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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Apr 30. 2022

별 일 없이 지났지만 기억하고 싶은 하루

유퀴즈 ‘박보영 배우’ 편을 보고 일기를 쓰게 되었다

유퀴즈의 팬이다.


임신 초기엔 유재석의 면치기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고, 유퀴즈 배우 편과 아이들 나오는 회차는 거의 다 챙겨 보았으며, 미국에 거주 중이라 본방 사수가 어려운 지금도 유튜브에서 보는 제일 만만한 클립은 유퀴즈다. 저녁 7시, 조금 이른 육퇴 후 저녁을 먹으며 볼 만만한 프로도 역시 유퀴즈였다. 일기장 특집에 박보영 배우가 나온 20분 클립을 보면서 그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쓰게 된 일기장 몇몇 권을 보았다. 작품 후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작품의 에피소드가 기억이 나지 않아 일기를 쓰게 됐다는 박보영 배우처럼, 쌍둥이 엄마가 되고 아직 1년 차인 나에게 지금을 기록할 육아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필요는 늘 있었다.


외국에서 쌍둥이를 키우는 결코 흔하지 않은 경험. 쌍둥이가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기만 한 쌍둥이 육아의 고충과 장단점의 공유. 그 외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그때그때의 내 감정과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기록들. 미뤄왔거나 (현실적인 쌍둥이 육아의 힘듦에 치여) 생각이나 말만에 그쳐왔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려고 한다.


오늘이 먼저다.


지난 278일 동안 정말 미치도록 힘들어서 잊을 수 없는 날들이 더 많았지만, 별거 없었던 오늘을 기억하고 싶었다. 나에게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슬플 일도 크게 속상할 일도 걱정할 일도 없는 오늘 같은 하루를.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딱 매일이 오늘 같은 하루였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날을.


2022년 4월 29일 금요일.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각6 40분쯤 첫째가 깨서  하루도  시간에 시작됐다. 9개월 차가  지금 둥이들은 저녁 7:00 - 7:30 잠들어 아침 7:00 - 7:30 즈음에 깬다.  아이 모두 밤잠이 평균보다 많은 편이다. 둥이들이 5개월 차쯤 시작한 수면교육이 여차저차하여 (변수가  가지 있었는데 수면교육에 대한 사항은 나중에 따로 자세히 기록해 두려 한다) 3개월이 걸려 정착이 되었다. 쌍둥이라  오래 걸린 부분도 있다. 지금도 100% 정착은 아니지만, 저녁 8 정도면  개인 시간을 가질  있게 되었다.


둥이들의 일과는 오전 7시 기상 후 바로 분유 170밀리를 먹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9시쯤 이모님이 오시면 나와 이모님이 한 명씩 이유식을 먹이고 약 3시간 텀으로 낮잠을 잔다. 9개월 차가 된 얼마 전부터 둥이들은 이유식을 하루 세 번, 간식을 한두 번 먹는다. 하루 종일 아이 둘을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하는 게 일과다. 중간중간 놀아주는 시간도 많고 짬짬이 이유식을 만들기도 한다. 평일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이모님과 또 한 번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혼자서 둘을 커버하는 시간도 9개월 차가 되니 여유가 생겼다. 3개월 차부터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함께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아기들이 7개월  때까지만 해도 이모님이  계시는 주말은 너무 버겁고 주말이 오는  두려워 지기까지 했었다. 아마도   전인 8개월 차부터였을까. 금요일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아지게 돼었다. 아이들과 외출도 예전만큼 버겁지가 않았고, 남편과 둘이 보는 시간이 그렇게 힘들지가 않아졌다고 할까. 아이들이 조금씩 커지면서 나도 용기가 생겼다.  둘을 커버하는 시간이 되면 어쩔줄 몰라 하던 내가 달라져 있었다.


아기를 키우면서 이모님이 안 계시는 주말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 걱정하던 우울한 금요일에서 점점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아이들이 둘이 놀기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완전히 둘만 놓고 다른 일을 보진 못하지만, 잠깐씩 아이 둘을 범보 의자나 매트에 앉혀놓고 장난감 몇몇을 놓아주면 둘이 잘 논다. 장난감을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서로 옹알이로 뭐라 뭐라 하기도 하면서 엄마를 찾지 않는 시간이 온다. 9개월의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쌍둥이들은 그 시점이 9개월 정도인 것 같다. 100일, 200일의 기적 같은 건 없었던 쌍둥이 육아에서 육아가 할 만하다고 할 시기는 9개월 차인 것 같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다.

매일 힘에 부치고, 자주 눈물 나고, 종종 내 몸도 아프고 하는 쌍둥이 육아에서 9개월 정도만 지나면 ‘무탈하게’ 지나는 하루도 온다고 기록해두고 싶었다.


별일아닌듯 둘이 놀기 시작하는 쌍둥이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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