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박보영 배우’ 편을 보고 일기를 쓰게 되었다
유퀴즈의 팬이다.
임신 초기엔 유재석의 면치기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고, 유퀴즈 배우 편과 아이들 나오는 회차는 거의 다 챙겨 보았으며, 미국에 거주 중이라 본방 사수가 어려운 지금도 유튜브에서 보는 제일 만만한 클립은 유퀴즈다. 저녁 7시, 조금 이른 육퇴 후 저녁을 먹으며 볼 만만한 프로도 역시 유퀴즈였다. 일기장 특집에 박보영 배우가 나온 20분 클립을 보면서 그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쓰게 된 일기장 몇몇 권을 보았다. 작품 후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작품의 에피소드가 기억이 나지 않아 일기를 쓰게 됐다는 박보영 배우처럼, 쌍둥이 엄마가 되고 아직 1년 차인 나에게 지금을 기록할 육아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필요는 늘 있었다.
외국에서 쌍둥이를 키우는 결코 흔하지 않은 경험. 쌍둥이가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기만 한 쌍둥이 육아의 고충과 장단점의 공유. 그 외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그때그때의 내 감정과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기록들. 미뤄왔거나 (현실적인 쌍둥이 육아의 힘듦에 치여) 생각이나 말만에 그쳐왔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려고 한다.
오늘이 먼저다.
지난 278일 동안 정말 미치도록 힘들어서 잊을 수 없는 날들이 더 많았지만, 별거 없었던 오늘을 기억하고 싶었다. 나에게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슬플 일도 크게 속상할 일도 걱정할 일도 없는 오늘 같은 하루를.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딱 매일이 오늘 같은 하루였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날을.
2022년 4월 29일 금요일.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각인 6시 40분쯤 첫째가 깨서 내 하루도 그 시간에 시작됐다. 9개월 차가 된 지금 둥이들은 저녁 7:00 - 7:30에 잠들어 아침 7:00 - 7:30 즈음에 깬다. 두 아이 모두 밤잠이 평균보다 많은 편이다. 둥이들이 5개월 차쯤 시작한 수면교육이 여차저차하여 (변수가 몇 가지 있었는데 수면교육에 대한 사항은 나중에 따로 자세히 기록해 두려 한다) 3개월이 걸려 정착이 되었다. 쌍둥이라 더 오래 걸린 부분도 있다. 지금도 100% 정착은 아니지만, 저녁 8시 정도면 내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둥이들의 일과는 오전 7시 기상 후 바로 분유 170밀리를 먹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9시쯤 이모님이 오시면 나와 이모님이 한 명씩 이유식을 먹이고 약 3시간 텀으로 낮잠을 잔다. 9개월 차가 된 얼마 전부터 둥이들은 이유식을 하루 세 번, 간식을 한두 번 먹는다. 하루 종일 아이 둘을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하는 게 일과다. 중간중간 놀아주는 시간도 많고 짬짬이 이유식을 만들기도 한다. 평일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이모님과 또 한 번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혼자서 둘을 커버하는 시간도 9개월 차가 되니 여유가 생겼다. 3개월 차부터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함께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아기들이 7개월 차 때까지만 해도 이모님이 안 계시는 주말은 너무 버겁고 주말이 오는 게 두려워 지기까지 했었다. 아마도 한 달 전인 8개월 차부터였을까. 금요일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아지게 돼었다. 아이들과 외출도 예전만큼 버겁지가 않았고, 남편과 둘이 보는 시간이 그렇게 힘들지가 않아졌다고 할까. 아이들이 조금씩 커지면서 나도 용기가 생겼다. 늘 둘을 커버하는 시간이 되면 어쩔줄 몰라 하던 내가 달라져 있었다.
아기를 키우면서 이모님이 안 계시는 주말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 걱정하던 우울한 금요일에서 점점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아이들이 둘이 놀기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완전히 둘만 놓고 다른 일을 보진 못하지만, 잠깐씩 아이 둘을 범보 의자나 매트에 앉혀놓고 장난감 몇몇을 놓아주면 둘이 잘 논다. 장난감을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서로 옹알이로 뭐라 뭐라 하기도 하면서 엄마를 찾지 않는 시간이 온다. 9개월의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쌍둥이들은 그 시점이 9개월 정도인 것 같다. 100일, 200일의 기적 같은 건 없었던 쌍둥이 육아에서 육아가 할 만하다고 할 시기는 9개월 차인 것 같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다.
매일 힘에 부치고, 자주 눈물 나고, 종종 내 몸도 아프고 하는 쌍둥이 육아에서 9개월 정도만 지나면 ‘무탈하게’ 지나는 하루도 온다고 기록해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