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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04. 2021

소울(Soul, 2021)

내가 행복할 수 없었던 이유

  

사는 게 괴롭다고 느껴질 때 나는 목표 이후의 삶을 위해 지금은 괴로움을 적립하고 있다고 믿었다. 대학에 가면,  취직을 하면, 남자친구가 생기면 ...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마다 나중엔 괜찮을 거라며 '진정한 행복'을 맞이할 순간을 자꾸자꾸 유보했다. 그런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고, 내가 지금 그래서 이렇게 힘든 거라고. 

   영화 <소울>은 그렇게 살다간 평생 행복할 수 없다고 영화 내내 아주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먼저, 첫 번째 사고로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조는 내 인생은 무의미했다고 말한다. 음악을 하고 싶다고 어머니께 강력하게 피력할 때, 음악을 하지 못하면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었을 때 지난 삶이 너무나 무의미할까 두렵다고 말한다. '무의미'를 반복하는데 조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든 것은 목표를 <목표를 이루지 못한 조> 가 아니라 그저 조 자신이다. 숱한 공연 실패를 보며 10번 실패했다는 것은 10번 도전했다는 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하며 음악과 사랑으로 충만했던 시간도 지나가버린다. 내가 지나온 많은 삶의 순간들을 톺아내리게 했다. 

  다음으로 왜 '꿈', '목표'를 삶의 이유로 두는 것이 무의미한지는  조가 그토록 고대하던 밴드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나서 허무함이 몰아치는 모습으로 그 메시지를 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도로테아의 '바다와 물고기' 우화는 너무 직설적이어서 조금 세련되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마지막으로 조는 옛 연인인듯한 리사를 두고 음악에 빠져 리사에게 다시 연락하고 연애할 여유가 없었다고 둘러댄다.  마치 신기루 같은, 도저히 그게 오긴 오나? 싶은 삶의 정점과 같은 순간-주로 꿈, 미래, 목표와 같은 말들로 둔갑한다-을 핑계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많은 눈앞의 소중한 것들을 흘려보내고 사는지 보여준다.  

   The Great Before에서 영혼들은 마지막 불꽃을 채우는 것으로 태어나기 위한 통행증을 받는다. 초반에서 멘토와 함께 특정 활동을 하다가 스파크를 찾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 또한 불꽃을 '탤런트'라고 착각했다. 조도 그렇고, 멘티 22도 그랬다. 하지만 22가 찾은 불꽃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가르쳐주지 않으며 영화가 끝난다. 스파크는 영혼이 살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 자체였기에. 나의 불꽃은 도처에 널려있었음을.  


    그러므로 우리는 삶의 의미를 내가 있는 곳곳에 심어두어야 한다. 내 목표, 꿈의 성패 여부에 따라 인생의 점수를 매기지 않아야 한다. 내 인생을 만든 건 엄청난 퀀텀점프가 아니라 작은 점들이다. 그 점들이 모여서 선이 되어 내 삶의 궤적을 만들었음을 잊지 말자. 



증권맨은 아니었지만 직간접적으로 그들을 많이 접한                     (구) 여의도 직장인의 웃음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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