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인걸 어떡하라고, 우뜨카라고 ...
흔히 말하는 '집순이(집돌이)'에는 두 종류가 있다. 집 안에서도 밀린 집안일, 취미활동, 홈트에 이르기까지 바쁜 하루를 보내는 활동적 집순이와, 집과 침대를 동일시하여 집에 있는 시간은 침대를 떠나지 않거나 먹-잠-눕을 반복하는 준 시체놀이.
짤에서는 두 집순이 모두 만족도는 동일하다고 하지만 나의 불행은 만족스럽지 못한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몸은 착실하게 누워있지만 머릿속은 끊임없이 괴로운 사람. 집에서 가벼운 운동도 하고 책도 좀 읽고 취미생활도 하고 싶은데 누워만 있으면서 그렇다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아닌 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이러다가 늦은 밤이 되면 소모한 에너지가 없으니 잠이 안 와서 고독한 새벽을 맞이하게 된다. 말하자면 활동적 집순이와 돌하르방 사이에 있는 영원한 연옥에 갇힌 나.
나는 그냥 게으른 걸까? 혹은 우울감이나 무력감이 심해서 행동력이 떨어지는 걸까? 성인 ADHD가 역시 맞는건가? 소극적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일까? 무엇 때문에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저녁 무렵이 되면 후회할게 뻔한 자기학대적 행동을 반복하는지 끊임없이 반추했다.
하지만 반추는 분석적이게 나를 돌아보는 척 하지만 나를 학대하는 또 다른 방법일 뿐 진정한 오늘을 사는 데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과거 (단 몇 시간 전일지라도) 나 미래 (단 몇 분 후 일지라도)를 자꾸 그리는 게 아니라 오늘, 현재, 지금을 사는 것.
지난 주말도 내가 생각했던 생산적인 휴식을 취하는 데에는 이미 실패했다는 생각에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다가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저장한 아래 이미지를 참고해 해결했다.
미루기를 도파민으로 해결하기 위해 작은 목표를 즉시 실행했다. 이번주 청소 당번이 나여서 화장실 청소를 일단 끝낸 것. 사실 화장실 청소는 한 번 시작하면 나름 뿌듯하게 끝낼 수 있는 과업인데 하겠다고 마음먹고 화장실로 가서 몸을 움직이기가 항상 힘들다. 자리에서 한 번 일어나니 그다음 실행은 더 쉬워졌다.
이어서 나태함에 아드레날린을 주기 위해 고강도 짧은 운동을 했다. 나가서 러닝 하자니 옷 챙겨 입는 나만 머릿속으로 드르륵... 탁 하고 무한 반복 해왔기에 매트만 펴고 슬로우 버피 100개를 했다. '고강도' 이냐? 싶을 수 있지만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던 터라 이만큼으로도 충분했다. 개수를 늘려나가고 싶다는 의욕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에 샤워까지 하니 마음의 고단함이 조금은 씻겨내려간 듯 하다.
슬픔에 세로토닌을 처방하기 위해 과일을 먹었다. 마침 동생 생일로 들어온 망고가 있어서 예쁘게 다듬어서 정성껏 나에게 대접했다. 방콕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과일은 동남아'병이 아직 낫지 않았지만 망고 한 입 한 입이 참 달다.
뇌구조를 갑자기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환경에서, 같은 사람들과 사는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대단하게 바뀌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이라도 행동적인 하루를 보낸 날들의 감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려고 애쓸 뿐이다. 나은 내가 되려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 내가 조금 더 행복하니까. 방점을 나의 안위에 두자.