣기보다는 주로 멍 때리기를 선택한다.

저녁은 각종 야채 가루와 단백질을 섞어 후루룩 마시는 것으로 때운다. 운동을 가지 않는 날에는 이유 없이 한 시간 가량 누워있고 운동을 다녀온 날에는 운동의 여파로 또 한 시간 앓아눕는다. 하루 중 유일하게 무엇도 하지 않는,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는 시간이다.

자유를 만끽한 뒤에는 벌떡 일어나 씻는다. 샤워 후 바르는 바디로션은 두 개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둘 다 좋아하는 향이다.


헐렁한 티셔츠에 체크무늬 잠옷 바지를 입고 책상에 앉거나 침대  쿠션을 등받이 삼아 앉는다. 밖에서 언니가 틀어놓은 tv소리가 작게 들리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점은 오히려 예민한 감각을 내려놓고 몰입할  있게 한다. 모순적이게도 나는 혼자인 시간을 사랑하고  언제든지 밖과 연결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고독은 좋지만 고립은 싫은 이유와 같다. 혼자가 아니기에 자유로울  있다. 어제 읽다  책을 펼친다. 내가 사랑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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