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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Sep 17. 2019

가을엔 산책을 해요

부는 바람에 괜스레 그리운 이가 없어도

누군가 그리워지면 가을. 가을엔 산책을 해야 한다.

나는 안국에서 시작해서 삼청동, 청와대 앞을 지나 경복궁으로 돌아오는 길을 특히 좋아한다. 거꾸로 시작해서 걷는 길도 좋다.

좋다는 말을 남발하는 게 아니라 던데 얼마나 어떻게 좋은지 표현하기가 어렵다.

불 꺼진 슈퍼 앞 평상에 앉아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을 보는 일, 미처 짝을 찾지 못한 매미의 울음소리와 구름이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 발을 까딱이기에 좋다.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시작, 그 언저리에선 밤하늘이 푸른빛을 띤다. 지는 해도 아직은 아쉬운지 꼬리를 남겨 서서히 짙어지는 밤.

한적한 거리, 낮은 건물 사이를 좋은 사람과 자박자박 걸으면 별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꽉 찬다.

혼자서도, 생각에 잠기기에도, 함께이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그러니 가을엔 산책을 해야 한다. 같이 걸으면 더 좋겠다.








이제 밤은 더 짙고, 매미도 안 울지만 그래도 산책하기엔 더 좋아요.

모두 많이 걷고, 웃고, 대화하고

사랑,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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