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치과에 갔다가 두 시간 넘게 진료를 받았다. 오늘은 16년 만에 앞니를 바꾸는 대공사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앞니를 바꾼다니 무슨 말인가 싶지만 내 앞니는 열네 살부터 가짜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다닌 병원이 치과였다. 엄마는 내 치아가 약한 것이 본인 탓인 것 마냥 안타까워해서 앞니만큼은 경주 바닥이 아니라 대구까지 가서 치료를 받게 했었다. 엄마 손을 잡고 치과에 가던 아이는 자라서 제 발로 치과에 간다. 오늘 치과에는 대기 중인 어린이들이 많았다. 얌전히 앉은 아이들의 긴장 어린 눈을 보니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어른이 됐다고 치과가 좋아지진 않지만 웃을 여유는 있다. 아니다. 여유는 잠시뿐이다.
진료대에 누우면서 두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치과에 오면 어른도 어른이가 된다. 의사 선생님은 서른이 넘은 나도 어린이처럼 대했는데 “따끔해요, 많이 아팠죠? 고생했어요! 우쭈쭈, 우쭈쭈” 같은 식이었다. 나는 티 나지 않게 두 손을 꽉 잡고 있다가 어른처럼 대답했다. “괜찮아요! 안 아파요!” 그러고 찌릿짜릿할 때마다 엄지손톱으로 손바닥을 눌렀는데 나와보니 손톱자국이 선명했다. 총진료비를 설명받고 오늘치 진료비를 계산하는데 카드를 내는 손이 조금 떨렸던 것도 같다. 한 달 치 월급이 사라지는 게 순식간이었다.
손바닥에 손톱자국을 내며 고통을 참는 나, 엄마 카드가 아니라 내 카드를 긁는 나… 가짜 이빨을 씌운 진짜 어른… 영수증을 받아 들고 치과 밖으로 나왔는데 다른 게 어른이 아니고 이런 게 어른인가 싶어 무더위 아래서도 서늘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