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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Nov 02. 2018

더 가까이

인생은 늘 계획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100을 기대하면 50쯤 던져준다.

최근 내가 다니는 회사가 팔렸고, 먼 거리로 이사를 했다.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서는 웃을 일이 많이 없다.

오늘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내일은 못 할 것 같고, 또 오늘은 못 할 거 같았다가 내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 반복됐다. 왔다갔다하다가 결국 오늘 아침 그만둬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만두면 한동안 회사를 다니지 않을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서만도 아니고, 일이 엄청 힘들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더 확실해졌다. 업무 강도도 약하고, 야근도 없으니 계속 다녀야 하는게 맞는데 왜 즐겁지가 않은지. 나는 이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다했다고 느꼈다. 마음은 한순간 없어지는 걸까, 닳는 걸까. 익숙해지는 걸까, 싫은 걸까?



점심을 먹고 부장님이랑 단풍을 보다가 문득 부장님이 “아영아, 행복하니?”하고 물었다.

고민 없이 “네.”하고 답했다.

대답을 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가? 나 행복한가? 실은 행복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불안정과 불확실은 20대의 키워드인 가보다. 다행히도 전처럼 못 견디게 불안하다 느껴지지는 않는다. 죽기야 하겠어? 또 아등바등 살겠지.



이번 선택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삶은 삶의 관성으로, 주어진 길을 걷게 하는 거라면 좀 더 즐겁게 살고 싶다. 어차피 내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테니까. 내가 100을 기대하면 늘 절반만 준대도 나는 조금 더 행복에 가까운 쪽으로 가야겠다.



“행복해라. 네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
“네, 저도요.”



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불행하다 여기지 않고, 언제나 행복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매일 행복에 좀 더 가까운 쪽으로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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