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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Nov 26. 2019

엄마와 목욕탕

경주에 내려가면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목욕탕에 다녀왔다.

엄마의 벗은 몸에는 부황 자국이 가득했다. 배와 등이 보라색에서 노란색으로 퍼진 어혈로 울긋불긋했다.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는데도 볼 때마다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가 물부황을 건네주면 나는 엄마의 척추 양옆을 따라 길게 물부황을 붙였다.


"엄마, 이러면 좀 나아?"

마지막 부황을 꼬리뼈 쪽에 붙이며 물었다.


"그럼. 이렇게라도 하니까 덜 아프고 살았지. 엄마가 덜 아파야 너네도 좋지."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왜 이러고 있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엄마의 목 뒤에는 아직도 길게 수술 흉터가 남아있다.

엄마는 자연스레 괄사 도구를 꺼내 몸을 문지르기 시작했고, 나는 탕에 몸을 담그고 그런 엄마를 지켜봤다.

한참 팔을 문지르던 엄마가 너도 해줄까 하는 말에 나는 선뜻 몸을 내주며 오른쪽 어깨가 늘 아프다는 말을 했다.

괄사는 말이 문지르는 거지 거의 피부를 긁어 피부 안에서 피를 내는 것이다. 안 좋은 부위를 문지르면 새빨갛게 어혈이 잡힌다고 한다. 어깨와 등을 긁어내리기 시작하자 아파서  몸이 오그라들었다. 오른쪽 어깨가 특히 아팠다.

엄마는 '어휴' 하는 한숨만 내리쉬었다. '이걸 어쩐다, 젊은 애 몸이 어떻게 이렇담.' 하며 혀를 쯧쯧 차기도 했다. 본인 몸도 온통 울긋불긋하면서.

나는 아파서 몸을 배배 꼬는 동안에도 엄마가  걱정을 하는  좋았다.

어쩔 수 없이 엄마 앞에서는 애가 된다. 오랫동안 이 걱정을 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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