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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Apr 25. 2024

32개월 쌍둥이 자매의 어린이집 적응기_1주차

첫 주는 정말이지 가정보육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쌍둥이를 32개월까지 가정보육 했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곤 한다. 특히 엄마들 사이에서 더욱. 실제로 지인들 중엔 아직까지(늦게 태어난 다른 아이들이 먼저 기관에 갈 동안) 기관에 보내지 않고 혼자 애둘을 보는 나를 보며 위안 아닌 위안을 받기도 했단다. 나보다 최악은 저쪽이라며. 우리 아이들보다 더 어린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는 내 친구는 아이하나와 엄마만 있는 그 길고 외롭고 더딘 시간을 나의 케이스를 보며 힘내 육아한다고 하기도 했다며 고백했다.


사실 어린이집 적응기 전에 ’쌍둥이 가정보육기‘를 먼저 써 내려가고 싶었지만 온종일 육아를 하고 아이들이 잠든 시각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그 하루를 떠올리며 글을 쓴다는 건 불가항력적 일이었다. 24개월이 지난 아이 둘을 가정보육을 하다 보면 루틴이 잡히기 어렵기도 해 늘 11시, 12시가 되어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아이들이 32개월이 되는 달에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세팅을 해 놓고 가장 기대됐던 게 루틴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어린이집 입소 전날까지도 낮잠이 늦어져 자정이 넘어 잠이 들었었다.


다행히도 입소 후 첫 2-3주는 적응기간이었으므로 첫 주는 10시까지 등원하면 되었기에 9시 넘어 깨워서 10시까지 등원을 시켰다. 처음 3일은 적응을 위해 30분 정도는 엄마와 같이 등원해 함께 활동을 했다. 두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교구로 놀아주기도 하고 집에서 하던 대로 같이 그림을 그리며 점차 새로운 공간에 적응을 시켰다. 하원까지 같이 있지는 않고 30분 뒤 ‘엄마는 잠시 다녀올게 잘 놀고 있어~’라며 얘기를 해 주고 둘만이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만든다.


10:50까지 하원하러 오라는 담임 선생님의 요청에 맞춰 나는 잠시 집에 들렀다 다시 데리러 간다. 그 20분 동안 꽤 많은 집안일이 이루어진다. 아이들 등원시키느라 분주했던 거실(흐트러진 머리끈, 핀, 빗, 잠옷 등)을 재빠르게 정리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놓고 잠시 사과나 빵, 스크램블 에그 같은 아침도 만들어 먹고 커피도 내려마신다. (참고로 내 MBTI는 ENTJ다)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일의 일들을 처리하고 10:50에 맞추어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거의 처음 엄마와 떨어져 불안했던 마음을 보여주듯 다시 만난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주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 아이들이다. 들어가 보니 전학생 같은 느낌은 있지만 그럭저럭 다른 아이들 사이에 어울려 잘 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거의 다 내복을 입고 원생활을 하고 있고 우리 아이들만 외출복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아직까진 동떨어진 느낌이다. 간혹 어떤 날은 겉옷이나 잠바를 벗지 않고 있어(두 아이모두 낯선 환경에선 외투를 바로 벗지 않는 편이다) 이마가 땀으로 흥건하기도 했다.


11시 하원은 11시 기상으로 시작한 가정보육보다 더 힘든 게 당연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외출을 두 번이나 하고 온몸으로 온종일 아이 둘을 봐야 하는 상황. 11시 하원 후 30분 정도는 놀이터에서 우리 셋만의 세상이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를 누리고 귀가하면 거의 공복인 아이들을 위해 분주히 아점을 준비한다. 보통 전날 끓여둔 국으로 한식 위주의 점심을 주고 좋아하는 반찬(감자채 전, 감자볶음, 멸치볶음, 갈치구이)을 해 주기도 했다. 슬슬 어린이집의 루틴에 맞춰 1-3시 낮잠을 잘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정보육 시 3-5시에 잠들던 낮잠을 당기기 위해 2시 이후부터는 낮잠을 유도해 보통 2:30에서 3시 사이에는 잠을 자도록 했다. 그렇게 잠들면 둘 다 전날 부족했던 잠+이른 외출에 피곤했던 몸이 나른해졌는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는 숙면을 취했다.


아점으로 한식을 주었으니 저녁은 보통 파스타를 주곤 했다. 좋아하는 명란오일파스타나 명란크림파스타를 해주고 등원 3일 차에는 하원 후 바로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가서 차에서 낮잠을 재웠다. 평소 자주 가는 송도 현대아울렛으로 직행해 좋아하는 츄러스를 사주고 교보문고에 들러서 놀다가 자라키즈나 흐앤므키즈에 갔다 회전목마를 한번 타고 오는 식이다. 등원 3일 차 4일 차 모두 11시 하원이라 외출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육아를 해보신 분들은 공감을 하겠지만, 집에서는 시간이 잘 안 가기 때문이다… 어디라도 외출을 해야 시간도 잘 가고 낮잠도 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재울 수가 있다.


등원 1주 차 금요일은 9시 반 등원으로 조정되었다. 앗싸. 약간의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선생님과 아이들 적응 정도를 보아가며 등하원 시간을 변경하기로 했는데, 5일 만에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등원 시간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이른 준비에 나의 기상시간도 당겨져 오전 시간이 분주해졌지만, 장기적으로 어린이집 적응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졌기에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원 시간은 똑같이 11시. 어린이집 등원과 더불어 문화센터 발레수업을 신청해 놨던 나는 금요일은 오후 일정이 있어 더 마음이 바빴다. 나중엔 어린이집 활동에만 집중하기 위해 취소하긴 했지만, 금요일 하루는 1시간 반 엄마 없이 원 생활을 하고 문화센터 수업도 하고 코스트코까지 다녀오고 저녁까지 밖에서 먹고 오니 하루가 알차게 흘렀다.


왜 피곤했던 만큼 밤에 일찍 자는 건 아닌지 우리 아이들이 그만큼 또 커서 체력이 좋아진 건지 아이들도 금요일 밤이라는 걸 아는 건지 12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다. 두 자녀의 첫 사회생활 한주. 긴장하고 걱정하고 설렜던 만큼 나도 아주 깊게 깊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엄마로만 산지 3년 차 생활에서 벗어나 다시 나라는 개인으로의 삶의 시작이 되어줄 어린이집 적응기간이었기 때문에 아이들만큼 나도 건강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리프레쉬하는 기분으로 토요일 아침엔 충동적으로 미용실 예약을 하기도 했다. 급작스런 주말아침 독박육아에 남편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머리 하는 마지막 30분 전에 미용실로 유모차를 끌고 와 헛웃음을 나오게 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쌍둥이 부모로서 좌충우돌인걸 헤어 디자이너분께 들키기도 했지만, 엄마로서의 자아에서 점점 나로서의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의 첫 단추를 틀리기 않게 잘 꿰어놓았다는 안도감이 확실했던 것만은 분명했던 한 주였다.


1,3 어린이집 낮잠이불 집에서 미리 적응시키기. 2 만2세 쌍둥이자매의 어린이집 첫 등원날 아침



아직 ‘여긴 어디, 나는 누구’하는 표정이 가득한 쌍둥이자매



점점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에 적응해가는 쌍둥이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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